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전 표지.



내 인생 최고의 책 삼국지
(三國志)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수호전(水滸傳). 초등학생 무렵 삼국지에 빠졌다가 처음 접한 책이다.

 

워낙 어린 시절 접했던 수호전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동경할만한, 공감할만한 인물이 넘쳐났던 삼국지에 비해 수호전의 인물들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수호전 108 두령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협()에 공감하지 못 하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나이가 든 뒤에 접한 수호전은 기억처럼 재미없기만 한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의 구주모 사장이 쓴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수호전을 소개하며, 동시에 수호전을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먼저 수호전 얘기를 해보자. 수호전은 양산박 108 두령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108명씩이나 되는 인물이 모두 주인공이니만큼 이야기도 방대하다. 물론 108명 모두를 집중 조명하는 건 아니다. 천강성이라 불리는 36명과 몇몇 인물들이 주연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조연 수준에 그친다.

 

전반적인 내용은 각각의 삶을 살던 이가 인연을 맺고, 양산박에 모이는 이야기다. 많은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사연을 가지고 모인 만큼 저마다의 팬층(?)을 공략한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여기까지가 약자의 억울함을 대변하며 송나라에 반하는 소설 수호전이었다면, 이후부터는 조금 뜬금없다. 양산박의 두령으로 지내던 송강 등이 송나라로 귀순하는 것. 그러다 소설 막바지에 양산박 호걸들의 떼죽음 당하며 허무하게 소설이 마무리된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전반부에 비해 설득력이 약한 후반부는 어린 시절의 내가 <수호전>재미없다고 평가하게 된 계기였고, 이후 읽었을 때도 전반 108명이 모일 때까지의 서술 방식이 특이한 옴니버스식 소설정도의 감상만 품었다.

 

어째서 이 정도의 소설이 삼국지, 서유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가, 하는 생각도 많았었지만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먼저 수호전은 김성탄이 첨삭한 71회본과 이탁오의 100, 120회본이 있다고 한다. 내가 읽었던 수호전은 이문열의 <수호지>였다. 이문열의 수호지는 총 10권 분량인데, 김성탄본인 71회본까지가 1~6권이라고 한다. 7~10권은 이탁오본이라고.

 

수호전을 찬양하는 이들이 권하는 건 71회까지의 김성탄본이다. 이후 양산박의 호걸들이 송나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이야기들이 담긴 이탁오본은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고. 내 생각에도 수호전의 108명이 갑자기 순한 양으로 변해 송나라에 돌아가지 않았다면 어린 시절 그리 박한 취급은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에서는 이런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서문부터 김성탄본에 대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 수호전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배려해 수호전은 어떤 책인지, 어떤 부분을 조명해야 할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책의 전개는 양산박 108명의 호걸 중 저자가 꼽은 수호전의 주요 인물’(송강, 노지심, 임충, 이규, 양지 등)의 일화를 언급하며, 그 일화에 대한 주석을 다는 형식이다. 배경지식이 약한 독자로서는 알아챌 수 없는 부분도 당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해 알려준다. 수호전과 등장인물을 평가하는 이들의 견해도 소개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매끄럽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학자들은 이를 지역이란 한계에 갇혀 있던사람들이 전국적 교제망을 지닌 관료조직을 선망하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공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공상은 민중들이 열망한 것이기도 하다. 욕심 많고 부도덕한 서리(와 그 아래 아역)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인종이었다. 그래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송강처럼 훌륭한 서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역설이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는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 100p, 송강 같은 서리를 갈망한 사회

 

이후 노지심이 보여주는 행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달과 석가. 노달은 의협심에 불타는 거친 본성을, 석가는 불법에 발을 디딘 이런저런 상황을 말한다. 이 둘은 격렬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런 갈등을 해학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 133p, 엄청난 강도로 다가오는 이타행

 

수호전의 여러 내용을 소개하는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정의. 책에서는 수탈당하는 백성들, 사회의 부조리 등 부패된 권력에 고통받는 백성들과 그들을 돕는 양산박 영웅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부도덕한 지배계층에 대한 비판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술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언급됐는데, 이는 수호전 자체에 술과 관련된 일화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술 사랑이 섞인 것은 아닌가 하는 작은 의심도 든다.(웃음)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는 소설 수호전을 읽은 적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읽어보게 만드는 효과를, 읽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수호전을 읽어본 듯한 인상이었다.

