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애용 중인 로봇청소기, 단후이 X9 이용 후기입니다.

 

이 내용은 매우 주관적이고, 1개월가량 사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합니다. 개인의 '사용기'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단후이 X0 구성품. 본체와 먼지통, (걸레)먼지통, 걸레 2개 등.
앞의 핏이 먼지를 중앙으로 모으고. 바퀴 조금 뒤에 달린 흡입구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뒤에 걸레로 걸레질.

 

로봇청소기래봤자 청소 제대로 안 되는 거 아니야?’, ‘길은 잘 찾아?’, ‘엄청 비싸지 않아?’ . 로봇청소기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있는데. 우선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매우 만족했습니다.

 

1개월을 사용했습니다. 사용하면서 느낀 장점을 나열하자면 이렇습니다.

 

 

단후이 X9.

 

1. ‘로봇청소기다운 자동청소 능력.

 

로봇청소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얼마나 손이 덜 가느냐’, ‘얼마나 청소를 잘 하느냐라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X9는 돈이 아깝지 않은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기본적으로 방 내부 구조를 스캔해서 지도를 그려가며 청소하기 때문에, 손으로 청소하는 것보다 꼼꼼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도를 이용해 벽이나 밀리지 않는 사물은 알아서 피하거나, 살짝 부딪혀가며 피해가기도 합니다. 작은 턱 같은 건 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도 포인트입니다. 바닥에 깔려 있는 전선 같은 건 살포시 넘어갑니다.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 알아서 충전하러 돌아갔다가 다시 청소하기도 합니다. 청소를 마쳐도 충전하러 가고요. X9의 경우 물걸레도 달려 있는 모델이라는 것도 매력적이네요.

 

청소 가동 후 충전 중인 모습. 회색 선이 이동한 경로.
배송 받고 20분 남짓 사무실서 테스트. 필터가 한 방에 검은색으로 바뀌어서 멘붕.

 

2. 만족스러운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폰으로 조작.

 

X9는 사물인터넷 기기입니다. 집의 공유기에 등록 해, 스마트폰으로 해당 기기를 조작하는 게 가능합니다. 예컨대 서울을 방문했다가 창원 집 청소 돌리는 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당연히 원격 청소 조작뿐이 아닙니다. 청소기의 세기, 시간 예약 등. 4차 산업시대라는 걸 실감나게 합니다.

 

X9 스마트폰 앱 모습.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청소 예약.

 

 

3. 애매하지만 활용도 높은 기능과 악세사리.

 

사실 저는 이 기능을 잘 쓰지 않습니다만. 잘만 이용한다면 정말 좋을 거라 확신합니다. 우선 청소 구역 설정청소 금지 구역 설정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를 할 구역과 청소하지 않을 구역을 설정합니다. 책상 아래 정리되지 않은 선이 이리저리 있어, 그 선에 로봇청소기가 걸리곤 합니다. 고정된 선이라면 밟고 넘어가겠지만, 길게 늘여져 있는 선이라면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피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합니다.

 

저는 위 기능보다는 X9를 사면서 함께 받은 진입 방지 테이프를 애용합니다. 자석으로 돼 있는 이 테이프는, 로봇청소기가 여기는 넘어가지 마!’ 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청소 구역 설정에 손 가는 게 싫어서, 선 정리가 안 돼 있는 책상 밑은 진입하지 않도록 해뒀습니다.

 

지정구역청소 및 금지구역추가 기능.

 

4. 반강제적인 정리정돈 습관.

 

장점이라고 하기 애매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턱을 넘고, 사물을 인식해서 피해가고 하더라도 한계는 있습니다. 커다란 비닐 같은 건 청소기로 흡입하지 못 합니다. 그리고 고정돼 있지 않은 이리저리 널려 있는 선 역시 로봇청소기의 적입니다. 로봇청소기를 이용하기 위해 자연스레 정리정돈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선 정리를 안해둔 책상 밑에선 로봇청소기도 무용지물. 정리정돈을 강제한다.

 

 

장점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조금씩 있습니다.

