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퍼블리싱하는 게임 클로저스의 성우 교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5일 판교 넥슨 사옥 앞에서 집회에 참여한100여 명은 김자연 성우 교체가 부당하며 넥슨이 13세 여자아이를 성 상품화 한다고 비판했다.

 

여성들로 구성된 이번 집회에서는 13세 여자아이 성 상품화하는 넥슨 13세 도구가 말이 돼티셔츠는 여러분을 해치지 않아요 도 넘은 성적 대상화·노출 숨든어택’ 등이다.

 

피켓에서 의미하는 ‘13는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인 레비아를 의미한다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이계 생명체인 이 캐릭터는 인간이 아니기에 13세라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외견을 지니고 있는 게 특징이다집회 참가자들은 레비아가 13세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노출도가 높은 복장을 입으며 대사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도토리유치원'은 넥슨 사옥 1층에 위치한 사내 어린이집의 명칭이다 /인벤


하지만 집회에 쓰인 피켓 중 표현이 지나치지 않느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넥슨 사옥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의 이름을 차용해 OOO 유치원 아빠 나도 13살 되면 벗길 거야아빠나도 13살 되면 저런 옷 입는 거야아랫집에는 애키우고 윗집에선 애벗기고 등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네티즌들은 사단법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무보회를 홈페이지에 행사의 부적절한 피켓·구호를 고발했다게시물을 본 학부모들은 이 사람들은 뭔데 어린이집 앞에서 저런 막말을 하나요?”, “여기가 어딘가요정말 이런 말들을 했다구요?”, “저게 올바른 페미니즘 단체라면 대체 뭘 위해서 시위하고 있는 거죠?”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함께 대구에서 판교까지 온 여성은 주변 참여자들에게 거지 데이트등의 말을 듣고 쫓겨났다. 이무렵 집회 참여자들이 다수 이용하는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에서는 해당 커플에 대해 남친 데려와도 한남은 음식 주지 마라며 거지X끼들이 어딜 기어들어오노관심도 없는데 음식먹으러 구걸 오지네” 등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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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68847&page=2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게임 클로저스의 성우 교체 논란에 논평을 써 논란이 일고 있던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새벽 3시에 새로운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20일 넥슨의 성우 교체에 대해 비판적인 논평을 낸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논평에 반발하는 정의당 당원들에게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24일 새벽 3시에 입장을 표명했다.

 

글을 올린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 유성민 부위원장은 우리는 이 사안을 그의 직업적 노동의 결과물과 관련이 없는,개인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정치적 의견에 의해 그의 노동이 영향을 받은 사건이라고 인식했다, “문화예술계의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위해 논평의 철회는 있을 수 없으며이에 대한 사과 또한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당 논평에 대해 비판적인 글이 올라오는 것에 대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당원에 대한 사이버 린치를 중단해주십시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의당 당원들은 언론보도 내용이라고 권혁빈(논평을 낸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인터뷰 내용 가져온 걸 보고 경악했다”, “지금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정의에 입각해 몽니 부리는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탈당계 작성하겠습니다”, "차라리 종북을 해라 이 X벌롬들아, 메갈이 뭐냐 메갈이. 진짜 쪽팔려서 잠을 못 잔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해당 입장표명에 메갈리아의 비교 사례로 언급된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도 정의당에 표 준 게 후회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탈당합니다”, “메갈을 선택하고 오유 등에 칼을 꼽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입장 표명은 새벽 3시에 올라왔음에도 디시인사이드오늘의 유머일간베스트루리웹클리앙 등에 공유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트위터로 비인도적이며 여성을 노리개로 취급하는 만화를 그린 작가의 글을 리트윗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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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독립 문화계소위 서브컬처계로 불리는 시장이 시끌벅적하다성우 교체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게임계를 떠나 웹툰라이트노벨심지어는 정치계까지 들썩이게 만드는 대형 이슈가 됐다.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성우가 18일 메갈리아4’를 후원하면 받는 티셔츠를 자신의 SNS에 인증한 게 사건의 발단이다메갈리아4는 논란이 일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페이스북 계정으로기존 메갈리아1·2·3가 계정이 정지되어 4번째로 만들어진 페이지다.