 

이 책은 수호전을 사랑하고, 재미있게 읽은 이들을 위한 책은 아닌 듯하다. 나처럼 이탁오본에 실망해 수호전을 재미없는 책이라고 정의했던 사람이나, 읽어보고 싶었지만 접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저자가 의도한 것은 아닐지는 몰라도,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현실과 따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부도덕한 지배계층을 비판하는 수호전과 이 책은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울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읽는 이의 가슴에 작은 촛불을 켜게 하는 듯한 책, 이것이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의 나의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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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서울로 모이는 것은 왜일까. 일전에 이런 얘기를 나눌 때 나는 그 해답을 수요와 공급이라 말했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생긴다. 그리고 공급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공급을 쫓아 수요도 늘어난다. 경제논리에서는 공급이 과잉되면 수요에 맞게 조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공급되는 게 상품이 아니라 생활 전반적인 모든 것이기 때문일까. 공급이 과잉되더라도 서울로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은 이런 서울,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비판하고, 지방주의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의 저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술가로 활동하며 모든 종류의 차별(지방차별, 여성차별, 장애인차별, 학력차별 등)을 비판하는 사회비평가다. 그는 지방에서 수십 년 동안 대학교수로 지내면서 본 모습을 토대로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대한민국의 기형적 모습을 비판한다. 서울을 서울공화국이라고, 지방을 식민지라고 표현했다.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중앙의 신탁통치라고도 했다.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이기 때문이다. 지방 식민지화는 인정 욕구의 획일화·서열화는 물론 대학입시·사교육 전쟁, 극심한 빈부격차, 지역주의, 정치의 이권투쟁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들의 핵심 원인이다. 이게 바로 중앙의, 중앙에 의한, 중앙을 위한 지방정치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 43~44p, 중앙의, 중앙에 의한, 중앙을 위한 지방정치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정부 예산은 눈먼 돈이다. 눈먼 돈을 붙들기 위한 사생결단식의 전쟁이 전국에 걸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줄 전쟁이다. 그런 줄이 있느냐 없느냐, 강하냐 약하냐가 지방 선거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으니, 이걸 어찌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부식민지 줄 ᄊᆞ움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 139p, ‘내부식민지 줄 싸움그만하자

 

저자의 이런 주장들은 근거 없는 피해의식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인구의 절반, 대기업의 본사, 상위권 대학의 위치, 공공청사 등, 눈에 드러나는 자료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되는지 보여준다.

 

책에서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수도권의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유력인사들의 문제기도 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보면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해결하지 못 하는문제가 아니라, ‘안 하는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지방을 떠나는 사람들이 돈 벌어 서울 강남으로 간다면 지방이야 어찌 되건 말건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대부분 지방에선 먹고살 길이 없거나 희망이 없어서 떠난다. 고향 떠나 뿔뿔이 흩어져 힘겨운 생존투쟁에 나선 이들에겐 인터넷 들어가 하소연할 시간도 없을 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들의 인권은 사회적 의제로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 285p, “서울은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보다 중요하다고?”

 

나 역시도 취업할 때 지방 기업보다는 숫자가 많은 수도권에 먼저 눈을 돌렸었다. 지금에야 경남도의 소식과 이야기에 눈길을 돌리고 집중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기 때문에서지, 남들이 생각하는 지역 애착과는 성질이 다르리라 생각한다.


 

청년들이여 고향을 지향하라” - 276p, 일본 지방행정가 이즈모시 데쓴도 발언

 

교통·미디어 등의 발달로 생활권이 넓어졌다. 저가항공, KTX 등으로 이제는 쇼핑을 하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 생존을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먹고 살기 위해 지방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쭉 지방에서 자라온 이가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먼저 눈 돌려야 하는 것이야 말로 문제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언제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지방을 내 지역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저자는 극심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기금 조성을 들었다. 공감하며, 지역 중소기업들을 위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덧붙인다. 지역 기업을 통해 지방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의 핵심 내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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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 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새 책이 발간됐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이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은 25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저자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한겨레의 인터뷰와 <풍운아 채현국> 등으로 유명인이 된 채현국 어르신과 전설의 주먹이라 회자되고 있는 방배추(방동규) 선생 등이 등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 대부분 이름은 들어본사람들인데, 그중에 가장 나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채현국 어르신이다. <풍운아 채현국> 때도 그랬지만 이 어르신이 하는 말에는 나를 공감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현국 어르신을 볼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사실 홀 위에 서 또렷한 자기주장을 해가면서 저에게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면박하는 그의 모습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움츠러지는 건,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경찰을 보면 긴장하게 되는 습관 탓일까.

