한국전쟁 전후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죄 없는, 숱한 민간인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당했다. , 혹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창원지역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한 증언을 책으로 엮은 증언자료집이다.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박영주 기록자가 13명의 유족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책의 기록자는 평생을 기록하는 일에 매진한 사람이다. 1985년 무크지 <마산문화> 편집장을 지냈고, 이후 <경남지역 6월민주항쟁 자료집>, <부마민주항쟁 증언집 마산편> 등의 책임편집을 맡았었다.

 

책은 발간을 기획한 창원유족회장의 발간사부터 시작한다. 책을 발간하게 된 경위와 관련 내용들을 간략하게 다뤘다. 그리고 이후 13명의 유족들과 기족자가 한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학살을 당한 피해자의 아내, 아들, , 손자 등. 모두가 피해자들의 친인척들이다. 13명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민간인학살에 피해를 입었다는 하나의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



2011년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 위령제.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주인공 이귀순 씨는 남편을 잃었다. 남편인 희생자 황치영 씨는 지서(경찰서)에 잠깐 다녀온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증언자인 김순애 씨는 아버지를 잃었다. 김순애 씨의 아버지, 희생자 김기태 씨는 어느 날 밤에 진해의 경찰 관계자에게 잡혀가 돌아오질 않았다고 한다. 멀리서나마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고 아침마다 형무소로 갔다는 김순애 씨. 아버지 김기태 씨를 빨리 나오게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소나 논 등, 온갖 재산을 다 처분하고 돈을 줬지만 김기태 씨는 돌아오지 못했다.

 

유족들은 가족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데 큰 상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닥친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젊은 남성이었다.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는 이들이다. 가장인 남편, 아버지를 잃고 생활한 유족들의 증언을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져왔다.



저 혼자의 머릿속에만 기억하고 있다가는 이 사실이 언젠가는 없어질 거라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걸 후세들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잘못된 역사가 반복이 안 될 것입니다. 또 세월이 흘러서, 예를 들어서 나라가 하나가 된다든지 해서 이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시기가 오면, 이게 하나의 근원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이런 증언을 통해서 남길 수 있다는 게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증언자 이동주 씨의 말은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의의를 잘 설명해준다. 좋지 않은 역사라고 해서 묻으려 해서는 안 된다. 기록하고 남겨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모은 증언자료집이다. 역사, 특히 지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당연히 소장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이들은, 비교적 젊은 세대의 이들이다. 기성세대는 자세히는 아니지만 민간인학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구전으로나마 전해져 왔기 때문에. 하지만 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민간인학살은 낯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가 알았으면 한다.




2011년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민간인학살. 무척이나 무거운 주제다. 국가권력에 의해 벌어진 참상과 아직도 이뤄지지 않는 보상. 물질적 보상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지만 상처받아 온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저자
박영주 지음
출판사
해딴에 | 2015-07-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창원유족회에서 펴낸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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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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