 

클로저스 유저들은 메갈리아에 대해 건전한 페미니즘 단체가 아니라 페미나치’ 집단이며이런 곳을 후원한 성우의 목소리를 게임 속에서 듣기 싫다며 넥슨에 성우 교체를 요구했다넥슨은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9일 성우 교체를 발표했다.

 

하지만 성우 교체가 부적절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나타났고이중 다수의 웹툰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웹툰 작가들은 SNS를 통해 넥슨 보이콧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넥슨의 결정이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클로저스 유저들을 비롯웹툰의 독자들이 작가에게 메갈리아는 페미니즘 단체가 아니다”, “메갈리아는 일베와 같은 조직” 등의 말을 전했으나이 대화 와중에 일부 웹툰 작가들의 부적절한 표현이 새로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속어를 사용하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투의 표현을 사용하는 작가들에 분노한 독자네티즌들은 웹툰의 평점을 깎는가 하면 해당 발언을 한 작가의 플랫폼 사이트에 환불 및 탈퇴를 요청하기 시작했다웹툰 관련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탈퇴 인증을 하면 베스트 글로 만들어주는 등, ‘탈퇴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파급력을 낳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자발적으로 각종 커뮤니티 및 신고/민원을 제기할만한 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언론사를 포함한 국민 신문고방통위학부모회콘텐츠 진흥원 등등이 대상이다.


동시기에 서브컬처계의 한 소설 작가는 독자는 돈 내는 노예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해 질타를 받고 있다.

 

한편 정의당은 20일 문화예술위원회 논평을 통해 넥슨의 성우 교체 건을 비판했다가 당원들의 반발에 홍역을 앓고 있다.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논평에 대한 지도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나 당에서는 24일 새벽까지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이에 정의당 당원들은 독자적으로 비상대책위를 꾸리거나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게임 성우 교체 건으로 시작된 사건이 정치계까지 확산되면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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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저녁부터 시작해 식기는커녕 활활 타오르는 주제가 있습니다. 무엇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번 사태의 한가운데에는 ‘메갈리아’가 있죠.    

 

넥슨에서 퍼블리싱 하는 게임 ‘클로저스’에 신규 여성 캐릭터 출시 계획이 잡혀있었는데요. 해당 캐릭터의 성우를 맡았던 김자연 성우가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에 후원하면 받는 티셔츠를 자신의 트위터에 ‘인증’한 게 사건의 발단입니다.


문제가 불거진 후 클로저스 유저를 비롯한 ‘메갈리아’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이들은 김자연 성우의 행동에 대한 비판과 넥슨에 항의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다음 날인 19일, 넥슨은 해당 캐릭터의 음성을 삭제하고 성우를 교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김자연 성우 역시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입장 표명을 했습니다.


‘회사 측은 저를 많이 배려해주었다. 지난달쯤 녹음을 마쳤고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  

http://blog.naver.com/knknoku/220766463634



이렇게 일단락될 것 같은 사태가 더 번진 것은, 이번 김자연 성우의 하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있겠지만 유독 눈에 띄는 그룹이 있습니다. ‘웹툰작가’인데요. 네이버, 다음, 레진코믹스··· 여러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는 웹툰 작가들이 김자연 성우를 하차시킨 넥슨을 비판하고, ‘넥슨 보이콧’을 선언합니다.


자연히 이들은 ‘메갈리아’ 논란에 비판했던 기존 클로저스 유저들을 비롯, 메갈리아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개인의 사상으로 김자연 성우의 목소리를 삭제한 것이 잘못된 것인지, 혹은 넥슨은 퍼블리셔로서 유저들의 여론을 받아들였을 뿐인 당연한 행동인지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대화 과정에서 눈을 의심할 단어들이 트위터를 통해 쏟아져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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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네티즌들은 '김자연 성우를 옹호한 작가' 리스트를 짜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작가의 작품 평점을 깎는가 하면, 집단 환불 및 탈퇴 사태가 벌어지는 중입니다. 웹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레진코믹스 탈퇴 인증을 하면 베스트 게시글로 만들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요.   