 

그러면서도 내가 이 어르신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말이 철없는 20대인 내게 크게 와 닿기 때문이다.

 

그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종용한다. 학교에서는 질서만 가르치고 의심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이런 그를 보면서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이답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도 고정관념일까? 채현국 어르신의 말을 보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도로마냥 엉망이 되는 내 머릿속을 보면 철학과로 가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

 

잘못된 생각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옳다고 확실히 믿는 것, 확실히 하는 것 전부가 고정관념입니다.”

- 15p

모든 배움은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입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얼마나 다각도로 의심할 수 있느냐. 의심할 수 없으면 영혼의 자유는커녕 지식의 자유도 없습니다.”

- 38p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 <풍운아 채현국>



 

전설의 주먹방배추 선생은 빼어난 싸움 실력으로 유명하다.(이분에게 어르신, 어른, 할아버지 등등의 표현을 붙일 수 있지만, 어째선지 선생이라는 표현이 착 달라붙는다.) 다만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에 맞지 않은 건장한 체격이나 싸움 실력 따위가 아니라 마르크스에 대해 말하는 모습에서다.

 

그는 감히마르크스를 두고 노동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때 서해화성이라는 기업의 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나도 돈이 제일 좋다면서도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나아가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노느매기밭을 했었다. 돈이 좋다면서도 돈 벌 기회를 차버리는 일도 많았다.

 

주먹’,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린 방배추 선생이지만, 그에게서 채현국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뇌섹남의 향기가 느껴진다.

 

노동이란 내 몸을 굴리지 않으면 바로 굶어죽을 수도 있는, 그렇게 절박하고 가혹한 거야. 먹물들이 몇 개월을 해본 다음에 , 그거!’ 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그건 관념에 불과한 거야. 하긴 그런 경험을 해봤다면서 바닥 민중을 잘 안다고 말하고, 노동문제연구소 같은 간판을 잘도 내걸두만.”

- 87p<배추가 돌아왔다2>

 

 

중요하게 언급한 부분은 아니지만 책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노동운동가 김진숙 씨의 말도 깊이 새겨볼 만 하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일까.

 

제일 큰 게 비정규직 문제에요 그게 노동운동의 아픔이고 아킬레스건이죠. 한진도 비정규직이 세 배가 넘거든요. 이 분들에 대해서는 방침이 거의 없어요.” 

- 156~157p

 

 

앞서 언급하지 않은 장현숙 할머니나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 공무원 임종만 씨, 김순재 전 농협 조합장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장현숙 할머니와 임종만 씨의 이야기는 서툰 글로 표현하기 보단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길 권하는 마음에서 아껴뒀다.

 

 

풍운아, 현대판 임꺽정, 거리의 철학자 등, 채현국 어르신을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내게 그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파격의 인간을 고르겠다. 그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사람들을 분류할 때 보편적으로 쓰이는 노인’, ‘부자’, ‘철학가따위의 표현은 그에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류로 묶을 수 없는, ‘별난 사람이면서 자신만의 영혼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 모두 영혼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까이서 본 적 있을 꼰대어버이연합등으로 인해 어르신들에게 실망한 청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며 한마디 하고 싶다.

 

“다들 헬조선이라 부를 정도로 엉망인 게 현실이지만, 이렇게 존경할만한 어른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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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그 시절을 주제로 한 영화나 소설이 나오는 것은 그 아픔을 잊지 말고,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과거를 봤을 때, 이번에 소개할 <대한민국 악인열전>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야 할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 책의 저자는 경남도민일보에 재직 중인 임종금 기자다. 그는 지난해 광복 70년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7회에 걸쳐 연재 기사를 작성했다.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은,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나 매국노 이완용이라는 커다란 이름 뒤에 숨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조명했다.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치더라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근현대사의 악인들이 있습니다. 그런 악랄한 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왜 그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군인, 우익단체, 친일경찰, 친일헌병, 친일깡패, 토호, 해외인사 등 각 분야에서 대표적인 악인들이 취재 대상입니다. 이들을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합니다.”


저자가 처음 기사 연재를 시작하면서 글이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다.