 

전방의 사물을 인식해가며 청소합니다. 낙차가 있는 곳(신발장, 계단 등)의 경우 인식해서 피해가곤 합니다. 하지만 100%는 아닙니다. 20번 정도 거실 청소를 돌렸는데, 1번은 신발장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높이가 20cm 정도 되는 곳이다 보니 고장나거나 큰 충격을 받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낙차가 큰 곳, 예컨대 복층 같은 곳에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인 거 같습니다. 진입 방지 테이프나 청소 구역, 청소 금지 구역 기능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오류가 있습니다.

 

빈도는 매우 낮습니다. 100회가량 청소를 돌렸고, 그중 딱 1번 발생한 일입니다만. 센서가 벽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벽에 닿아 있지만 그걸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살살 움직이다 보니 기계가 부서진다거나 하진 않지만. 이런 오류가 가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거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워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청소 구역 설정, 청소 금지 구역 설정을 할 때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설정한 부분과 실제 적용되는 부분에 미묘하게 오차가 발생하는 오류도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어디까지 가니.

 

저는 X9 자동예약 기능으로 매일 아침/퇴근 전 시간대에 청소토록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알람 대용(?)으로 쓰는 부분도 있습니다.

 

매일 같이 집을 청소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로봇청소기가 필요 없을 수 있겠지만. 저처럼 게으른 데다 출퇴근하는 1인 가구에는 정말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로봇청소기, 추천합니다.

 

많은 브랜드 제품 중 단후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고른 건, 국산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름만 보고선 중국 제품이 아닌가 싶었지만, 경기도 하남시에 사무실을 둔 한국 기업이더군요. ‘국뽕이라서 국산 제품을 고른 건 아닙니다. 로봇청소기는 개인이 아무렇게나 수리할 수 있는 기기는 아닙니다. 국내 A/S가 불가능한, 혹 가능하더라도 매우 어려운 해외 제품들은 아무래도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잘 만들어진 기기지만, 사후 A/S를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요. 또 전년도 로봇청소기 판매 순위에 든 기업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국산 제품이고. 걸레질이 가능하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에. 앱 연동이 되는. 그런 제품 중 가장 경쟁력 있다 싶은 제품이 단후이 X9였습니다.

 

로봇청소기. 매우 추천합니다.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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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대한민국 언론의 현 주소. '메이저'가 앞장서···.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작용해서 1달도 되지 않은 채 이전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해볼 거면 밑바닥까지 경험해 보자는 생각에 검색어 기사만 전문적으로 쓰는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당시 서울에 고시텔을 계약해놓은 상황에서 지역에서는 할 수 없고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본 결과, 이때 검색어 기사를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평생 접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에서 알게 된 지인을 통해 검색어 기사가 뭔지 알고 써본 적이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써본 적도 있다고 하자 큰 어려움 없이 일하게 됐다. 상당히 큰 언론사였다.

OO닷컴의 인터넷팀 매뉴얼. /미디어오늘


업무는 거의 유사했다다만 매뉴얼이 있다거나 전담팀이 있는 등이전 회사보다 훨씬 체계적인 분위기였다회사의 네임밸류가 있다 보니 조회수도 큰 차이를 보였다하지만 오히려 내부의(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사기는 최악이었다.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은 서울·수도권에 있는, 명문대로 분류되는 대학교를 졸업·휴학한 사람들이었다. 지역 출신도 있었지만 대학교는 서울에서 나왔단다. 이들 대부분이 언론인을 꿈꾸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이다그런데 정작 쓰고 있는 것은 각선미가 어떻니가슴골이 보이니 하는 저질스러운 내용이라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검색어 기사가 무엇인지 모르고 들어온 사람이 많았다개중에는 당장 놀고만 있을 순 없으니 이력서를 넣는 동안에라도 잠시 몸을 담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그러다가 합격하면 그만두고 새 일자리로 찾아가고회사에서는 새롭게 인원을 충원하고···.


어뷰징을 담당하는 인터넷팀의 인원은 10명 남짓이었다저마다 출근 시각이 제각각이다어떤 이는 새벽부터 점심까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저녁이 다 될 무렵에 출근해서 밤이 돼서야 퇴근했다나는 오전 11시부터 7시까지를 희망했다아침에 약한 편이기도 하고 과거 야간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면서 생활리듬이 엉망이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급여는 시간 때마다 다르지만 최저임금(5580)이나 시급 6000그러다 계약직으로 일을 하게 되면 월급제로 바뀌는 형태였다.