처음에는 메갈리아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작가들을 비판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독자를 무시하는, 프로의식이 결여된 작가들에 대한 반발이 주된 요인입니다.   




심지어는 평소 웹툰을 즐겨보던 독자들이 스스로 “웹툰 규제를 강화해 달라”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웹툰 산업의 성장을 위해 규제를 반대해왔으나, 자정능력이 없는 시장에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6/07/21/story_n_11125794.html


메갈리아로 비롯해 웹툰 시장의 규제까지. 더 놀라운 건 아직도 끝아 아닌, 과정일 뿐이라는 건데요. 과연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 갈지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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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번 건으로 김자연 성우를 옹호하는 논평을 낸 정의당(정확히는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은 논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당원들의 반발로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이 후끈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당원들의 의견에 당이 피드백을 내놓지 않자 탈당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당 내부에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자는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6/07/22/story_n_11126824.html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의 인터뷰


http://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html?bbs_code=JS1

정의당 당원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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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서울로 모이는 것은 왜일까. 일전에 이런 얘기를 나눌 때 나는 그 해답을 수요와 공급이라 말했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생긴다. 그리고 공급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공급을 쫓아 수요도 늘어난다. 경제논리에서는 공급이 과잉되면 수요에 맞게 조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공급되는 게 상품이 아니라 생활 전반적인 모든 것이기 때문일까. 공급이 과잉되더라도 서울로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은 이런 서울,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비판하고, 지방주의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의 저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술가로 활동하며 모든 종류의 차별(지방차별, 여성차별, 장애인차별, 학력차별 등)을 비판하는 사회비평가다. 그는 지방에서 수십 년 동안 대학교수로 지내면서 본 모습을 토대로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대한민국의 기형적 모습을 비판한다. 서울을 서울공화국이라고, 지방을 식민지라고 표현했다.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중앙의 신탁통치라고도 했다.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이기 때문이다. 지방 식민지화는 인정 욕구의 획일화·서열화는 물론 대학입시·사교육 전쟁, 극심한 빈부격차, 지역주의, 정치의 이권투쟁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들의 핵심 원인이다. 이게 바로 중앙의, 중앙에 의한, 중앙을 위한 지방정치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 43~44p, 중앙의, 중앙에 의한, 중앙을 위한 지방정치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정부 예산은 눈먼 돈이다. 눈먼 돈을 붙들기 위한 사생결단식의 전쟁이 전국에 걸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줄 전쟁이다. 그런 줄이 있느냐 없느냐, 강하냐 약하냐가 지방 선거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으니, 이걸 어찌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부식민지 줄 ᄊᆞ움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 139p, ‘내부식민지 줄 싸움그만하자

 

저자의 이런 주장들은 근거 없는 피해의식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인구의 절반, 대기업의 본사, 상위권 대학의 위치, 공공청사 등, 눈에 드러나는 자료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되는지 보여준다.

 

책에서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수도권의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유력인사들의 문제기도 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보면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해결하지 못 하는문제가 아니라, ‘안 하는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지방을 떠나는 사람들이 돈 벌어 서울 강남으로 간다면 지방이야 어찌 되건 말건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대부분 지방에선 먹고살 길이 없거나 희망이 없어서 떠난다. 고향 떠나 뿔뿔이 흩어져 힘겨운 생존투쟁에 나선 이들에겐 인터넷 들어가 하소연할 시간도 없을 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들의 인권은 사회적 의제로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 285p, “서울은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보다 중요하다고?”

 

나 역시도 취업할 때 지방 기업보다는 숫자가 많은 수도권에 먼저 눈을 돌렸었다. 지금에야 경남도의 소식과 이야기에 눈길을 돌리고 집중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기 때문에서지, 남들이 생각하는 지역 애착과는 성질이 다르리라 생각한다.