1950년 대구형무소 재소자 학살 현장 모습. / 금정굴인권평화재단 (gjpeace.or.kr)


 


책에서는 8명의 악인을 소개한다. 저자가 칭하기를 살인마 김종원, 벙어리 국회의원 이협우, 일본 국회의원 박춘금, 잔인한 악질 헌병 신상묵·박종표, 친일 경찰 노덕술, 조작의 달인 김창룡,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 김동한 등. 자신에게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가친척 모두를 죽이거나 멀쩡한 주민을 빨갱이로 몰아서 학살하는 등, 누구 하나 꿀리지 않는 전적의 소유자들이다.

 

8명의 악인 중 특히나 기억에 남는 인물은 벙어리 국회의원 이협우. 대동청년단이라는 우익청년단체의 장을 맡았던 그는 사람을 죽이고는 빨갱이였다는 말로 죄를 피한, ‘악질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인물이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이협우는 2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29살의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이 됐다. 기록에서 보는 그는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는 국회에서 말 한마디 안 하는 벙어리 국회의원이었다. 숱한 생명을 앗아가며 얻은 권력으로 무엇 하나 이루지 않은,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고향 경주에서 숨을 거뒀다는 그의 이야기는 안 그래도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도록 했다.


 

쉽게 풀어쓰고자 한 저자의 노력 덕인지 막히는 곳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읽기 어려운 책이다. 글이 아니라 글이 내포하고 있는 내용 탓이다.

 

책에서는 8명의 인물을 소개했지만, 이외에도 많은 악인이 더 있을 것이다. 이 악인들과 공조해 악행을 저지른 이들 역시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살해당한 이들은 더 많을 것이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도.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살해당한 이들을 다시 살릴 수도 없다. 현실은 <시그널>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까이 목숨 잃은 이들에게 모든 것을 보상해주지는 못할지언정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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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일에 발행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먹거리와 관련된 책이다. 이름부터가 <맛있는 경남>. 경남에서 맛볼 수 있는 유명 먹거리들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통영 멍게, 굴이나 하동 녹차, 재첩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은 한 명의 저자가 쓴 글이 아니다. 4명의 기자들이 글을 썼고 2명의 사진기자가 사진을 담당했다. 모두 경남도민일보의 구성원이다. 이들은 그네들이 사는 지역의 먹거리 특산물을 취재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게 <맛있는 경남>이다. 700페이지가 넘는다. 저자들의 노력과 애정이 듬뿍 담겼다고 생각하면 되리라.



마시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라고 하는 녹차. /경남도민일보

 


어느 지역이 특산물을 안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연이 내준 선물을 잘 가꾼 경우도 있고, 어느 한 사람 노력이 마을 전체로 퍼져나간 것도 있다. 때로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보태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하나가 중심에 있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자연환경·사람 손길·유통·행정·입소문 같은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소중한 이야기를 경남 먹거리 특산물 스토리텔링이라고 이름으로 담아봤다.”

 

저자 중 한 명인 남석형 기자가 머리말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후에도 책에서 담고자 하는 내용, 다루는 것 등. 핵심적인 내용이 머리말에 담겨있다.

 

책에서는 총 23개의 먹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통영 멍게··물메기, 남해 마늘·시금치·멸치, 창녕 양파, 의령 망개떡, 함안·의령 수박, 고성 갯장어, 함양 산양삼·흑돼지, 거창 사과, 창원 진영 단감, 하동 재첩·녹차, 마산 홍합, 진주 딸기, 진해 피조개, 남해안 전어, 남해안 털게(왕방송이게), 마산 미더덕, 지리산 물 등이 그 주인공이다.

 

책의 내용은 대개 이렇다. 왜 하동에서 녹차가 유명한지, 하동 녹차의 효능은 어떤지, 관련된 이야깃거리는 뭐가 있는지 등. 특산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해 준다.

 

차는 중국에서 전래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신라시대에 중국에서 온 차를 재배한 곳이 지리산이고 재배·보급에 좋은 환경을 지녔고 노력한 게 지리산 사람들이다. 특히나 하동 화개면은 그야말로 한국 차 문화의 성지로 불리운다. 차를 즐기는 스님들의 이야기와 10대째 고향 땅을 지키고 있는 우전차 명인을 만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녹차에 속한 카페인 함량은 커피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내용도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맛있는 경남과 지리산 물. /경남도민일보


 