 

글 작성은 이전 회사에서 썼던 것을 토대로 틀에 맞게 변형시켜 올렸다조금씩 형태가 다르다고 말을 듣기는 했지만 조회수만 나오면 된다는 분위기였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루 기사 작성 건수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데, 나는 하루 20건을 기준으로 잡았다. 그보다 많이는 되지만 적게는 곤란하다고 했다.


종종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여타 매체에서 검색어 기사의 기사 건수에 대해 언급을 한다. 하루에 20~30건의 기사를 쏟아낸 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검색어 기사에 기사 건수가 의미가 있을까. 나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 매체의 검색어 기사 2개를 소개해 보겠다.

 


 

이 기사는 분명 2개의 기사다하지만 과연 이를 2개의 기사로 봐도 무방할까대부분의 검색어 기사는 타 매체의 기사를 베껴오다 보니 기사를 썼다고 하기가 민망하다더군다나 검색어 순위가 높거나 유지된다면 한 번 썼던 기사를 수차례 반복해서 올리기도 한다.

 

내가 썼던 검색어 기사가 포털 검색 첫 단에 있을 때중앙일보에서 동일한 키워드로 작성된 기사가 내 글의 하단에 꼬리처럼 붙었다그리고 5분 뒤 그 기사의 제목이 변경됐고 1시간쯤 뒤에는 그 글이 상단에내 글이 꼬리로 붙었다제목과 내용만 살짝 바뀐 거다이처럼 필요할 때는 수십 개의 글을 올리기도 한다.


바람직한 내용들도 아닐뿐더러 기사를 클릭하지 않아도 같은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연애'가 신경쓰인다.


그러던 중 일을 하면서 담당하던 팀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내가 써야 하는 글들은 다 쓸 테니까 별도로 작성한 걸 올려도 괜찮겠냐. “물론 내용이 부적절하다면 폐기해도 좋고 그저 조회수를 통한 반응이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제출하면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얻었고, 결국 서너 개 정도의 글들을 시험삼아 올릴 수 있었다.

 

올린 글들은 검색어 순위 중 인물이 아닌 경우, 예컨대 탄생석이나 OOO일 등의 키워드가 나왔을 때 매뉴얼에 나오는 형태는 갖추되 규격화된 내용이 아니라 다른 내용으로 써보는 실험이었다. 무의미한 생산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내용을 써보고 싶다는 속내였다.

 

탄생석이라는 키워드가 올라왔을 때 나라별 탄생석의 차이나라별 보석의 표기법등을 작성했다. 매월 초마다 등장하는 검색어니까 다시 검색어 순위에 오를 거라고 생각했고 예상이 적중했다. 나름대로 조사를 해 뒀던 내용을 토대로 글을 올렸고 비교적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물론 여배우 한 명을 잘 벗긴 것’(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들끼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에 대해 이런 표현을 썼었다.)에 비하면 그다지 높은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선정적이고 무의미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한 기분이었다.

 

설이 되기 전, 일을 그만두고 다시 김해로 내려오면서 3개월 정도의 짧은 서울 상경을 마쳤다.




2015/05/28 - [후기] - 메이저 언론 낚시기사 알바 체험 해봤더니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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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경제신문에서 연예 소식을?

 


 

2014년 더위가 가시고 날이 시원해질 즈음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이력서는커녕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없었으나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시원스레 사직서를 제출했다.

 

10월쯤부터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했으나 뜻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이력서를 넣으면 대부분 떨어지고 몇 군데는 서류합격을 했지만 면접에서 탈락했다. 지원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탓에 서류합격을 하더라도 면접 보러 오르내리는 교통비가 만만찮았다.

