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 THE INTERVIEW - 사람을 읽다





이 인터뷰집의 콘셉트는 인터뷰의 재발견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 텍스트를 통해 인터뷰의 재미를 발견해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새삼 인터뷰의 재미에 눈뜨고 싶습니다. - 6p

 

 

책은 저자 지승호 씨가 만난 인터뷰이들을 소개하는 인터뷰집이다. 서문부터 시작해 7명의 인터뷰를 차례로 보여준다. 소개되는 인물들은 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유명인들.

  

시작은 제4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강준만 교수다. 현재 전북대 신문방속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 교수는 지금처럼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기 전 세대의 논객으로 유명하다. 정치적인 이야기로 보수에 대한 지적을, 진보에 대해서는 더한 지적을 해나간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비난이 아닌 비판을 강조한다. 동시에 SNS나 인터넷 환경이 발전한 현세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인터뷰이, 만화가 강풀과의 인터뷰에서는 독자들이 강풀에게 궁금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대신 물어봐 준다. 강풀에게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나 좋아하는 작품, ‘미생을 반대하게 된 사연 등. 작품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봐오던 이와 직접 대화하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이후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교수, ‘장도리의 박순찬 화백, ‘홍대 마녀오지은, ‘고발뉴스이상호 기자, ‘원조 홍대 여신한희정이 소개된다. 각각의 사연이나 이야기를 몰입도 있게 풀어놓았다.

 

각각의 인터뷰마다 인상 깊은 내용들이 하나씩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만화가 강풀과 김난도 교수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저는 무조건 재미에요. <26>은 어떤 만화보다도 재미있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주인공이 조직폭력배잖아요. 어떻게 보면 조폭 미화죠. 심지어 광주를 얘기하는데, 조직폭력배가?’ 이런 반응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걸로도 살짝 고민했어요. 그런데 재미를 위해서는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거죠. - 99p, 만화가 강풀

 

강풀은 자신에게 만화란 결국 재미라고 한다. 정치적인 광주를 이야기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더라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의미가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먼저 보이는 것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마냥 좋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습에 프로라는 생각이 엿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 듯하다.

 


다들 오리같이 되려고 해요. 걷기도 하고, 수영도 하고, 날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오리를 어디다 써먹습니까?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불안해서 그래요. 자기가 말처럼 달릴 수 있는지 망아지 때는 모르잖아요. 자신이 없으니까 남하고 똑같은 스펙이라도 쌓아놔야 불안감이 덜해지는 거죠. (중략) 사회도 바뀌어야 되지만 부모님들이 바뀌어야 해요. 우리가 살아온 40년하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40년은 정말 다른 40년이거든요. 우리가 경험한 40년을 가지고 나는 답을 안다. 내 아들을 사랑하니까 이렇게 기르겠다고 나오는데,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에요. 기회가 닿으면 부모님들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어요. 교육제도야 바꾸기 어렵고 바꿔봐야 부작용만 나지만, 이 나라 어머니들이 생각을 바꾸면 상당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 157p, 김난도 교수

 

김난도 교수의 조언도 잊히지 않는다. 항상 생각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난도가 말하는 것에 특별함을 느낀다. 비단 서울대를 나온, 서울대 교수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모님들에 대한 책을 기대한다.

 

 

<지승호, THE INTERVIEW>는 상당히 인상 깊은 책이다. 질문하는 내용이나 글로 옮기면서 했을 편집 등, 기술적인 영역에서도 공부가 됐다. 비슷한 유형의 글쓰기를 하거나 인터뷰를 하게 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글이 흥미롭다는 데 주목했다. 단순히 이야기가 재밌는 게 아니라 글을 읽음으로서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끔 한다

 

일정 이상 이름을 알린, 유명인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보다 인터뷰이들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자신이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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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5일,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사건을 다룬 책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가 발간됐습니다.


책은 과거 민간인학살 사건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 그들의 유족을 만나 당시의 이야기와 현재까지의 삶을 조명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지나간 일을 왜 들추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지나간 일'일까요? 아직도 유족들은 가슴아파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들의 아픔은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아름답지 않은,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과거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의 역사입니다.


13명의 유족들이 증언을 해 주었습니다. 유족 중 누군가는 떠올리기 힘든, 과거의 괴로운 기억에 눈물 흘립니다. 또 다른 이는 오래된 기억이라며 담담하게 기억을 더듬습니다. 기록자 박영주 연구원은 더하고 뺄 것 없는,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직시하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증언을 해 준 유족 13명의 이야기를 한 명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드릴 내용은 희생자 감영생 씨의 손자인 감효전 씨의 증언입니다.


