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청양의 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지인과 토론을 했었다. 토론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말 몇 마디를 나눈 수준이지만 유독 그때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토론 당시의 주제가 전통시장이었다.



마산 / 경남도민일보 3월 17일자 김민지 기자

 

사건의 발단은 지인과 시장 상인과의 자그마한 트러블이었다. 걸어서 출근을 하던 그는 시장 입구를 지나치는데 상인이 인도 바깥까지 물건을 늘어놓았고, 때마침 비도 오는 날이라 통행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불편함을 겪은 그는 내게 시장 상인들이 인도까지 나와서 장사를 하니까 통행이 힘들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고 불편만 끼친다면 시장을 아예 폐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특별한 감정이 섞이거나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그래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상인들은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장사를 하고 있고, 시장을 폐쇄한다면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게 내 논리였다. 하지만 그러면 너는 시장을 이용하냐. 시장의 장점을 설명해 봐라는 말에는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전통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역시도 전통시장보다는 E마트나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너무나도 취약한 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 전통시장은 필요하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상인들의 일자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주된 생각이지만, 그 외에도 전통시장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으로 여행가자는 필자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 했던 감정을 대신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창원시로 통합된 마산·진해를 포함해 하동·함양·밀양·거창·함안·의령·산청·합천·창녕·남해·진해·고성·거제·진주·통영·김해·창원·양산·삼천포 20곳의 전통시장을 소개한다. ‘꼭 가보고 싶은 경남 전통시장 20이라는 주제로 말이다. 각 지역의 특산품이나 명물, 볼거리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사람 냄새나는 시장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산 어시장 / 경남도민일보 2월 17일자 김구연 기자


각 지역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것도 좋았지만, 이보다 좋았던 것은 상인들이나 그 관련자의 인터뷰 내용, 그리고 책이 의도한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 이용자인 필자도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줄줄 쏟아낸다. 전통시장을 관광지화 해 지역과 공존하자는 것이나 시설을 현대화해서 젊은 소비자들을 잡아내자는 것 등.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 현장을 알고 상인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진짜 아이디어는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책에서 의도한 브랜드 마케팅, ‘스타 상점이 무척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특정 점포만 확대되고 시장 전체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시도조차 없다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편의점으로 뒤덮이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실제로 12일이나 무한도전 등의 유명 프로그램에 등장한 시장은 방문객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특정 점포가 됐든 시장 자체가 됐든 브랜드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책에서 잠깐 소개된 의령소바가 좋은 예다. 프랜차이즈화 해서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례를 연구해 더 좋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전통시장의 과제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소비자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인들도 젊어져야 한다. 나이도 그렇지만 마인드에 있어서만큼은 반드시 젊어져야 한다. 전통시장의 경우 상인과 소비자 모두 연령대가 높다. 젊은 세대의 방문도 늘어난다고는 하나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소비를 하는 연령대인 30대 이상의 사람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보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판단이 아닐까. 지금 당장 전통시장을 거부하고 대형마트를 찾는 10, 20대에게 너는 30~40대가 넘으면 전통시장을 갈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면, 전통시장을 가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미 어려서부터 전통시장을 가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안 갈 확률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며, 전통시장 관계자들과 지역 발전에 힘써야 할(필자 또한 포함됐다) 사람들의 의무이다.

 

대형마트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이렇게 구분 지을 수 있을 만큼의(필자는 당장 현실의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대항할 만큼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전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 이들이 머리를 맞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란다.



산청읍 전통시장 / 경남도민일보 2월 12일자 한동춘 기자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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