 

점점 마음이 다급해지던 중 한 매체에 합격했다. 2014년의 막바지인 12월이었다. 합격한 매체는 서울에 있는 인터넷 경제신문.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매체에 대해 알아봤더니 IT제품에 대한 소식과 함께 기업분석 등이 주를 이뤘다. 구직활동으로 지쳐가던 시기라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함께 합격한 10명의 미생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첫 과제는 기업에서 보내온 보도 자료를 스트레이트 기사로 옮기는 것이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고 곧바로 실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10명이 같은 보도 자료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며 서로의 글을 살피는 식으로 진행됐다. 다음 날부터는 두 명이서 한 자료를 맡았다. 10, 15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그 시간 내에 글을 완성해야 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하면서 회사에서 쓰이는 표현 등을 숙지시키는 과정이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2주 차부터 검색어 기사’(어뷰징)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키워드에 대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용하는 키워드 대부분이 네이버 인기검색어였고 그중 일부가 다음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를 기사로 써 기사 클릭 수(사이트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게 목적이다.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핫토픽 키워드.


함께 뽑힌 인턴 중에는 언론사 경력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검색어 기사를 경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험은커녕 구체적인 정보조차 없는 상태였다. 나 역시 어뷰징이라는 단어로 짐작했을 때 같은 기사를 조금씩 바꿔서 계속 노출하는 것정도로만 인지했다.

 

이런 초짜들에게 선배는 여러 가지 팁을 던져줬다. 검색어 키워드로 기사를 쓰되 타 언론사들과는 다른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라거나 검색어의 단어는 4~5회 이상 반복해서 쓰라는 것. 그리고 내용은 크게 중요치 않으니 제목을 잘 뽑으라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이런 검색어 기사는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좋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제목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단어를 4~5회 이상 반복하라는 거나 내용이 중요치 않다는 게 의아했다. 자극적인 제목이라는 것에도 애매했다. 경제기사에서 자극적인 내용이라니. ‘삼성, 네이버 인수 시도하다따위의 과장된 표현인가 싶었다.

 

그런데 웬걸. 인터넷 경제신문사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연예 관련 소식을 다루고 있었다. 온통 몸매가 어쩌니, 입었니 벗었니 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떠나 경제 매체에서 이런 걸 써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부터 먼저 들었다.

 

실습에 들어갈 무렵, 탤런트 클라라와 연예기획사 폴라리스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었다. ‘클라라폴라리스등 여러 가지 키워드들이 검색어 순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대한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처음부터 막혔다. 클라라가 누군지 모르는데 클라라를 가지고 15분 안에 기사를 쓰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선배에게 글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질문을 했고, 선배는 내용은 안 중요하니 대충 적거나 베껴오라고 대답했다. 최근 거 말고 예전에 다른 언론사에서 낸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문체만 바꾸면 된다고. 제목과 내용이 어느 정도 일치할 수 있도록 꾸미기만 하면 된다고.

 

내용의 문제가 꺼림칙하게 넘어가고 나서는 제목선정이 어려웠다. ‘클라라와 폴라리스, 법적 분쟁같은 평범한 제목을 붙였다가 호되게 혼났다. 몇 차례 선배가 원하는 기준점을 넘지 못해 종일 욕만 먹다가 1시간 만에 클라라, 속옷만 걸친 채 소파에서라는 제목을 달았다. 과거에 클라라가 찍은 화보를 보면서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은 조회수 25000을 넘어 그날 가장 많이 읽힌 기사가 됐다.



열흘쯤 검색어 기사를 쓰면서 알게 됐다. 유명인사에 대한 글, 특히 노출이 많은 사진을 포함한 글을 쓴다면 많이 읽힌다는 것을. 실시간 검색어도 무의미했다. 아이유, 수지, 전지현 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소식을 올리면 그 자체만으로 어느 정도의 클릭 수가 보장됐다. 거기에 야시시한 사진이 함께한다면 폭발적인 조회수를 보였다. 나중에는 처음에 고생했던 제목 달기도 어렵지 않았다. 노출이 많은, 화보 등의 사진과 그 모습을 묘사한 제목이면 되니까.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가수 수지(miss A 소속)가 탄산음료 CF를 촬영한 적이 있다. CF는 물이 쏟아지는 클럽 풍의 배경에 수지가 흠뻑 젖어가며 춤을 추는 내용이다.