희생자 감영생 씨는 일제시대에 와세다 대학 정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신 분이라고 하는데요. 비밀 의열단 단원으로 6개 국어에 능통했고 독립투사 김원봉 장군에게 자금을 대어 주기도 하셨답니다.


독립 후 한학을 가르치던 중 1948년 밀양 2.7항쟁에 참여했다는 명목으로 밀양경찰서로 체포되었습니다. 항쟁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말하라며 갖은 고문과 협박을 당하셨다고 하는데요. 끝까지 말을 안 하고 '미 군정 포고령 위반죄'라는 죄목으로 5년 구형이 됐습니다.


이후 2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6.25 이후에 민간인학살이 자행되면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날짜가 7월 24일이라는 것도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사람도 그냥 죽인 게 아니고요. 돌덩이를 매달아 부모형제 모르게 죽였어요. 진실규명이되어 잘못한 거는 잘못했다고 해야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 아닙니까?"




2015/07/20 - [도서/서평] - 최초의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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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죄 없는, 숱한 민간인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당했다. , 혹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창원지역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한 증언을 책으로 엮은 증언자료집이다.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박영주 기록자가 13명의 유족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책의 기록자는 평생을 기록하는 일에 매진한 사람이다. 1985년 무크지 <마산문화> 편집장을 지냈고, 이후 <경남지역 6월민주항쟁 자료집>, <부마민주항쟁 증언집 마산편> 등의 책임편집을 맡았었다.

 

책은 발간을 기획한 창원유족회장의 발간사부터 시작한다. 책을 발간하게 된 경위와 관련 내용들을 간략하게 다뤘다. 그리고 이후 13명의 유족들과 기족자가 한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학살을 당한 피해자의 아내, 아들, , 손자 등. 모두가 피해자들의 친인척들이다. 13명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민간인학살에 피해를 입었다는 하나의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



2011년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 위령제.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주인공 이귀순 씨는 남편을 잃었다. 남편인 희생자 황치영 씨는 지서(경찰서)에 잠깐 다녀온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증언자인 김순애 씨는 아버지를 잃었다. 김순애 씨의 아버지, 희생자 김기태 씨는 어느 날 밤에 진해의 경찰 관계자에게 잡혀가 돌아오질 않았다고 한다. 멀리서나마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고 아침마다 형무소로 갔다는 김순애 씨. 아버지 김기태 씨를 빨리 나오게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소나 논 등, 온갖 재산을 다 처분하고 돈을 줬지만 김기태 씨는 돌아오지 못했다.

 

유족들은 가족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데 큰 상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닥친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젊은 남성이었다.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는 이들이다. 가장인 남편, 아버지를 잃고 생활한 유족들의 증언을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져왔다.



저 혼자의 머릿속에만 기억하고 있다가는 이 사실이 언젠가는 없어질 거라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걸 후세들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잘못된 역사가 반복이 안 될 것입니다. 또 세월이 흘러서, 예를 들어서 나라가 하나가 된다든지 해서 이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시기가 오면, 이게 하나의 근원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이런 증언을 통해서 남길 수 있다는 게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증언자 이동주 씨의 말은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의의를 잘 설명해준다. 좋지 않은 역사라고 해서 묻으려 해서는 안 된다. 기록하고 남겨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모은 증언자료집이다. 역사, 특히 지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당연히 소장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이들은, 비교적 젊은 세대의 이들이다. 기성세대는 자세히는 아니지만 민간인학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구전으로나마 전해져 왔기 때문에. 하지만 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민간인학살은 낯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가 알았으면 한다.




2011년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민간인학살. 무척이나 무거운 주제다. 국가권력에 의해 벌어진 참상과 아직도 이뤄지지 않는 보상. 물질적 보상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지만 상처받아 온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저자
박영주 지음
출판사
해딴에 | 2015-07-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창원유족회에서 펴낸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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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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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는 전작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의 연장선에 놓인 책이다. 전작에는 대한민국의 언론, 특히나 지역 언론의 병폐를 고발하고 스스로에게 과제를 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번 책에는 그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김주완 기자는 1990년부터 지역신문 기자 생활을 해온 베테랑이다. 뉴미디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그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자사(경남도민일보) 후배들에게도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장려했다. 개인으로도 201563일 기준 블로그 누적 방문자 1400만 명을 넘은 파워블로거이다. SNS 페이스북 팔로워도 1000명이 훌쩍 넘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을 이끌어가고 있다.

