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전 표지.



내 인생 최고의 책 삼국지
(三國志)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수호전(水滸傳). 초등학생 무렵 삼국지에 빠졌다가 처음 접한 책이다.

 

워낙 어린 시절 접했던 수호전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동경할만한, 공감할만한 인물이 넘쳐났던 삼국지에 비해 수호전의 인물들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수호전 108 두령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협()에 공감하지 못 하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나이가 든 뒤에 접한 수호전은 기억처럼 재미없기만 한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의 구주모 사장이 쓴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수호전을 소개하며, 동시에 수호전을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먼저 수호전 얘기를 해보자. 수호전은 양산박 108 두령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108명씩이나 되는 인물이 모두 주인공이니만큼 이야기도 방대하다. 물론 108명 모두를 집중 조명하는 건 아니다. 천강성이라 불리는 36명과 몇몇 인물들이 주연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조연 수준에 그친다.

 

전반적인 내용은 각각의 삶을 살던 이가 인연을 맺고, 양산박에 모이는 이야기다. 많은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사연을 가지고 모인 만큼 저마다의 팬층(?)을 공략한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여기까지가 약자의 억울함을 대변하며 송나라에 반하는 소설 수호전이었다면, 이후부터는 조금 뜬금없다. 양산박의 두령으로 지내던 송강 등이 송나라로 귀순하는 것. 그러다 소설 막바지에 양산박 호걸들의 떼죽음 당하며 허무하게 소설이 마무리된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전반부에 비해 설득력이 약한 후반부는 어린 시절의 내가 <수호전>재미없다고 평가하게 된 계기였고, 이후 읽었을 때도 전반 108명이 모일 때까지의 서술 방식이 특이한 옴니버스식 소설정도의 감상만 품었다.

 

어째서 이 정도의 소설이 삼국지, 서유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가, 하는 생각도 많았었지만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먼저 수호전은 김성탄이 첨삭한 71회본과 이탁오의 100, 120회본이 있다고 한다. 내가 읽었던 수호전은 이문열의 <수호지>였다. 이문열의 수호지는 총 10권 분량인데, 김성탄본인 71회본까지가 1~6권이라고 한다. 7~10권은 이탁오본이라고.

 

수호전을 찬양하는 이들이 권하는 건 71회까지의 김성탄본이다. 이후 양산박의 호걸들이 송나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이야기들이 담긴 이탁오본은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고. 내 생각에도 수호전의 108명이 갑자기 순한 양으로 변해 송나라에 돌아가지 않았다면 어린 시절 그리 박한 취급은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에서는 이런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서문부터 김성탄본에 대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 수호전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배려해 수호전은 어떤 책인지, 어떤 부분을 조명해야 할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책의 전개는 양산박 108명의 호걸 중 저자가 꼽은 수호전의 주요 인물’(송강, 노지심, 임충, 이규, 양지 등)의 일화를 언급하며, 그 일화에 대한 주석을 다는 형식이다. 배경지식이 약한 독자로서는 알아챌 수 없는 부분도 당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해 알려준다. 수호전과 등장인물을 평가하는 이들의 견해도 소개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매끄럽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학자들은 이를 지역이란 한계에 갇혀 있던사람들이 전국적 교제망을 지닌 관료조직을 선망하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공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공상은 민중들이 열망한 것이기도 하다. 욕심 많고 부도덕한 서리(와 그 아래 아역)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인종이었다. 그래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송강처럼 훌륭한 서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역설이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는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 100p, 송강 같은 서리를 갈망한 사회

 

이후 노지심이 보여주는 행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달과 석가. 노달은 의협심에 불타는 거친 본성을, 석가는 불법에 발을 디딘 이런저런 상황을 말한다. 이 둘은 격렬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런 갈등을 해학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 133p, 엄청난 강도로 다가오는 이타행

 

수호전의 여러 내용을 소개하는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정의. 책에서는 수탈당하는 백성들, 사회의 부조리 등 부패된 권력에 고통받는 백성들과 그들을 돕는 양산박 영웅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부도덕한 지배계층에 대한 비판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술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언급됐는데, 이는 수호전 자체에 술과 관련된 일화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술 사랑이 섞인 것은 아닌가 하는 작은 의심도 든다.(웃음)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는 소설 수호전을 읽은 적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읽어보게 만드는 효과를, 읽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수호전을 읽어본 듯한 인상이었다.