 

수지를 키워드로 쓸 때 이 CF 영상의 한 장면을 캡처해서 쓴다. 그리고 제목으로는 <수지, 국민 여동생에서 여인으로><수지, 흠뻑 젖은 채 남성에게 같이”> 정도로만 달아도 성공이다. 이 성공이 누구를 위한 성공인지, 옳은 것인지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서 말이다.

 

이렇게 작성된 기사들은 기자의 바이라인이 달리는 게 아니라 뉴스팀이나 인터넷팀등으로 나가게 된다. 종래에는 이것마저도 바뀌어 회사에 없는 사람의 이름을 기자명으로 작성했다. 어째서 본인의 바이라인을 달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인지, 복잡한 책임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인지.





2015/05/29 - [후기] - 메이저 언론 낚시기사 알바 체험 해봤더니 - 2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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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저녁, ‘카카오택시를 이용해봐라는 특명을 받았다다음카카오에서 지난해부터 준비해오던 카카오택시를 서비스 개시한 것카카오택시를 이용하고 체험담을 후기로 작성하는 것이 이번의 임무다.



카카오택시 승객용 / 기사용 앱.



우선은 앱을 다운받기 위해 구글 플레이에 접속했다검색하니 기사용 앱과 승객용 앱이 나온다다운·설치과정을 거쳐 접속한 앱은 카카오 계정을 통해 로그인할 수 있다앱에 접속하면 별다른 화면 없이 택시호출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할 수 있는데, 매우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게 개인적인 평가다급해서 택시를 타려고 앱을 작동시켰는데 다른 내용이 뜨면 귀찮지 않은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한 뒤 하단의 호출하기를 통해 택시 호출이 가능하다호출하기 바로 아래엔 지금은 콜비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 카카오택시는 당분간 별도의 콜비 없이 이용이 가능하.


직접 카카오택시를 이용해보기로 했다창원시 중앙동에서 경남도민일보사로 위치를 맞추고 호출하기호출하기를 누르자마자 예약완료라는 화면이 뜨면서 담당 기사의 이름과 사진차 번호차 종 등이 화면에 나타난다스마트폰 GPS 기능을 이용해 담당 택시의 위치와 도착 예정시간까지 안내한다.

 

안심전화’, ‘안심문자’ 기능이 인상적이다안심 메시지를 누르고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된 친구를 선택하면 친구의 카카오톡에는 택시의 출발 위치시각과 도착예정시간 등이 표시된다여성이나 어린이노약자 등의 승객들이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택시에 탑승기사님께 목적지를 말씀드리고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했다



카카오택시 호출·예약 화면.



 

 

30분 정도의 짧은 인터뷰를 마치며현직 종사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택시에 대해 정리하자면 이는 다음카카오에서 선보인 모바일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이다. 카카오톡과의 연동을 바탕으로 안심 메시지안심 전화 등을 무기로 내세운 다음카카오가 콜택시업계에 도전장을 낸 것국내 가입자가 38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은 카카오택시의 든든한 우군이다. 콜택시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만큼 난립한 콜택시 시장에서 카카오택시만의 차별화를 통해 성과를 거두겠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필자가 봤을 때 현재 카카오택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무료. 사실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다콜택시를 이용하려다가도 1000원 남짓의 비용 탓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직접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1일부터 서비스한 카카오택시는 4월 2일 현재까지 콜비를 받지 않고 있접근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발생한다면 넌센스가 될 수 있. 


더군다나 인터뷰를 통해 택시기사들에게도 회원 수수료나 회비를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콜택시 서비스는 '회비'나 '수수료'를 통해 일정 금액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가지는 시스템이다택시 기사의 입장에서는 월마다 일정 금액을 콜 서비스 업체에 지불하고 있는데, 그만큼의 이익을 승객들에게 거둬야 수지가 맞는다. 때문에 콜 거부 등의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무료'라면 얘기가 다르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야 별다른 비용 없이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좋고, 승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동하는 거리만큼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야 어느 콜택시가 좋다는 식의 정보를 알고 있겠지만가뭄에 콩 나듯 이용하는 사람들은 콜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이런 측면에서 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접근성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다최초 1회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승객 선착순 10만 명에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지급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기사 평가, 이벤트로 지급되는 쿠폰.