 

책은 쭉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라는 테마에 맞게 짜여있다. 여는 말과 본문의 4, 그리고 지역신문기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과 맺음말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여는 말에서 친절하게 이후 전개될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다.

 

1장은 내가 편집국장을 맡은 후 우리 기자들과 공유하기로 한 원칙과 다짐을 담았다.

2장은 기자윤리를 지키면서 편집국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가설을 실험하는 과정을 담았다.

3장은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지역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찾는 작업이다.

4장은 우리가 2008년부터 해온 블로거 지역공동체 구축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내가 후배기자들을 교육시킬 때 늘상 하는 말들을 담았다. 혹 동종업계나 기자를 지망하는 젊은 친구들이 참고할만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6~7

 

본문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도입부인 1장이다. 부서별·기자별로 고착화되어 있던 출입처취재영역의 방벽을 허물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퍼뜩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곧 경제·사회·정치·문화 등의 나눠진 영역의 틀에 갇히지 않고 폭넓은 보도를 하겠다는 의미라는 걸 알게 됐다. 작은 소규모 조직이라면 이런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직원이 70~80명은 되는 언론사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기에 더 놀랍다. SNS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만 경남도민일보에서 운영하는 갱상도 블로그도 시선을 끈다. 지역 내에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들과 소통하며 상생하고 있다.

 

출입처나 업무영역은 그야말로 의무방어구역일 뿐이지 배타적 권리구역은 절대 아닙니다. 다른 기자가 침범해선 안 되는 불가침 구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영역과 출입처는 물론 부서를 넘나들며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13

 

“20111029, 30일 전국의 파워블로거 20여 명이 창원에 모였다. 동읍농협이 주최한 창원단감 팸투어였다. 나도 블로거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블로거들은 공업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창원에 주남저수지와 같은 천혜의 자연유산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창원단감에 또 한 번 놀랐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78~79

 

기자가 해야 할 행동이나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 많은 교훈을 준다. 동시에 저자 본인의 경험과 경남도민일보에서 실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실용적인면에서 참고할 일이 많다. 지역 언론에 활동을 하거나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영국의 레스터 머큐리의 편집국장이 한 말을 끝으로 서평을 마치겠다.

 

레스터 시의 전 시장이었던 울트라 폭스가 트위터를 통해 나(편집국장)의 성향을 보수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의 편집방침은 런던 본사에 있는 최고경영자에게만 이야기할 뿐 누구에게도 드러낸 적이 없다. 물론 최고경영자도 여기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는다. 신문은 편집국장이 모든 권한을 갖는데, 우린 보수당이 맞으면 보수당 편을 들고, 노동당이 옳으면 노동당의 입장을 든다. 우린 레스터시를 위해 올바른 것을 추구할 뿐이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110, 레스터 머큐리의 편집국장의 발언.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저자
김주완 지음
출판사
산지니 | 2012-12-1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뉴미디어 시대, SNS 도구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다인터넷 통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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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을 만들기라는 무모하고 공허한 선동적 구호부터 고치는 게 좋을 것이다. 마을은 만드는 게아니라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의 머리말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저자가 책을 통해 어떤 말을 할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 정기석은 말단 은행원, 비민주노조 간부, 군소언론 기자, 소호벤처 경영자, 영세출판사 기획자 등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도시민으로 지은 죄가 다양하다며 도시를 떠나 마을로 떠난 그는 이를 두고 자발적 유배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마을시민과 마을기업이 없는 마을은 마을 만들기를 하면 안 된다며, 무분별한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을 경계한다. 농사짓는 농민들뿐만 아니라 기획·교육·마케팅·영업 등, 여러 도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1부 농사로 일구는 경제마을에 소개되는 친환경 노장마을, 하늘소마을 농식품 공장마을, 금원산부각마을 조합형 시장마을, 배바우골 도농간 공원마을, 달오름마을 농촌형 기업마을, 공근봉화영농조합 등이 있다.

 

2부 사람을 배우는 교육마을에서는 대안적 학교마을, 소호고헌산영농조합 지역형 연구마을, 충남교육연구소 동아리 학습마을, 서강평생학습마을 체험형 수련마을, 어멍아방잔치마을 공동체 사업마을, 한드미유통영농조합 등이 있다.