경남지역의 먹거리 특산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경남 내 모든 시·군의 정보가 담긴 건 아니다. 저자 역시도 머리말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맛있는, 그리고 유익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다. 상식으로 여겨질 만큼 익숙한, 지역의 특산물을 알게 되는 건 물론이고 그 유래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선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정보의 홍수, 인터넷에서 ‘xx 특산물이라고 검색하는 것보다 훨씬 공신력 있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지역의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가며 취재한 내용들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여러 곳을 여행 다니며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역시 많다. 직접 유명 먹거리를 조사하고 여행을 떠나기엔 너무 바쁜 세상이다. 계획만 하다가 귀찮음으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도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책에 담긴 이야기로 간접체험을 하면, 언젠가 그 지역을 들르거나 할 때 책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과일이 아닌 과학? 거창 사과. /경남도민일보

 

사실 이 책은 먹거리와 거리가 먼 나에게는 과분한 책이기는 하다. 편식이 심한 데다 주로 먹는 게 치킨이나 피자, 빵 등, 조리 없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소개되는 먹거리 중 먹어봤거나 아는 게 드물다. 그나마 책의 막바지에 소개되는 지리산 물은 지리산의 한 절에서 실컷 마셔봤다. 물론 맹물은 아니고 차로.

 

언젠가 책에 소개된 지역 특산물들을 모두 먹을 날을 기대하며, 우선은 거창 사과부터 맛봐야겠다. 도입부의 문구가 날 사로잡았기 때문.



9월 15일, 마산 창동 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맛있는 경남> 북콘서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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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THE INTERVIEW - 사람을 읽다





이 인터뷰집의 콘셉트는 인터뷰의 재발견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 텍스트를 통해 인터뷰의 재미를 발견해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새삼 인터뷰의 재미에 눈뜨고 싶습니다. - 6p

 

 

책은 저자 지승호 씨가 만난 인터뷰이들을 소개하는 인터뷰집이다. 서문부터 시작해 7명의 인터뷰를 차례로 보여준다. 소개되는 인물들은 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유명인들.

  

시작은 제4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강준만 교수다. 현재 전북대 신문방속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 교수는 지금처럼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기 전 세대의 논객으로 유명하다. 정치적인 이야기로 보수에 대한 지적을, 진보에 대해서는 더한 지적을 해나간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비난이 아닌 비판을 강조한다. 동시에 SNS나 인터넷 환경이 발전한 현세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인터뷰이, 만화가 강풀과의 인터뷰에서는 독자들이 강풀에게 궁금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대신 물어봐 준다. 강풀에게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나 좋아하는 작품, ‘미생을 반대하게 된 사연 등. 작품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봐오던 이와 직접 대화하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이후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교수, ‘장도리의 박순찬 화백, ‘홍대 마녀오지은, ‘고발뉴스이상호 기자, ‘원조 홍대 여신한희정이 소개된다. 각각의 사연이나 이야기를 몰입도 있게 풀어놓았다.

 

각각의 인터뷰마다 인상 깊은 내용들이 하나씩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만화가 강풀과 김난도 교수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저는 무조건 재미에요. <26>은 어떤 만화보다도 재미있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주인공이 조직폭력배잖아요. 어떻게 보면 조폭 미화죠. 심지어 광주를 얘기하는데, 조직폭력배가?’ 이런 반응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걸로도 살짝 고민했어요. 그런데 재미를 위해서는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거죠. - 99p, 만화가 강풀

 

강풀은 자신에게 만화란 결국 재미라고 한다. 정치적인 광주를 이야기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더라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의미가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먼저 보이는 것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마냥 좋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습에 프로라는 생각이 엿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 듯하다.

 


다들 오리같이 되려고 해요. 걷기도 하고, 수영도 하고, 날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오리를 어디다 써먹습니까?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불안해서 그래요. 자기가 말처럼 달릴 수 있는지 망아지 때는 모르잖아요. 자신이 없으니까 남하고 똑같은 스펙이라도 쌓아놔야 불안감이 덜해지는 거죠. (중략) 사회도 바뀌어야 되지만 부모님들이 바뀌어야 해요. 우리가 살아온 40년하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40년은 정말 다른 40년이거든요. 우리가 경험한 40년을 가지고 나는 답을 안다. 내 아들을 사랑하니까 이렇게 기르겠다고 나오는데,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에요. 기회가 닿으면 부모님들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어요. 교육제도야 바꾸기 어렵고 바꿔봐야 부작용만 나지만, 이 나라 어머니들이 생각을 바꾸면 상당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 157p, 김난도 교수

 

김난도 교수의 조언도 잊히지 않는다. 항상 생각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난도가 말하는 것에 특별함을 느낀다. 비단 서울대를 나온, 서울대 교수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모님들에 대한 책을 기대한다.