 

이 책은 수호전을 사랑하고, 재미있게 읽은 이들을 위한 책은 아닌 듯하다. 나처럼 이탁오본에 실망해 수호전을 재미없는 책이라고 정의했던 사람이나, 읽어보고 싶었지만 접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저자가 의도한 것은 아닐지는 몰라도,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현실과 따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부도덕한 지배계층을 비판하는 수호전과 이 책은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울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읽는 이의 가슴에 작은 촛불을 켜게 하는 듯한 책, 이것이 <혼돈의 시대 수호전을 다시 읽다>의 나의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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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일에 나온 책 <혜주>가 현 '개, 돼지 발언'에 이어 '꼭두각시 대통령'까지 예언한 게 아니냐, 하는 걸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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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사회 한국을 꿈꾸며 행복사회 유럽을 보다



세계화와 경제 발전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에게는 한참이나 먼 유럽이지만, 주변에도 유럽을 다녀오는 지인들이 많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럽을 다녀온 이의 책을 직접 편집하게 됐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유럽, 글과 사진을 통해 그곳의 풍경을 머릿속에 담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행복사회 유럽> 이전에 <마을을 먹여살리는 마을기업>, <마을시민으로 사는 법>, <오래된 미래마을>, <사람 사는 대안마을>, <농부의 나라> 5권을 집필했다. 마을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마을, 농촌, 공동체라는 키워드에 몰두하고 있는 전문가다. 전작 <사람 사는 대안마을>에 있는 살기 좋은 나라와 세상은, 사람 사는 마을이 모여 이룬다는 문구는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추구하는지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사회적 자본과 사회 안전망이 바탕이 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창조적인 패러다임과 공정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사람이 먼저인 행복한 민주사회 유럽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오라고.

 

<행복사회 유럽>들어가는 글에 있는 내용이다. 저자가 유럽 7개국, 영국·체코·이탈리아·프랑스·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를 둘러보며 직접 보고 겪은 것을 바탕으로 쓰였다. 흔한 유럽의 관광기가 아니라 마을과 농촌, 공동체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의 유럽 지역사회 일상생활 체험기라는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운하와 골목들.


저자는 영국을 시작으로 체코,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도시들을 둘러봤다. 영국 런던의 살인적으로 비싼 물가에서 런더너(Londoner)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보는가 하면, 호화로운 박물관·미술관에 감탄한다. 체코 프라하에서는 지상으로 도심을 누비는 전차, 트램을 둘러보고 보헤미안 맥주를 마신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대기업의 대형마트보다도 협동조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취리히 시민들이 동네마다 있는 협동조합 마켓에 들러 장을 보는 모습은 한국의 협동조합들이 배우고 추구해야 할 모습이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업 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네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꾸려가는 독일의 농업환경은 보다 사람에 가치를 두게 한다. ‘농촌에 최소한 유지되어야 하는 인구 밀도를 헌법으로 정해 두고 농가를 보호·지원하는 독일의 정책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민들은 농민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정식으로 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해 수년간의 실습을 거친 뒤 농부 고시에 합격해야 주어지는 자격증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게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업이다. 90%가 산악지형인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서는 농사의 장인(농업마이스터)들이 농사를 짓고, 농가를 개량한 농박과 식당을 운영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티롤에서 생산되는 빵과 우유, 치즈, 햄 등의 로컬푸드를 즐기는 사람도 많단다.


체코 프라하의 도심을 누비는 트램.