 

3부 놀이로 일하는 문화마을에는 신문화 전원마을, 백화전원마을 농촌형 축제마을, 알프스마을 도시농 카페마을, 화사한 꿈틀이 영화인 극장마을, 마을영화 슬로 전통마을, 창평슬로시티 등과 4부 자연과 사귀는 생태마을의 귀농인 명상마을, 선애빌 대안적 기술마을, 대안기술센터 다문화 협업마을, 누리마을빵카페 에너지 자립마을, 중급영농조합 휴양형 치유마을, 안덕파워영농조합 등 총 20곳의 지역공동체마을을 소개한다.

 

 

현장의 교육 실천으로는 장기적 전망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마침 주변에 생각이 같은 교사들이 많았고요. 여기에 현장교육을 갈구하던 충남지역 대학교수, 연구자들이 힘을 보탰죠. 하지만 처음부터 지역운동의 거창한 포부를 내세웠던 건 아니었어요. 서산, 공주 등의 마을에서 마을 주민으로 살면서, 지역에서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 지역 현안들과 부대끼면서 서서히 깨친 거죠.” - 91~92p, 공주 봉현리의 충남교육연구소

 

조성희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충남교육연구소는 2008년 예비사회적기업,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문화전문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무척이나 반갑다.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기 때문. 마을의 어르신들을 강사로 모시거나, 현장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장려하면서도 이를 경계하고 있다. 저자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귀농 환상을 깨고, 도시민들과 농민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농촌 마을을 추구한다.

 

자연히 마을공동체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갖춰야 하는 내용들이 책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귀농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읽어볼만 하다. 자신이 귀농을 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

저자
정기석 지음
출판사
피플파워 | 2014-10-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사람이 사는 대안마을]은 마을을 좋아해서 마을을 연구하는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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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은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 저자가 2012년에 발행했다저자는 1000명이 넘는 인물을 인터뷰 하면서 한국기록원에서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기록문화 대상을 수상한 인터뷰 매니아그가 인터뷰를 하는 이유와 걸어온 길노하우 등을 기록한 게 이 책이다.

 

저자는 1983년 대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서울신문스포츠서울세계일보경향신문 편집기자 생활을 했다책을 통해 신문기자 생활 20년 중 10년을 취재와 전혀 무관한 편집부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그는 글쓰기가 두려웠다고 말한다그러다 경향닷컴의 뉴스팀장으로 발령 나면서 첫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인터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는 머리말과 6개의 챕터부록으로 구성됐다저자는 머리말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면서 인터뷰의 중요성을 주장한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도가 높아졌으며 그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인터뷰와 글쓰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6개의 챕터에서는 저자 본인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인터뷰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단계적으로 밝혔다. 1챕터 인터뷰 비결은 의외로 쉽다에서는 인터뷰가 어렵고 두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2챕터 인터뷰 달인되기에서는 인터뷰의 기사쓰기에 초점을 맞춘다. 3챕터 성공실전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을 발굴하고 섭외하는 내용을, 4챕터 인터뷰를 잘해야 성공하는 시대에서는 인터뷰가 언론의 영역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5챕터 글쓰기와 화술은 필수 스펙이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정리했고 6챕터 인터뷰 글쓰기 실전사례는 저자의 기사 11개를 소개하고 있다부록에서는 저자가 인터뷰한 인물 리스트와 지역 언론 3년차 미만 기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 내용이 옮겨져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인터뷰 또한 준비한 만큼 보인다따라서 철저한 사전 준비는 인터뷰의 질을 좌우한다관련기사 검색과 인물탐구는 기본이다또한 인터뷰하는 순간 또한 긴장의 연속이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터뷰이의 마음을 파고들어 핵심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한다.” - 40p

 

인터뷰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인터뷰 기사는 준비가 70%이다인터뷰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인터뷰 준비단계로 먼저 누구를 인터뷰할지 인터뷰 성격에 맞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대상자를 선정했다고 해서 모두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 61p

 

저자가 말하는 인터뷰 잘하는 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인터뷰는 그 사람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가는 것이 맞다하지만 그 정보는 어디까지나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정보여야 한다그러한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진 채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고공감과 반성을 하게 하는 이유다.