 

하지만 단점들도 눈에 띈다인터뷰이가 말한 것처럼 콜 거부와 네비 연동 불가’ 등이다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보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무료'로 운영될지 등의 이후 운영 방안도 관건이다. 


또한 경쟁 상대의 증가도 큰 카카오택시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카카오택시보다 하루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백기사는 콜비를 아예 받지 않는다오는 14, SK플래닛의 ‘T맵 택시도 출시 예정인 데다 네이버 역시 전국택시 통합 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카카오택시가 콜택시 시장에 잘 안착할지그리고 아직은 아날로그 콜택시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역 콜택시 시장에서 '디지털 콜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가 활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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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본 글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예전 예비군과 지금 예비군의 변화된 점, 차이점등을 조사하고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었지만. 이런 실태를 보니 원인 규명과 개선안 제시가 더 시급하다는 생각에 글의 주제도 바뀌었다.

 

 

국방부에서는 2015년을 기점으로 예비군 제도를 대규모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부대에서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며, 김해예비군훈련장 역시 하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훈련 일정을 예비군훈련생들이 직접 일정을 짜고, 전자기기를 통해 동영상 시청을 한 뒤 조교와 교관에게 평가받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필자의 친구는 창원에서 예비군훈련을 받았고, 바뀐 시스템을 경험했다. 바뀐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렇게 해봤자 군대다. 꽉 막힌 동네에서 뭘 하든 소용없지. 우리끼리 훈련 다 짜놔도 오후에 자기네들 마음대로 배치시키더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바꾸겠다고 발표한 사안이 어떠한 사정 때문인지 지켜지지 않은 것.


군대에 대해 좋게 치장해서 말하면 '규율이 살아있는 군 문화'라고 할 수 있지만, 실상은 고집만 가득한 악폐습의 집합 공간이다. 


필자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예비군들은 예비군훈련에 대해 부정적이다. 물론 개인의 시간을 빼앗기며 군복을 입고 정해진 훈련을 소화한다는 것이 싫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혐오감이 예비군에는 있다. 무엇이 예비군을 기피하게 만드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은 예비군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을 싫어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필자는 현재 예비군의 안 좋은 모습은 전적으로 국방부의 잘못이라고 판단한다. 조직 경영능력의 부족이다.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한 결과물이다.



예비군 복장 규정 완화, "전투모 없으면 사라"


 

군에서 잘못한 일이야 일일이 세기 힘들 수준이지만, 당장 생각나는 한 가지를 꼽자면 예비군 훈련 복장 규정 완화사건이 떠오른다. 지난해 4~6월 쯤 국방부에서 예비군 훈련 복장 규정을 완화했다. 전투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훈련장에 입소 가능하다. 전투모를 지참하지 않은 채 훈련에 참석해달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혹시나 싶어 전화로 문의를 했고, 이제는 전투모가 필요 없으며 앞으로도 쓸 일이 없다고 동대 관계자는 설명했었다. 앞으로 쓸 일이 없어진 전투모를 그대로 헌 옷 수거함에 넣었었다.

 

하지만 8월 무렵, 향방작계를 간 필자에게 군 관계자는전투모를 지참해라며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이에 대해 따지는 이들에게 전투모 없으면 입소가 불가능하다없다면 군장점에서 구입해라는 어처구니없는 응답을 했다.

 

현역일 때엔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군의 지시에도 어쩔 수 없이따라야 했던 사람들이 예비군이 돼 불만을 터트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귀찮아서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모습은 심각할 정도로 망가져있지 않나(보통 지나가는 사람에게 같은 일을 하라고 하더라도 예비군보다 제대로 한다).

 

모든 것을 국방부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병사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시점에서 아웃이다심지어 사회의 눈도 차갑다. 얼마 전 이슈가 됐던 '지하철 예비군'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간 기업이었다면 100번도 더 파산했으리라


훈련 시스템을 바꾸는 등의 시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 ‘신뢰받을 수 있는 군이 돼야 한다. 이미 군인의 신분을 벗어던진 예비군에게는 군대의 엉망진창인 명령체계가 통하지 않으니까. 부디 멈춰있는 국방부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



병사들이 곡괭이, 삽질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간부로 추측되는(구형 군복 착용) 군인이 농땡이를 치고 있다.