 

 

<지승호, THE INTERVIEW>는 상당히 인상 깊은 책이다. 질문하는 내용이나 글로 옮기면서 했을 편집 등, 기술적인 영역에서도 공부가 됐다. 비슷한 유형의 글쓰기를 하거나 인터뷰를 하게 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글이 흥미롭다는 데 주목했다. 단순히 이야기가 재밌는 게 아니라 글을 읽음으로서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끔 한다

 

일정 이상 이름을 알린, 유명인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보다 인터뷰이들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자신이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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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죄 없는, 숱한 민간인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당했다. , 혹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창원지역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한 증언을 책으로 엮은 증언자료집이다.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박영주 기록자가 13명의 유족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책의 기록자는 평생을 기록하는 일에 매진한 사람이다. 1985년 무크지 <마산문화> 편집장을 지냈고, 이후 <경남지역 6월민주항쟁 자료집>, <부마민주항쟁 증언집 마산편> 등의 책임편집을 맡았었다.

 

책은 발간을 기획한 창원유족회장의 발간사부터 시작한다. 책을 발간하게 된 경위와 관련 내용들을 간략하게 다뤘다. 그리고 이후 13명의 유족들과 기족자가 한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학살을 당한 피해자의 아내, 아들, , 손자 등. 모두가 피해자들의 친인척들이다. 13명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민간인학살에 피해를 입었다는 하나의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



2011년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 위령제.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주인공 이귀순 씨는 남편을 잃었다. 남편인 희생자 황치영 씨는 지서(경찰서)에 잠깐 다녀온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증언자인 김순애 씨는 아버지를 잃었다. 김순애 씨의 아버지, 희생자 김기태 씨는 어느 날 밤에 진해의 경찰 관계자에게 잡혀가 돌아오질 않았다고 한다. 멀리서나마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고 아침마다 형무소로 갔다는 김순애 씨. 아버지 김기태 씨를 빨리 나오게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소나 논 등, 온갖 재산을 다 처분하고 돈을 줬지만 김기태 씨는 돌아오지 못했다.

 

유족들은 가족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데 큰 상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닥친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젊은 남성이었다.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는 이들이다. 가장인 남편, 아버지를 잃고 생활한 유족들의 증언을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져왔다.



저 혼자의 머릿속에만 기억하고 있다가는 이 사실이 언젠가는 없어질 거라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걸 후세들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잘못된 역사가 반복이 안 될 것입니다. 또 세월이 흘러서, 예를 들어서 나라가 하나가 된다든지 해서 이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시기가 오면, 이게 하나의 근원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이런 증언을 통해서 남길 수 있다는 게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증언자 이동주 씨의 말은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의의를 잘 설명해준다. 좋지 않은 역사라고 해서 묻으려 해서는 안 된다. 기록하고 남겨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모은 증언자료집이다. 역사, 특히 지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당연히 소장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이들은, 비교적 젊은 세대의 이들이다. 기성세대는 자세히는 아니지만 민간인학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구전으로나마 전해져 왔기 때문에. 하지만 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민간인학살은 낯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가 알았으면 한다.




2011년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민간인학살. 무척이나 무거운 주제다. 국가권력에 의해 벌어진 참상과 아직도 이뤄지지 않는 보상. 물질적 보상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지만 상처받아 온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저자
박영주 지음
출판사
해딴에 | 2015-07-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창원유족회에서 펴낸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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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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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는 전작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의 연장선에 놓인 책이다. 전작에는 대한민국의 언론, 특히나 지역 언론의 병폐를 고발하고 스스로에게 과제를 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번 책에는 그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김주완 기자는 1990년부터 지역신문 기자 생활을 해온 베테랑이다. 뉴미디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그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자사(경남도민일보) 후배들에게도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장려했다. 개인으로도 201563일 기준 블로그 누적 방문자 1400만 명을 넘은 파워블로거이다. SNS 페이스북 팔로워도 1000명이 훌쩍 넘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을 이끌어가고 있다.

 

책은 쭉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라는 테마에 맞게 짜여있다. 여는 말과 본문의 4, 그리고 지역신문기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과 맺음말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여는 말에서 친절하게 이후 전개될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다.

 

1장은 내가 편집국장을 맡은 후 우리 기자들과 공유하기로 한 원칙과 다짐을 담았다.