 

청년들이여 고향을 지향하라” - 276p, 일본 지방행정가 이즈모시 데쓴도 발언

 

교통·미디어 등의 발달로 생활권이 넓어졌다. 저가항공, KTX 등으로 이제는 쇼핑을 하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 생존을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먹고 살기 위해 지방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쭉 지방에서 자라온 이가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먼저 눈 돌려야 하는 것이야 말로 문제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언제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지방을 내 지역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저자는 극심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기금 조성을 들었다. 공감하며, 지역 중소기업들을 위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덧붙인다. 지역 기업을 통해 지방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의 핵심 내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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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내가 나고 자란,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 9일에 발간된 <경남의 숨은 매력>의 소개 글의 일부인 이 내용은, 책을 소개하는 데 무척이나 적절한 문구다.

 

이 책은 경남지역 18개 시·군을 소개한다. 언뜻 보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지역을 소개하는 책인가 싶지만, 역사와 문화를 통해 지역을 스토리텔링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책의 저자인 김훤주 기자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해온 이다. 지역, 특히 경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역사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학자가 펴낸 역사서는 아닙니다.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의 관점에서 발품을 팔아 돌아보며 느끼고 찾아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책 곳곳에서 저자의 사심 가득한 지역사랑이 담겨 있다.

 

책은 흔히 알려진 지역의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지역 고유의 특징을 살피며 지역사를 소개한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지역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지역마다 고유의 특징들이 있고, 그 특징은 삶과 문화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거창에 커다란 돌부처가 많다거나 고성 학동의 돌담장이 아름다운 것은, 거창이 전국 으뜸의 화강암 산지이고 고성은 지질이 무른 퇴적암 계열이라는 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 머리말 中

 

지금까지 6개의 가야국 중 고령의 대가야와 고성의 소가야를 크기의 개념으로, 큰 가야와 작은 가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상 교역으로 발전한 가야였고, 주력물품이었던 라는 소리가 ()’라는 문자로 남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인상 깊다.

 

김해 관동유적모형관 일대 관동리 고대 항만유적


김해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나조차도 몰랐던 항만 유적 이야기는, 스스로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적었음을 반성케 했다.

 

우리나라는 초··고 의무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적인 소양으로 역사(歷史)를 배운다. 나 역시도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내게 역사는 낯설기만 하다. 그나마 다른 역사에 비해 가야에 대한 기억이 많은 것은, 김해에서 성장하면서 가야의 흔적들을 일상 속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굵직한 역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있는 우리 곁의 역사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들은 더 매력적이다. 지역 역사를 알고 지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특별해질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지역이라는 개념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 그러다 보니 젊은 층은 지역에 살면서도 지역의 이야기를 모르고, 접할 기회도 적다.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층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렵지 않고 쉽게,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았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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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 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새 책이 발간됐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이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은 25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저자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한겨레의 인터뷰와 <풍운아 채현국> 등으로 유명인이 된 채현국 어르신과 전설의 주먹이라 회자되고 있는 방배추(방동규) 선생 등이 등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 대부분 이름은 들어본사람들인데, 그중에 가장 나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채현국 어르신이다. <풍운아 채현국> 때도 그랬지만 이 어르신이 하는 말에는 나를 공감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현국 어르신을 볼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사실 홀 위에 서 또렷한 자기주장을 해가면서 저에게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면박하는 그의 모습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움츠러지는 건,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경찰을 보면 긴장하게 되는 습관 탓일까.

 

그러면서도 내가 이 어르신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말이 철없는 20대인 내게 크게 와 닿기 때문이다.

 

그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종용한다. 학교에서는 질서만 가르치고 의심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이런 그를 보면서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이답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도 고정관념일까? 채현국 어르신의 말을 보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도로마냥 엉망이 되는 내 머릿속을 보면 철학과로 가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

 

잘못된 생각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옳다고 확실히 믿는 것, 확실히 하는 것 전부가 고정관념입니다.”