 

인터뷰라는 한 분야에 매진해서 독보적인 활동량을 보이고 있는 김명수 저자책에 본인의 경험을 쓰면서 인터뷰를 잘 하는 법에 대해 정리했다아쉬움도 있다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책상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머리만 굴려서 쓴 이론서가 아니라 현장 냄새 풀풀 나는 체험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현장 냄새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현장 냄새 풀풀 나는 체험서라는 목적이 잘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만큼 인터뷰를 많이 한 인물인 만큼 그 노하우는 인터뷰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

저자
김명수 지음
출판사
중앙생활사 | 2012-05-22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설득과 소통의 달인이 전수하는 성공 노하우! 성공한 사람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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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은 지역기자인 저자가 만난 인터뷰이 12명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이들은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둔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드러낼) 이들로서, 저자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속 이야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책을 낸 김주완 저자는 현재 경남도민일보에 몸담고 있다. 1990년부터 지역신문 기자로 생활해온 인물이다. 경남도민일보의 구주모 사장은 그를 두고 김주완 국장은 일선 기자 시절부터 유독 인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도 단순한 캐릭터 분석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이 지닌 삶의 궤적’-요즘 말로 하자면 인물 스토리텔링-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데 강한 면모를 보였다고 평가한다. 유독 인물에 대한 욕심이 많은 그가 지역에서 괄목할만한 활동을 하는 이들을 찾아 인터뷰했다.

 

 

책은 열두 명의 인터뷰를 한 책으로 엮어서 구성됐다. 강기갑 전 국회의원 강민아 진주시의원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고영진 전 경남도교육감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박완수 전 창원시장 인권운동가 송정문 이재욱 전 노키아티엠씨 회장 인간문화재 조순자 최충경 창원상의 회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눈에 띌 만한 행보를 이어온 이들이다.

 

이야기를 자연스레 털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세간에 알려진 그들의 업적이 아니라 그들, 인터뷰이 자체를 파고든다. 정치가 강기갑이 아닌, 대기업 CEO 강병중이 아닌 인간 강기갑, 강병중을 살피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성공한 사람 10명을 인터뷰하면 성공한 사람 10명의 머리로 움직이는 사람이 된다. 10명의 성공 노하우가 담긴 책을 읽으면 그들의 성공 노하우가 나의 경쟁력이 된다.” - 10p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1000명 이상을 인터뷰한 김명수 인터뷰 전문기자의 말이다. 이 말처럼, <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은 유명 인사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보는 데에도 유용하겠지만, 그들의 삶을 살펴보는데 가장 적합하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소개된 만큼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자신이 아는 그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살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남지역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지역에서 어떤 인물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볼 수도 있다.

 

단순히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도 좋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들의 삶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열두 고집을 통해 자신만의 고집(철학)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만나고 듣고 읽는 모든 게 그 사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

저자
김주완 지음
출판사
피플파워 | 2014-03-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유명하기에 오히려 잘 몰랐던 그들의 인생 비하인드 스토리경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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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 송건호그는 한겨레신문을 창간한 한국의 언론인이다. 1926년 9월 27충북 옥천군에서 3남 5녀 중 2남으로 태어난 그는 1953년 대한통신사 외신부 기자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한국일보>, <경한신문등을 거쳤다. 1969년 <동아일보>로 옮겨 1974년에 편집국장이 됐다그해 10월 동아·조선 기자들의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시작으로 일선 기자들의 언론 자유 수호 투쟁이 본격화 하면서 기자들을 대거 해직했는데송건호 선생은 이에 항의하며 취임 1년 만인 1975년에 편집국장직을 사임했다.

 

해직기자의 대부한국 언론의 사표민족지성 등송건호 선생을 부르는 별칭은 많다저자 김삼웅은 이런 송건호 선생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했다김삼웅 저자는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 제주4.3사건희생자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위원 활동 등일 한 인물이다.

 

2011년에 출간된 이 책에 대해 저자는 현 정부 들어 기회주의 언론인이 회사 이익을 위해 정부 입맛에 맞춰 기사를 쓰던 독재정권 때의 버릇이 다시 나오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평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현직에 종사하는 기자들과 정부 및 관련단체에게 잘 좀 해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책은 여는 글과 프롤로그송건호 선생의 일생을 좇는 8개 장과 닫는 글로 구성됐다여는 글에서는 저자가 글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서 밝히고 있으며 프롤로그를 통해 송건호 선생에 대한 대략적인 평가와 그의 말을 정리했다본문 8장은 각 파트별로 송건호 선생의 지나온 길을 다룬다.