책은 유럽의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도, 그와 연관된 이야기들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저자는 유럽의 모습을 두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동시에 창조적인 유럽의 마을공동체와 지역사회는 경이로우면서도 아름다웠다. 한국에서 그토록 오래 갈망하던 사람 사는 세상처럼 보였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행복사회 유럽보다 행복사회 한국을 간절히 원한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언제고 '헬조선'이 아니라 '행복사회 한국'이라고 불리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유럽의 멋진 도시 풍경과 정겨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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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가 되지는 말자  (0)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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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서울로 모이는 것은 왜일까. 일전에 이런 얘기를 나눌 때 나는 그 해답을 수요와 공급이라 말했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생긴다. 그리고 공급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공급을 쫓아 수요도 늘어난다. 경제논리에서는 공급이 과잉되면 수요에 맞게 조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공급되는 게 상품이 아니라 생활 전반적인 모든 것이기 때문일까. 공급이 과잉되더라도 서울로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은 이런 서울,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비판하고, 지방주의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의 저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술가로 활동하며 모든 종류의 차별(지방차별, 여성차별, 장애인차별, 학력차별 등)을 비판하는 사회비평가다. 그는 지방에서 수십 년 동안 대학교수로 지내면서 본 모습을 토대로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대한민국의 기형적 모습을 비판한다. 서울을 서울공화국이라고, 지방을 식민지라고 표현했다.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중앙의 신탁통치라고도 했다.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이기 때문이다. 지방 식민지화는 인정 욕구의 획일화·서열화는 물론 대학입시·사교육 전쟁, 극심한 빈부격차, 지역주의, 정치의 이권투쟁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들의 핵심 원인이다. 이게 바로 중앙의, 중앙에 의한, 중앙을 위한 지방정치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 43~44p, 중앙의, 중앙에 의한, 중앙을 위한 지방정치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정부 예산은 눈먼 돈이다. 눈먼 돈을 붙들기 위한 사생결단식의 전쟁이 전국에 걸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줄 전쟁이다. 그런 줄이 있느냐 없느냐, 강하냐 약하냐가 지방 선거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으니, 이걸 어찌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부식민지 줄 ᄊᆞ움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 139p, ‘내부식민지 줄 싸움그만하자

 

저자의 이런 주장들은 근거 없는 피해의식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인구의 절반, 대기업의 본사, 상위권 대학의 위치, 공공청사 등, 눈에 드러나는 자료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되는지 보여준다.

 

책에서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수도권의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유력인사들의 문제기도 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보면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해결하지 못 하는문제가 아니라, ‘안 하는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지방을 떠나는 사람들이 돈 벌어 서울 강남으로 간다면 지방이야 어찌 되건 말건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대부분 지방에선 먹고살 길이 없거나 희망이 없어서 떠난다. 고향 떠나 뿔뿔이 흩어져 힘겨운 생존투쟁에 나선 이들에겐 인터넷 들어가 하소연할 시간도 없을 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들의 인권은 사회적 의제로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 285p, “서울은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보다 중요하다고?”

 

나 역시도 취업할 때 지방 기업보다는 숫자가 많은 수도권에 먼저 눈을 돌렸었다. 지금에야 경남도의 소식과 이야기에 눈길을 돌리고 집중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기 때문에서지, 남들이 생각하는 지역 애착과는 성질이 다르리라 생각한다.


 

청년들이여 고향을 지향하라” - 276p, 일본 지방행정가 이즈모시 데쓴도 발언

 

교통·미디어 등의 발달로 생활권이 넓어졌다. 저가항공, KTX 등으로 이제는 쇼핑을 하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 생존을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먹고 살기 위해 지방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쭉 지방에서 자라온 이가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먼저 눈 돌려야 하는 것이야 말로 문제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언제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지방을 내 지역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저자는 극심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기금 조성을 들었다. 공감하며, 지역 중소기업들을 위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덧붙인다. 지역 기업을 통해 지방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의 핵심 내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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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내가 나고 자란,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 9일에 발간된 <경남의 숨은 매력>의 소개 글의 일부인 이 내용은, 책을 소개하는 데 무척이나 적절한 문구다.