- 15p

모든 배움은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입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얼마나 다각도로 의심할 수 있느냐. 의심할 수 없으면 영혼의 자유는커녕 지식의 자유도 없습니다.”

- 38p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 <풍운아 채현국>



 

전설의 주먹방배추 선생은 빼어난 싸움 실력으로 유명하다.(이분에게 어르신, 어른, 할아버지 등등의 표현을 붙일 수 있지만, 어째선지 선생이라는 표현이 착 달라붙는다.) 다만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에 맞지 않은 건장한 체격이나 싸움 실력 따위가 아니라 마르크스에 대해 말하는 모습에서다.

 

그는 감히마르크스를 두고 노동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때 서해화성이라는 기업의 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나도 돈이 제일 좋다면서도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나아가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노느매기밭을 했었다. 돈이 좋다면서도 돈 벌 기회를 차버리는 일도 많았다.

 

주먹’,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린 방배추 선생이지만, 그에게서 채현국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뇌섹남의 향기가 느껴진다.

 

노동이란 내 몸을 굴리지 않으면 바로 굶어죽을 수도 있는, 그렇게 절박하고 가혹한 거야. 먹물들이 몇 개월을 해본 다음에 , 그거!’ 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그건 관념에 불과한 거야. 하긴 그런 경험을 해봤다면서 바닥 민중을 잘 안다고 말하고, 노동문제연구소 같은 간판을 잘도 내걸두만.”

- 87p<배추가 돌아왔다2>

 

 

중요하게 언급한 부분은 아니지만 책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노동운동가 김진숙 씨의 말도 깊이 새겨볼 만 하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일까.

 

제일 큰 게 비정규직 문제에요 그게 노동운동의 아픔이고 아킬레스건이죠. 한진도 비정규직이 세 배가 넘거든요. 이 분들에 대해서는 방침이 거의 없어요.” 

- 156~157p

 

 

앞서 언급하지 않은 장현숙 할머니나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 공무원 임종만 씨, 김순재 전 농협 조합장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장현숙 할머니와 임종만 씨의 이야기는 서툰 글로 표현하기 보단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길 권하는 마음에서 아껴뒀다.

 

 

풍운아, 현대판 임꺽정, 거리의 철학자 등, 채현국 어르신을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내게 그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파격의 인간을 고르겠다. 그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사람들을 분류할 때 보편적으로 쓰이는 노인’, ‘부자’, ‘철학가따위의 표현은 그에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류로 묶을 수 없는, ‘별난 사람이면서 자신만의 영혼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 모두 영혼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까이서 본 적 있을 꼰대어버이연합등으로 인해 어르신들에게 실망한 청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며 한마디 하고 싶다.

 

“다들 헬조선이라 부를 정도로 엉망인 게 현실이지만, 이렇게 존경할만한 어른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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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시기가 다가오면서 곳곳이 시끌시끌하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물론이고, 길을 가다가도 선거 관련 현수막이 보인다. 가끔이지만 유세를 하는 후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덕분인지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듯하다. 평소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던 내 주변 사람들도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대부분이 정치 관련 용어·소식을 모르다 보니, 이야기를 하다 막히는 부분에서는 네이버나 구글, 위키의 도움을 받아 풀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한 번 나온 이야기들은 점점 깊이 들어가게 되고, A그룹에서 해소되지 않은 주제에 대해 B그룹으로, B그룹에서도 안 되면 C그룹으로 확장해갔다. 결국에는 정당이란 무엇인가’, ‘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야당을 하나로 볼 수 있는가따위의 주제로 발전했다. 그러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끈덕지게 물어봤지만, 만족할만한 답은 얻지 못했다.

 

그중 하나가 야권 단일화.



오마이뉴스 사진.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스탠스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위기다. 진보/보수를 떠나, 여당이 보수 성향의 정당이다 보니 진보 성향 지지자들은 '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논지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정치는 결국 어느 정당이 의석을 많이 차지하느냐 싸움이라며.