덧붙이자면 예비군의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한결같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달라진 예비군' 등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예비군의 시스템·제도에 대한 변화를 넘어,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5/03/29 - [후기] - 예비군 훈련, 김해예비군훈련장을 가다 #1


2015/03/29 - [후기] - 예비군 훈련, 김해예비군훈련장을 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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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위치한 훈련장소. 도착하자마자 훈련에 돌입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조이기에 순서가 빨랐다.


첫 번째 훈련은 시가지 전투였다. 도심 내에 적군이 침입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격퇴하는 훈련. 진주, 서울의 훈련장에서는 생략한 훈련이었고 대전에서는 세워져있는 사람 모양의 표적으로 훈련을 했었다. 하지만 김해예비군훈련장에서는 페인트 탄과 보호구를 줘가며 제대로하는 모양이다.

 

포장해서 말하면 시가지 전투훈련이지, 사실상 서바이벌 수준이다. 조교 2명이 정해진 레퍼토리 내에서 사격을 하고, 훈련병들은 탄을 피해 가면서 10분 이내에 목표 깃발을 뽑는 것. 3명 이상 조교의 페인트 탄에 맞으면 실격이라는데, 조교가 대충 쏘기도 하고 몸을 드러낸 뒤 2~3초 뒤에야 사격을 하기에 난이도가 낮았다. 내가 속한 조는 너무 늘어지지 말고 적당히 해서 조기퇴소하자라고 말을 맞춰놓았기에 빨리빨리 끝냈다. 1분 40, 교관 말로는 최단 시간 클리어란다. (필자의 경우 페인트 탄을 쏘는 게 재밌어서 조교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기다리다가 헤드샷을 날려줬다.)


저 광고들은 돈을 받고 설치한 것일까.


20여 분 동안 산을 타고 또 20분 정도를 교관의 교육(이 훈련의 취지와 시행 방법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받은 게 1분 남짓 만에 끝나버리니 허탈하기도 했다. 듣자 하니 10분의 1 정도 확률로 실패하는 조도 있다 카더라.

 

두 번째 훈련은 검문소 운영이다. 검문소를 배치해 적군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도로공사 때 길을 막거나 경찰이 음주단속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이때야 알았지만 금요일에 시행된 이 훈련은 첫 번째가 아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필자가 훈련을 받을 땐 금요일) 쭉 이어져왔고, 며칠 연속으로 훈련을 받는 사람들이 다수. 그래서 교관의 교육조차 생략하고 곧바로 실습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문소 운영은 차량이 강행돌파할 수 없도록 장애물을 S자로 배치한 뒤, 각자에게 하달된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이다. 필자가 맡은 역할은 엄호조. 드럼통 하나 세워놓고 뒤에서 총으로 겨누고 있기만 하면 된다. 이번 훈련 역시 1분 정도 만에 끝났다. 이동하는 데 30, 대기시간이 30분 정도 걸렸는데, 정말이지 비효율의 극치라고 생각했다.

 

이후 산 중턱까지 내려가 오전의 마지막 일정인 안보교육 및 시험을 수행했다. 동영상을 틀어놓고 10문제 정도의 문제를 내 시험을 치는 것. 틀려도 동영상을 다시 보여주므로 부담은 없었다. , 필자 조의 분대장은 동영상이 나오기도 전에 이 문제 4일째 풀어서 다 외웠어요라며 답을 써내려갔다. 혹시 몰라 열심히 동영상을 본 나는 감탄했다. 만점이다.

 

이윽고 점심시간, 점심을 먹겠다고 한 사람들은 점심을 먹고 나머지는 적당히 쉴 곳을 찾아 몸을 뉘었다. 필자는 그다지 맛있지도 않은 밥을 5000원씩이나 써가며 먹기 싫다는 이유로 밥을 걸렀다. 체중감량을 위해서라는 명분도 일정 부분 있었다. 적당히 페이스북에 중간보고를 하고, 글의 조미료가 될 사진을 몰래몰래 촬영. 그리고 따뜻한 볕이 드는 곳에 몸을 뉘었다. 천국이다.