 

이 책은 경남지역 18개 시·군을 소개한다. 언뜻 보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지역을 소개하는 책인가 싶지만, 역사와 문화를 통해 지역을 스토리텔링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책의 저자인 김훤주 기자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해온 이다. 지역, 특히 경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역사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학자가 펴낸 역사서는 아닙니다.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의 관점에서 발품을 팔아 돌아보며 느끼고 찾아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책 곳곳에서 저자의 사심 가득한 지역사랑이 담겨 있다.

 

책은 흔히 알려진 지역의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지역 고유의 특징을 살피며 지역사를 소개한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지역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지역마다 고유의 특징들이 있고, 그 특징은 삶과 문화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거창에 커다란 돌부처가 많다거나 고성 학동의 돌담장이 아름다운 것은, 거창이 전국 으뜸의 화강암 산지이고 고성은 지질이 무른 퇴적암 계열이라는 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 머리말 中

 

지금까지 6개의 가야국 중 고령의 대가야와 고성의 소가야를 크기의 개념으로, 큰 가야와 작은 가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상 교역으로 발전한 가야였고, 주력물품이었던 라는 소리가 ()’라는 문자로 남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인상 깊다.

 

김해 관동유적모형관 일대 관동리 고대 항만유적


김해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나조차도 몰랐던 항만 유적 이야기는, 스스로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적었음을 반성케 했다.

 

우리나라는 초··고 의무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적인 소양으로 역사(歷史)를 배운다. 나 역시도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내게 역사는 낯설기만 하다. 그나마 다른 역사에 비해 가야에 대한 기억이 많은 것은, 김해에서 성장하면서 가야의 흔적들을 일상 속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굵직한 역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있는 우리 곁의 역사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들은 더 매력적이다. 지역 역사를 알고 지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특별해질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지역이라는 개념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 그러다 보니 젊은 층은 지역에 살면서도 지역의 이야기를 모르고, 접할 기회도 적다.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층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렵지 않고 쉽게,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았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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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 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새 책이 발간됐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이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은 25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저자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한겨레의 인터뷰와 <풍운아 채현국> 등으로 유명인이 된 채현국 어르신과 전설의 주먹이라 회자되고 있는 방배추(방동규) 선생 등이 등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 대부분 이름은 들어본사람들인데, 그중에 가장 나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채현국 어르신이다. <풍운아 채현국> 때도 그랬지만 이 어르신이 하는 말에는 나를 공감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현국 어르신을 볼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사실 홀 위에 서 또렷한 자기주장을 해가면서 저에게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면박하는 그의 모습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움츠러지는 건,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경찰을 보면 긴장하게 되는 습관 탓일까.

 

그러면서도 내가 이 어르신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말이 철없는 20대인 내게 크게 와 닿기 때문이다.

 

그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종용한다. 학교에서는 질서만 가르치고 의심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이런 그를 보면서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이답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도 고정관념일까? 채현국 어르신의 말을 보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도로마냥 엉망이 되는 내 머릿속을 보면 철학과로 가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

 

잘못된 생각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옳다고 확실히 믿는 것, 확실히 하는 것 전부가 고정관념입니다.”

- 15p

모든 배움은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입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얼마나 다각도로 의심할 수 있느냐. 의심할 수 없으면 영혼의 자유는커녕 지식의 자유도 없습니다.”

- 38p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 <풍운아 채현국>



 

전설의 주먹방배추 선생은 빼어난 싸움 실력으로 유명하다.(이분에게 어르신, 어른, 할아버지 등등의 표현을 붙일 수 있지만, 어째선지 선생이라는 표현이 착 달라붙는다.) 다만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에 맞지 않은 건장한 체격이나 싸움 실력 따위가 아니라 마르크스에 대해 말하는 모습에서다.