2장은 기자윤리를 지키면서 편집국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가설을 실험하는 과정을 담았다.

3장은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지역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찾는 작업이다.

4장은 우리가 2008년부터 해온 블로거 지역공동체 구축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내가 후배기자들을 교육시킬 때 늘상 하는 말들을 담았다. 혹 동종업계나 기자를 지망하는 젊은 친구들이 참고할만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6~7

 

본문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도입부인 1장이다. 부서별·기자별로 고착화되어 있던 출입처취재영역의 방벽을 허물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퍼뜩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곧 경제·사회·정치·문화 등의 나눠진 영역의 틀에 갇히지 않고 폭넓은 보도를 하겠다는 의미라는 걸 알게 됐다. 작은 소규모 조직이라면 이런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직원이 70~80명은 되는 언론사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기에 더 놀랍다. SNS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만 경남도민일보에서 운영하는 갱상도 블로그도 시선을 끈다. 지역 내에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들과 소통하며 상생하고 있다.

 

출입처나 업무영역은 그야말로 의무방어구역일 뿐이지 배타적 권리구역은 절대 아닙니다. 다른 기자가 침범해선 안 되는 불가침 구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영역과 출입처는 물론 부서를 넘나들며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13

 

“20111029, 30일 전국의 파워블로거 20여 명이 창원에 모였다. 동읍농협이 주최한 창원단감 팸투어였다. 나도 블로거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블로거들은 공업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창원에 주남저수지와 같은 천혜의 자연유산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창원단감에 또 한 번 놀랐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78~79

 

기자가 해야 할 행동이나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 많은 교훈을 준다. 동시에 저자 본인의 경험과 경남도민일보에서 실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실용적인면에서 참고할 일이 많다. 지역 언론에 활동을 하거나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영국의 레스터 머큐리의 편집국장이 한 말을 끝으로 서평을 마치겠다.

 

레스터 시의 전 시장이었던 울트라 폭스가 트위터를 통해 나(편집국장)의 성향을 보수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의 편집방침은 런던 본사에 있는 최고경영자에게만 이야기할 뿐 누구에게도 드러낸 적이 없다. 물론 최고경영자도 여기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는다. 신문은 편집국장이 모든 권한을 갖는데, 우린 보수당이 맞으면 보수당 편을 들고, 노동당이 옳으면 노동당의 입장을 든다. 우린 레스터시를 위해 올바른 것을 추구할 뿐이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110, 레스터 머큐리의 편집국장의 발언.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저자
김주완 지음
출판사
산지니 | 2012-12-1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뉴미디어 시대, SNS 도구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다인터넷 통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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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을 만들기라는 무모하고 공허한 선동적 구호부터 고치는 게 좋을 것이다. 마을은 만드는 게아니라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의 머리말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저자가 책을 통해 어떤 말을 할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 정기석은 말단 은행원, 비민주노조 간부, 군소언론 기자, 소호벤처 경영자, 영세출판사 기획자 등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도시민으로 지은 죄가 다양하다며 도시를 떠나 마을로 떠난 그는 이를 두고 자발적 유배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마을시민과 마을기업이 없는 마을은 마을 만들기를 하면 안 된다며, 무분별한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을 경계한다. 농사짓는 농민들뿐만 아니라 기획·교육·마케팅·영업 등, 여러 도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1부 농사로 일구는 경제마을에 소개되는 친환경 노장마을, 하늘소마을 농식품 공장마을, 금원산부각마을 조합형 시장마을, 배바우골 도농간 공원마을, 달오름마을 농촌형 기업마을, 공근봉화영농조합 등이 있다.

 

2부 사람을 배우는 교육마을에서는 대안적 학교마을, 소호고헌산영농조합 지역형 연구마을, 충남교육연구소 동아리 학습마을, 서강평생학습마을 체험형 수련마을, 어멍아방잔치마을 공동체 사업마을, 한드미유통영농조합 등이 있다.

 

3부 놀이로 일하는 문화마을에는 신문화 전원마을, 백화전원마을 농촌형 축제마을, 알프스마을 도시농 카페마을, 화사한 꿈틀이 영화인 극장마을, 마을영화 슬로 전통마을, 창평슬로시티 등과 4부 자연과 사귀는 생태마을의 귀농인 명상마을, 선애빌 대안적 기술마을, 대안기술센터 다문화 협업마을, 누리마을빵카페 에너지 자립마을, 중급영농조합 휴양형 치유마을, 안덕파워영농조합 등 총 20곳의 지역공동체마을을 소개한다.