 

1. 민족의 암흑기에 태어나 성장하다

2. ‘언론독립군으로서 언론인 본연의 책무를 외치다

3. 오로지 언론에 살고 언론에 죽는 나는 언론인이다

4. 고단하고 험난한 단재의 길을 가다

5, 현대사를 연구하며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다

6. 암흑천지 속에서 민족과 통일의 희망을 구하다

7. ‘피투성이 희망을 부여안고 광야로 나서다

8. 민주·민족·독립언론 창달의 밑거름이 되다

 

 

언론()의 책무는 사실을 보도하고 진실을 드러내며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가리는 일일진대 그 책무를 저버렸다면 이미 언론()이 아니라 협잡꾼에 불과하다.” - 22p

 

책을 통해 송건호 선생의 숱한 업적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해직기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거나 독재정권 당시 입각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한 일해직 시절에는 지식인으로서 <민족지성의 탐구등 현대사 연구서를 내기도 한 일 등하나하나가 귀한 업적들이다그리고 이를 한데 묶어 그의 모습을 정의하는 데 위의 문구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언론의 본질을 이야기하면서 언론과 언론인이 스스로 자성할 것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국민들로부터 기자가 아니라 기레기로 불리는 지금에서일까이 말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곡필이 그 자신이 결코 곡필이라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곡필일수록 대국을 논하고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고 때로는 민족주의와 헌법과 사회의 안녕질서와 반공을 내세우기를 잘 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곡필도 사회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그 근거란 바로 반민주 부패권력이다곡필이 지식인 사회에서 그처럼 타기의 대상이면서도 곡필이 현실적으로 언제나 우세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곡필이 사회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볼 때 현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곡필도 논리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곡필을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 107~108p, 송건호 선생의 <곡필언론사중 일부

 

송건호 선생은 곡필(사실을 바른대로 쓰지 아니하고 왜곡하여 쓰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저자는 언론인이나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정론직필만 쓰는 줄 알았다그런데 청암의 글을 통해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의 추악한 뒷모습을 알게 되면서 정론과 곡필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천착했다고 말한다현재의 언론()들이 곡필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라면서 말이다.

 

 

송건호 선생은 한국 언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자연히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이외의 '바른 삶'을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좋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성 언론인들에게 권하고 싶다사람은 교육과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며언론 조직은 대부분 기성 언론인의 성향이 곧 그 조직을 결정하게 된다는 사견이다언론을 지망하거나 몇 년 되지 않은 기자들에게는 예방의 차원이 되겠지만기성 언론()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송건호 평전

저자
김삼웅 지음
출판사
책보세 | 2011-11-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이 책은 청암 송건호 서거 10주기를 기념하며 그의 정론정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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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풍운아 채현국 - 김주완 기록


"노인들이 저 모양인걸 잘 봐두어라"


<풍운아 채현국>의 주인공인 채현국(79) 어르신은 한때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에 들었던 거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소득도 없는 신용불량자. 학원의 이사장이라고는 하지만 별다른 재산 없이 소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울의 오래된 주택이 있으나 양산 개운중학교 뒤편의 햇볕도 들지 않는 작은 골방에서 침대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그. 거부에서 신용불량자까지, 그의 삶이 궁금하다.

 


세상에서 채현국 어르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2014년 초 <한겨레>에 채현국 어르신의 인터뷰가 실리면서다. 이 인터뷰는 기사를 통해, 그리고 SNS로 확산되며 큰 파급력을 보였다.

 

이에 <풍운아 채현국>의 저자인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기자는 지역신문 기자로서 부끄러웠다. 내가 사는 이곳 경남 양산에 계시는 어른이 내 게으름 탓에 서울 매체를 통해 먼저 알려진 것이다며 반성하고, 채현국 어르신의 삶을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밝혔다. 인물 스토리텔링에 큰 관심을 보인 저자는 <열두 명의 고집 인생>으로 인터뷰를 한 이들의 삶을 책으로 묶어 낸 바 있다.

 

절대 훌륭한 어른이나 근사한 사람으로 그리지 말 것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채현국 어르신. 그렇게 저자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마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7시간 이어졌다고 한다. 인터뷰를 묶어 탄생한 <풍운아 채현국>에는 그의 삶이 녹아져 있다.