 

그는 감히마르크스를 두고 노동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때 서해화성이라는 기업의 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나도 돈이 제일 좋다면서도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나아가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노느매기밭을 했었다. 돈이 좋다면서도 돈 벌 기회를 차버리는 일도 많았다.

 

주먹’,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린 방배추 선생이지만, 그에게서 채현국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뇌섹남의 향기가 느껴진다.

 

노동이란 내 몸을 굴리지 않으면 바로 굶어죽을 수도 있는, 그렇게 절박하고 가혹한 거야. 먹물들이 몇 개월을 해본 다음에 , 그거!’ 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그건 관념에 불과한 거야. 하긴 그런 경험을 해봤다면서 바닥 민중을 잘 안다고 말하고, 노동문제연구소 같은 간판을 잘도 내걸두만.”

- 87p<배추가 돌아왔다2>

 

 

중요하게 언급한 부분은 아니지만 책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노동운동가 김진숙 씨의 말도 깊이 새겨볼 만 하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일까.

 

제일 큰 게 비정규직 문제에요 그게 노동운동의 아픔이고 아킬레스건이죠. 한진도 비정규직이 세 배가 넘거든요. 이 분들에 대해서는 방침이 거의 없어요.” 

- 156~157p

 

 

앞서 언급하지 않은 장현숙 할머니나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 공무원 임종만 씨, 김순재 전 농협 조합장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장현숙 할머니와 임종만 씨의 이야기는 서툰 글로 표현하기 보단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길 권하는 마음에서 아껴뒀다.

 

 

풍운아, 현대판 임꺽정, 거리의 철학자 등, 채현국 어르신을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내게 그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파격의 인간을 고르겠다. 그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사람들을 분류할 때 보편적으로 쓰이는 노인’, ‘부자’, ‘철학가따위의 표현은 그에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류로 묶을 수 없는, ‘별난 사람이면서 자신만의 영혼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 모두 영혼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까이서 본 적 있을 꼰대어버이연합등으로 인해 어르신들에게 실망한 청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며 한마디 하고 싶다.

 

“다들 헬조선이라 부를 정도로 엉망인 게 현실이지만, 이렇게 존경할만한 어른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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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그 시절을 주제로 한 영화나 소설이 나오는 것은 그 아픔을 잊지 말고,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과거를 봤을 때, 이번에 소개할 <대한민국 악인열전>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야 할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 책의 저자는 경남도민일보에 재직 중인 임종금 기자다. 그는 지난해 광복 70년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7회에 걸쳐 연재 기사를 작성했다.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은,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나 매국노 이완용이라는 커다란 이름 뒤에 숨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조명했다.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치더라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근현대사의 악인들이 있습니다. 그런 악랄한 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왜 그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군인, 우익단체, 친일경찰, 친일헌병, 친일깡패, 토호, 해외인사 등 각 분야에서 대표적인 악인들이 취재 대상입니다. 이들을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합니다.”


저자가 처음 기사 연재를 시작하면서 글이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다.




1950년 대구형무소 재소자 학살 현장 모습. / 금정굴인권평화재단 (gjpeace.or.kr)


 


책에서는 8명의 악인을 소개한다. 저자가 칭하기를 살인마 김종원, 벙어리 국회의원 이협우, 일본 국회의원 박춘금, 잔인한 악질 헌병 신상묵·박종표, 친일 경찰 노덕술, 조작의 달인 김창룡,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 김동한 등. 자신에게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가친척 모두를 죽이거나 멀쩡한 주민을 빨갱이로 몰아서 학살하는 등, 누구 하나 꿀리지 않는 전적의 소유자들이다.