"군복만 있으면 어디서든 누울 수 있어요."


오후에는 목진지 전투 훈련만 했다. 통상적으로 사격 등을 함께 한다고 하지만 필자가 간 날에는 사격 일정이 없었다. 목진지 전투는 산을 배경으로 분대 단위의 임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훈련이다. 진지를 점령하고 다가오는 적군을 발각·사살하는 내용으로 진지 점령·전화기 설치·크레모아(지뢰) 설치·경계임무·수류탄 투척·소총 사격 등을 평가한다. 산 아래쪽에서 조교 1명이 적군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이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글로 써보니 무척 힘들거나 대단할 것 같은 훈련이지만, 이전 훈련과 마찬가지로 맥없이 끝났다. 실제 실습시간은 3~5분 남짓. 하지만 대기시간은 훈련 중 최장이었다. 100명 가량의 인원을 모두 이곳에 집중시켰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거의 2시간 정도를 기다려서야 실습을 한 필자의 조는 모든 훈련에서 합격을 받아 조기퇴소를 했다


일찍 마쳤다는 게 좋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훈련 시스템이 너무 엉망이라는 불평을 한 것이 사실이다. 편한 게 좋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 훈련에 대해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훈련은 시간 낭비라는 게 필자의 평가훈련을 마친 지금에 와서는 빨리 주소지 이전해서 다른 예비군 훈련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2015/03/29 - [후기] - 예비군 훈련, 김해예비군훈련장을 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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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7, 예비군 훈련에 다녀왔다. 동원미지정으로 하루 출퇴근을 하는 형식의 짧은 훈련이었다.

 

필자가 가게 된 곳은 김해예비군훈련장. 현재 거주지는 창원이지만 시간이 없어 주소지 이전 신청을 못한 관계로 본가 인근의 훈련장에 방문하게 됐다. 워낙 철새처럼 이리저리 지역을 옮긴 터라 4번째로 방문하는 예비군훈련장(진주, 대전, 서울에서 몇 차례 훈련을 받았다)이기도 했다.


8시 30분, 김해예비군훈련장 도착.

 

9시까지 입소였지만 조금은 이른 830분에 훈련장 도착, 그리 많은 인원이 와있지는 않았다. 5~6명 내외. 척 보기에도 이 사람은 예비군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복장과 태도, 분위기에 나 자신도 늘어지려 하는 것을 참았다. 딱히 예비군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한다거나 FM(Field Manual : 야전교범)으로 각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예비군들이 좀비마냥 허우적거리는 꼴이 영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 바이오하자드의 좀비도 아니고

 

4번 번호를 받고 강당에 도착, 교관의 교장선생님이 떠오르는 설교를 들으며 꾸벅꾸벅 졸았다. 그리고 920분이 될 무렵에 모든 인원이 도착, 복장을 갖추고 훈련 진행을 하러 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훈련은 안중에도 없고 '저녁에는 뭐 먹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야 사전조사가 미흡했음을 깨달았다.

 

예비군 훈련장이 아니었다. 그냥 산이었다. 가파르고 높은 산... ‘뭐지 여긴? 왜 끝이 안 보이지? 설마 저 산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는 거야?’ 따위의 생각을 하며 걷던 중 목적지에 도착했다. 조금만 더 갔다면 꼴사납게 낙오돼서 쓰러져있지 않았을까(10명이 조를 이루었고, 조당 2명 정도는 뒤쳐져서 올라오질 못했다).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필자에게 옆의 예비군 동지가 말을 붙여왔다. 이곳(김해예비군훈련장)4년째 오고 있다는 그는 딱 죽으려고 할 때면 도착하는 게 참 얄밉죠라고 말했다. “그래도 여기가 끝이니 다행이네요라고 대답하자 청천벽력 같은 소식.

 

아뇨. 여기서는 시가지랑 검문소만 하고, 목진지는 저 위에서 합니다. 딱 온 것만큼만 더 올라가면 돼요.” 


날 죽여라.


중간지점에서 찍은 사진. 어마어마한 높이와 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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