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그 시절을 주제로 한 영화나 소설이 나오는 것은 그 아픔을 잊지 말고,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과거를 봤을 때, 이번에 소개할 <대한민국 악인열전>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야 할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 책의 저자는 경남도민일보에 재직 중인 임종금 기자다. 그는 지난해 광복 70년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7회에 걸쳐 연재 기사를 작성했다.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은,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나 매국노 이완용이라는 커다란 이름 뒤에 숨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조명했다.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치더라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근현대사의 악인들이 있습니다. 그런 악랄한 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왜 그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군인, 우익단체, 친일경찰, 친일헌병, 친일깡패, 토호, 해외인사 등 각 분야에서 대표적인 악인들이 취재 대상입니다. 이들을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합니다.”


저자가 처음 기사 연재를 시작하면서 글이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다.




1950년 대구형무소 재소자 학살 현장 모습. / 금정굴인권평화재단 (gjpeace.or.kr)


 


책에서는 8명의 악인을 소개한다. 저자가 칭하기를 살인마 김종원, 벙어리 국회의원 이협우, 일본 국회의원 박춘금, 잔인한 악질 헌병 신상묵·박종표, 친일 경찰 노덕술, 조작의 달인 김창룡,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 김동한 등. 자신에게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가친척 모두를 죽이거나 멀쩡한 주민을 빨갱이로 몰아서 학살하는 등, 누구 하나 꿀리지 않는 전적의 소유자들이다.

 

8명의 악인 중 특히나 기억에 남는 인물은 벙어리 국회의원 이협우. 대동청년단이라는 우익청년단체의 장을 맡았던 그는 사람을 죽이고는 빨갱이였다는 말로 죄를 피한, ‘악질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인물이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이협우는 2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29살의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이 됐다. 기록에서 보는 그는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는 국회에서 말 한마디 안 하는 벙어리 국회의원이었다. 숱한 생명을 앗아가며 얻은 권력으로 무엇 하나 이루지 않은,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고향 경주에서 숨을 거뒀다는 그의 이야기는 안 그래도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도록 했다.


 

쉽게 풀어쓰고자 한 저자의 노력 덕인지 막히는 곳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읽기 어려운 책이다. 글이 아니라 글이 내포하고 있는 내용 탓이다.

 

책에서는 8명의 인물을 소개했지만, 이외에도 많은 악인이 더 있을 것이다. 이 악인들과 공조해 악행을 저지른 이들 역시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살해당한 이들은 더 많을 것이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도.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살해당한 이들을 다시 살릴 수도 없다. 현실은 <시그널>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까이 목숨 잃은 이들에게 모든 것을 보상해주지는 못할지언정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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