 

 

현장의 교육 실천으로는 장기적 전망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마침 주변에 생각이 같은 교사들이 많았고요. 여기에 현장교육을 갈구하던 충남지역 대학교수, 연구자들이 힘을 보탰죠. 하지만 처음부터 지역운동의 거창한 포부를 내세웠던 건 아니었어요. 서산, 공주 등의 마을에서 마을 주민으로 살면서, 지역에서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 지역 현안들과 부대끼면서 서서히 깨친 거죠.” - 91~92p, 공주 봉현리의 충남교육연구소

 

조성희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충남교육연구소는 2008년 예비사회적기업,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문화전문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무척이나 반갑다.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기 때문. 마을의 어르신들을 강사로 모시거나, 현장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장려하면서도 이를 경계하고 있다. 저자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귀농 환상을 깨고, 도시민들과 농민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농촌 마을을 추구한다.

 

자연히 마을공동체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갖춰야 하는 내용들이 책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귀농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읽어볼만 하다. 자신이 귀농을 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

저자
정기석 지음
출판사
피플파워 | 2014-10-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사람이 사는 대안마을]은 마을을 좋아해서 마을을 연구하는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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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은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 저자가 2012년에 발행했다저자는 1000명이 넘는 인물을 인터뷰 하면서 한국기록원에서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기록문화 대상을 수상한 인터뷰 매니아그가 인터뷰를 하는 이유와 걸어온 길노하우 등을 기록한 게 이 책이다.

 

저자는 1983년 대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서울신문스포츠서울세계일보경향신문 편집기자 생활을 했다책을 통해 신문기자 생활 20년 중 10년을 취재와 전혀 무관한 편집부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그는 글쓰기가 두려웠다고 말한다그러다 경향닷컴의 뉴스팀장으로 발령 나면서 첫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인터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는 머리말과 6개의 챕터부록으로 구성됐다저자는 머리말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면서 인터뷰의 중요성을 주장한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도가 높아졌으며 그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인터뷰와 글쓰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6개의 챕터에서는 저자 본인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인터뷰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단계적으로 밝혔다. 1챕터 인터뷰 비결은 의외로 쉽다에서는 인터뷰가 어렵고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2챕터 인터뷰 달인되기에서는 인터뷰의 기사쓰기에 초점을 맞춘다. 3챕터 성공실전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을 발굴하고 섭외하는 내용을, 4챕터 인터뷰를 잘해야 성공하는 시대에서는 인터뷰가 언론의 영역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5챕터 글쓰기와 화술은 필수 스펙이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정리했고 6챕터 인터뷰 글쓰기 실전사례는 저자의 기사 11개를 소개하고 있다부록에서는 저자가 인터뷰한 인물 리스트와 지역 언론 3년차 미만 기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 내용이 옮겨져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인터뷰 또한 준비한 만큼 보인다따라서 철저한 사전 준비는 인터뷰의 질을 좌우한다관련기사 검색과 인물탐구는 기본이다또한 인터뷰하는 순간 또한 긴장의 연속이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터뷰이의 마음을 파고들어 핵심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한다.” - 40p

 

인터뷰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인터뷰 기사는 준비가 70%이다인터뷰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인터뷰 준비단계로 먼저 누구를 인터뷰할지 인터뷰 성격에 맞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대상자를 선정했다고 해서 모두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 61p

 

저자가 말하는 인터뷰 잘하는 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인터뷰는 그 사람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가는 것이 맞다하지만 그 정보는 어디까지나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정보여야 한다그러한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진 채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고공감과 반성을 하게 하는 이유다.

 

인터뷰라는 한 분야에 매진해서 독보적인 활동량을 보이고 있는 김명수 저자책에 본인의 경험을 쓰면서 인터뷰를 잘 하는 법에 대해 정리했다아쉬움도 있다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책상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머리만 굴려서 쓴 이론서가 아니라 현장 냄새 풀풀 나는 체험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현장 냄새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현장 냄새 풀풀 나는 체험서라는 목적이 잘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만큼 인터뷰를 많이 한 인물인 만큼 그 노하우는 인터뷰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

저자
김명수 지음
출판사
중앙생활사 | 2012-05-22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설득과 소통의 달인이 전수하는 성공 노하우! 성공한 사람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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