 

이 말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노선이 다른 것처럼, 야당끼리의 노선도 제각각이다. 애초에 노선이 같다면 여러 개의 정당으로 나뉠 필요도 없지 않나. 정당이 다르다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목적지가 다른데 한 택시를 타서 무엇하느냐는 생각이 든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모 정당들을 보면, 목적지가 다름을 알고 하차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다시 합당하자는 얘기가 무척 못마땅하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정치를 아는사람들은 순진하다고 한다. 그래서는 이기질 못한다고.

 

이렇게 흘러가면 진전없는 대화에 지쳐 지금 얘기하는 게 정치냐, 패싸움이냐?’ 라고 비꼬아버리게 된다.

 

뭐가 중요한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새누리당을 견제하는 것과 2. 자기(정당) 정치를 하는 것. 둘 중 무엇이 중요하고, 선택함에 따라 어떤 결과가 올지를.

 

독주는 위험하다. 새누리당이 독주하는, 180석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히 견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위해 '합당이나 단일화만 추구하다 보면, 자기 목적지도 잃어버리지 않을까?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기사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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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인데요. 여러 곳에 비유도 되고 신조어도 생기고 있네요.

아직까지도 미디어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했다', '두려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따위의 말을 전하곤 하는데요.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알파고는 만화나 소설,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과는 다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만화 또봇의 로봇들 같은 인공지능의 형태를 '강 인공지능(Strong Ai)'이라고 부른답니다. 자아를 가지고 사고를 하는 인공지능이죠. '감정을 지닌 로봇'이라고 하면 쉽게 와 닿을 거 같네요. 아마 대중들이 인식하는 '인공지능'은 이것에 가까우리라 추측합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인공지능은 현시점에서는 '판타지'입니다. 공상이죠. 알파고는 강 인공지능이 아닌, 약 인공지능(Weak Ai)라는 걸 확실히 해야 합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강인공지능 '스카이넷'. 알파고는 스카이넷이 아니다.



단순하게 '인간의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을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인공지능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으로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입니다.
- datanews 칼럼, 인공지능(AI)의 반란, 과연 가능할까① '인공지능과 자아에서



"약 인공지능이라는 게 뭐, 이세돌 이겼잖아. 충분히 대단한 거지"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알파고가 별것 아니라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분명 대단한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멀었다'고 하는 기술이었죠. 하지만 바둑이라는 게임은 결국 계산 싸움입니다. 인간의 직관, 창의성 등은 계산능력이 부족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압도적인 계산능력이 있다면 직관이나 창의성은 필요치 않은 게임입니다.

알파고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마냥 스스로 사고해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음, 여기 두면 악수처럼 보여서 이세돌이 흔들리겠군. 여기 뒀다가 이러저러해서 이겨야지!' 하는 게 아닙니다. 자아를 지니고 사고하며 결정을 하는 게 아닌, 계산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죠. 약 인공지능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물론 대중이 '강 인공지능, 약 인공지능'까지 신경쓰면서 조심스레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처럼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이라도 조사를 하고, 이를 분석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그러고 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판타지를 쓰는 매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방송 중계나 대국이 끝난 뒤 지상파 뉴스들도 그랬고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가지고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날이 머지않았다'라니...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다 보질 못하고 꺼버렸습니다. 저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면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봤는데, 많은 분들은 마치 그 가능성이 현실화 되거나 근시일 내에 닥칠 거라고 두려워하는 것 같아 묘하더군요.

드라마 <이산>에 나오는 가마꾼. 자동차라는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안타깝네요.