 

8명의 악인 중 특히나 기억에 남는 인물은 벙어리 국회의원 이협우. 대동청년단이라는 우익청년단체의 장을 맡았던 그는 사람을 죽이고는 빨갱이였다는 말로 죄를 피한, ‘악질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인물이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이협우는 2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29살의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이 됐다. 기록에서 보는 그는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는 국회에서 말 한마디 안 하는 벙어리 국회의원이었다. 숱한 생명을 앗아가며 얻은 권력으로 무엇 하나 이루지 않은,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고향 경주에서 숨을 거뒀다는 그의 이야기는 안 그래도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도록 했다.


 

쉽게 풀어쓰고자 한 저자의 노력 덕인지 막히는 곳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읽기 어려운 책이다. 글이 아니라 글이 내포하고 있는 내용 탓이다.

 

책에서는 8명의 인물을 소개했지만, 이외에도 많은 악인이 더 있을 것이다. 이 악인들과 공조해 악행을 저지른 이들 역시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살해당한 이들은 더 많을 것이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도.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살해당한 이들을 다시 살릴 수도 없다. 현실은 <시그널>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까이 목숨 잃은 이들에게 모든 것을 보상해주지는 못할지언정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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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 [도서/소설] - 조선의 여왕, 혜주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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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실록에서 지워진 왕이 있다고 한다그것도 무려 여왕이란다상당히 파격적인 소재다피플파워에서 출간한 소설 <혜주>의 이야기다.

 

책을 읽기 전 저자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저자에 대해 알면 그만큼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생각 때문이다그래서 살펴본 책날개 부분의 작가소개는 짤막한 데다가 이상했다. ‘지난 30여 년간 역사 연구와 저술을 해왔다더 이상의 작가 소개는 원하지 않았다’ 라니.

 


 

책 속에서 시간은 현대에서 과거로다시 현대로 돌아온다현대의 인물인 송 선생이 서실에서 실록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조선의 여왕에 대해 다루는 골동품 책을 발견하는 것이 시작이다그리고 이야기는 과거혜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주 혜주는 특별할 것 없는그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로 그려진다자신을 가꾸고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10대 중반의 여자아이하지만 후계를 두지 않았던 선왕 광조가 급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조정 대신들의 합의로 결국 열다섯 살의 공주 혜주는 여왕 혜주가 되었다성군이 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여왕이 된 혜주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인사를 단행한다. ‘숭유억불(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부정하는 정책)’이라는 당시 조선의 정책에 반하는 인사였고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신료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였다측근 정치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섹스 파트너격인 정인을 두고 색()에 빠지고 정치를 돌보지 않았다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두물섬 수몰 사고에서 혜주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를 무시한다.


 회운사에서 당일 저도 그 보고를 받았습니다만저로선 도저히 납득하기 힘듭니다청년들은 헤엄쳐 나왔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했나요물가에 사는 사람들이 헤엄도 하나 못 치나요그러고 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평소부터 물난리에 만전을 기했어야지요.” - 280

 

 

 

책의 내용은 짤막하게 요약할 수 있다순수하고 평범했을 공주 혜주가 여왕이 되고 폭군으로 변해가는 내용이다준비되지 못한 이가 권력의 중심에 섰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그리고 동시에 그런 이를 이용하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이고상당히 자극적인’ 내용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시원시원한 전개와 책의 에피소드들도 재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읽고 드는 감상이 더 재밌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첫 여왕이라거나 물에서 난 사고측근 정치 등자연스레 현실이 겹친다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이 책을 불온서적이라 평했다고 한다공감한다.

 


 

이번 사태의 최고 중죄인은 단연 주상이십니다설사 자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자격 없는 자가 왕위에 올라 왕실을 능멸한 죄게다가 4년간의 재위 기간 동안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면서 국정을 파탄시키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한 죄도 결코 가볍지 않사옵니다이를 종합해 보건대 주상에게는 사약을 내리는 것이 마땅한 줄로 사료되옵니다.” -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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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일에 발행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먹거리와 관련된 책이다. 이름부터가 <맛있는 경남>. 경남에서 맛볼 수 있는 유명 먹거리들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통영 멍게, 굴이나 하동 녹차, 재첩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은 한 명의 저자가 쓴 글이 아니다. 4명의 기자들이 글을 썼고 2명의 사진기자가 사진을 담당했다. 모두 경남도민일보의 구성원이다. 이들은 그네들이 사는 지역의 먹거리 특산물을 취재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게 <맛있는 경남>이다. 700페이지가 넘는다. 저자들의 노력과 애정이 듬뿍 담겼다고 생각하면 되리라.



마시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라고 하는 녹차. /경남도민일보

 


어느 지역이 특산물을 안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연이 내준 선물을 잘 가꾼 경우도 있고, 어느 한 사람 노력이 마을 전체로 퍼져나간 것도 있다. 때로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보태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하나가 중심에 있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자연환경·사람 손길·유통·행정·입소문 같은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소중한 이야기를 경남 먹거리 특산물 스토리텔링이라고 이름으로 담아봤다.”

 

저자 중 한 명인 남석형 기자가 머리말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후에도 책에서 담고자 하는 내용, 다루는 것 등. 핵심적인 내용이 머리말에 담겨있다.

 

책에서는 총 23개의 먹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통영 멍게··물메기, 남해 마늘·시금치·멸치, 창녕 양파, 의령 망개떡, 함안·의령 수박, 고성 갯장어, 함양 산양삼·흑돼지, 거창 사과, 창원 진영 단감, 하동 재첩·녹차, 마산 홍합, 진주 딸기, 진해 피조개, 남해안 전어, 남해안 털게(왕방송이게), 마산 미더덕, 지리산 물 등이 그 주인공이다.

 

책의 내용은 대개 이렇다. 왜 하동에서 녹차가 유명한지, 하동 녹차의 효능은 어떤지, 관련된 이야깃거리는 뭐가 있는지 등. 특산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해 준다.

 

차는 중국에서 전래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신라시대에 중국에서 온 차를 재배한 곳이 지리산이고 재배·보급에 좋은 환경을 지녔고 노력한 게 지리산 사람들이다. 특히나 하동 화개면은 그야말로 한국 차 문화의 성지로 불리운다. 차를 즐기는 스님들의 이야기와 10대째 고향 땅을 지키고 있는 우전차 명인을 만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녹차에 속한 카페인 함량은 커피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내용도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맛있는 경남과 지리산 물. /경남도민일보


 

경남지역의 먹거리 특산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경남 내 모든 시·군의 정보가 담긴 건 아니다. 저자 역시도 머리말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맛있는, 그리고 유익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다. 상식으로 여겨질 만큼 익숙한, 지역의 특산물을 알게 되는 건 물론이고 그 유래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선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정보의 홍수, 인터넷에서 ‘xx 특산물이라고 검색하는 것보다 훨씬 공신력 있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지역의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가며 취재한 내용들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여러 곳을 여행 다니며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역시 많다. 직접 유명 먹거리를 조사하고 여행을 떠나기엔 너무 바쁜 세상이다. 계획만 하다가 귀찮음으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도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책에 담긴 이야기로 간접체험을 하면, 언젠가 그 지역을 들르거나 할 때 책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과일이 아닌 과학? 거창 사과. /경남도민일보

 

사실 이 책은 먹거리와 거리가 먼 나에게는 과분한 책이기는 하다. 편식이 심한 데다 주로 먹는 게 치킨이나 피자, 빵 등, 조리 없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소개되는 먹거리 중 먹어봤거나 아는 게 드물다. 그나마 책의 막바지에 소개되는 지리산 물은 지리산의 한 절에서 실컷 마셔봤다. 물론 맹물은 아니고 차로.

 

언젠가 책에 소개된 지역 특산물들을 모두 먹을 날을 기대하며, 우선은 거창 사과부터 맛봐야겠다. 도입부의 문구가 날 사로잡았기 때문.



9월 15일, 마산 창동 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맛있는 경남> 북콘서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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