결론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오기는 한-참이나 멀었다는 것,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020년에 제가 쓰고 있는 허접하나마 '주관'이 담긴 글을 쓰는 인공지능이 개발되리라곤 생각치 않거든요. 만약에 그런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그 친구의 몸값은 적어도 제 수십 배에는 달할 테니 제 일자리를 위협하지도 않을 테고요. 그러니 제발 알파고 vs 이세돌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기계에는 기계의 영역이 있고, 사람에는 사람의 영역이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사람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건 당연합니다. 당장 우리가 기계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과거엔 '사람의 영역'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소식을 전하려면 전화나 인터넷으로 손쉽게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일일이 편지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 편지를 보낼 때도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배를 타고, 말을 타고, 심지어는 걸어서 옮겼죠. 이것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비논리적인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미래가 올 거다~'하는 기사괴담을 포털사이트 검색어 기사. 어뷰징랑 동급으로 봅니다. 둘 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흥미를 이끌어낼 뿐이거든요. 오히려 대부분의 어뷰징이 현실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는 건 아니라는 면에서 어뷰징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적어도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거다'는 말들은 강 인공지능이 출현할 기미가 보일 때, 그때 활발히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히 해야 농담이지...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절치 않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1. '알파고'를 신격화하는 누군가들과 얘기하다가 갑갑해서 쓴 글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주장일 뿐, 제 주변인과는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2. 본문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거다'는 식의 기사]라고 했지만, 이는 지상파의 알파고 대국 중계나 이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괴담성 기사'를 표적으로 한 것입니다. 비슷한 주제로 훌륭한 분석 기사가 많은데, 이런 기사들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글을 쓰는 데 도움을 받은 글들

인공지능의 승리가 두려운 이들을 위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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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그 시절을 주제로 한 영화나 소설이 나오는 것은 그 아픔을 잊지 말고,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과거를 봤을 때, 이번에 소개할 <대한민국 악인열전>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야 할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 책의 저자는 경남도민일보에 재직 중인 임종금 기자다. 그는 지난해 광복 70년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7회에 걸쳐 연재 기사를 작성했다.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은,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나 매국노 이완용이라는 커다란 이름 뒤에 숨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조명했다.

 

아무리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치더라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근현대사의 악인들이 있습니다. 그런 악랄한 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왜 그자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군인, 우익단체, 친일경찰, 친일헌병, 친일깡패, 토호, 해외인사 등 각 분야에서 대표적인 악인들이 취재 대상입니다. 이들을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후세의 교훈으로 삼고자 합니다.”


저자가 처음 기사 연재를 시작하면서 글이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다.




1950년 대구형무소 재소자 학살 현장 모습. / 금정굴인권평화재단 (gjpeace.or.kr)


 


책에서는 8명의 악인을 소개한다. 저자가 칭하기를 살인마 김종원, 벙어리 국회의원 이협우, 일본 국회의원 박춘금, 잔인한 악질 헌병 신상묵·박종표, 친일 경찰 노덕술, 조작의 달인 김창룡,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 김동한 등. 자신에게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가친척 모두를 죽이거나 멀쩡한 주민을 빨갱이로 몰아서 학살하는 등, 누구 하나 꿀리지 않는 전적의 소유자들이다.

 

8명의 악인 중 특히나 기억에 남는 인물은 벙어리 국회의원 이협우. 대동청년단이라는 우익청년단체의 장을 맡았던 그는 사람을 죽이고는 빨갱이였다는 말로 죄를 피한, ‘악질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인물이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이협우는 2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29살의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이 됐다. 기록에서 보는 그는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는 국회에서 말 한마디 안 하는 벙어리 국회의원이었다. 숱한 생명을 앗아가며 얻은 권력으로 무엇 하나 이루지 않은,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고향 경주에서 숨을 거뒀다는 그의 이야기는 안 그래도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도록 했다.


 

쉽게 풀어쓰고자 한 저자의 노력 덕인지 막히는 곳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읽기 어려운 책이다. 글이 아니라 글이 내포하고 있는 내용 탓이다.

 

책에서는 8명의 인물을 소개했지만, 이외에도 많은 악인이 더 있을 것이다. 이 악인들과 공조해 악행을 저지른 이들 역시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살해당한 이들은 더 많을 것이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도.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살해당한 이들을 다시 살릴 수도 없다. 현실은 <시그널>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까이 목숨 잃은 이들에게 모든 것을 보상해주지는 못할지언정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해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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