 


책은 총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 아버지 채기엽과 탄광사업 합류’, ‘2부 사업 성공과 정리, 친구들이 남았다’, ‘3부 비틀거리며 왔지만 그래도 수지맞은 삶’. 채현국 어르신의 삶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고도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어르신의 아버지인 채기엽 선생에 대한 조명과 어르신의 유년기, 학창시절과 구직활동을 했던 때를 그리고 있다.

 

채기엽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8년 상해까지 건너가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을 통해 독립투사들에게 원조를 한 어른이다. 귀국 후에는 무역이나 연탄공장을 차리는 등의 활동을 하다 흥국탄광을 건립해 굴지의 대광업가가 됐다.

 

채현국 어르신은 살 무렵에 아버지인 채기엽 선생이 떠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가난한 시절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라 어떻게든 버텼다는 어르신. 형님의 자살 등 아프지만 시간이 지났기에 담담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현재 마산에 위치한 경남대학교에 대한 일화도 담겨져 있다. 채현국 어르신은 흥국재단이 인수하고, 학내 문제 때문에 학교를 국립으로 만들기 위해 당시 문교부 장관이었던 문홍주 장관에게 넘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교는 피스톨 박으로 유명한 박종규 씨에게 넘어갔다.

 

 

2부에서는 본격적인 사업가채현국과 사업을 정리했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한 채현국 어르신은 탄광업을 시작으로 조선소, 농장, 해운, 화학, 목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다. 아버지가 여러 사업들을 기획하고, 그 사업들을 채현국 어르신이 맡아 운영했다고 전한다. 이때의 사업들을 정리하지 않고 계속했다면 지금의 삼성, 현대처럼 큰 재벌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번창하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함께 일을 하던 이들에게 모두 나눠주는 파격적인 일을 감행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당시 박정희 정권과 유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부인 되시는 분과의 로맨스도 간략하게나마 담겨있다.

 

 

3부는 어르신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인간 채현국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업을 정리하면서 주식까지 모두 나눠줬다는 어르신은 보증을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말한다. 주식을 모두 처분했음에도 이름과 직책만은 그대로 있어 달라는 부하 직원의 요청을 들어준 채현국 어르신. 은행에서 어르신의 이름을 대 돈을 빌렸다가 결국엔 회사가 부도나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다.

 

채현국 어르신은 신문·방송을 보지 않는다. “모든 신문에 공개되는 뉴스는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조작하기 위해서이지 아닌 것은 뉴스에 내보낼 수가 없게 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래서 그 때부터 아예 신문을 끊었지.” 라는 대목이 있다. 전두환 정부 등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것을 알고 나서는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다르거나 말거나 다 탄광에서 벌어서 나온 건데. 그런 이치를 따지면 남 못 돌려줘요. 몫도 한 몫만 먹고 두 몫 안 먹는 이유가 그랬어요. 나도 따로 한 몫하고 싶었지만, 그러다보면 못주게 됩니다. 하하.”

 

돈 버는 게 악이라는 게 아니고 돈 버는 것만이 가치라고 여기게끔 만드는 것이 악이라는 겁니다.”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계산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현재 사회에서 가치를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한 척도가 되는 것은 일 것이다. 채현국 어르신의 말씀을 잘못 받아들이면 돈이 가지고 있는 가치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재화가 가치고 있는, 물질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최고로만 여기는 사람들의, 사회의 인식을 경계하고 있다. 내가 그만큼의 재산을 가졌더라면, 어르신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고민에 빠진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틀림과 다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무척이나 공감한다.


 

누가 읽더라도 좋은 책이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 사회를 비판하는 적합한 사례가 될 수 있으니까. 어린 분들이 본다면 예방을, 나이든 분들이 본다면 반성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추천할만한 누군가를 굳이 고르라면 어른이 되어가는 30대의 분들께 권하고 싶다. 20세를 넘으면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숙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두는, 그리고 앞으로 사회의 주축이 되어 활동할 30대의 분들이 채현국 어르신의 말씀을 접했으면 한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12,000


풍운아 채현국 - 10점
김주완 지음/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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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를 읽고 독후감을 작성했었다첫 독후감은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포부를 드러냈었다막연한 앞으로의 다짐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 달하고 조금 더 지나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의 서평을 작성한다


2007년에 출간된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됐고 저자는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기자다. 지방에 있는 언론사들의 현 모습과 저자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의 과제를 풀어놓고 있다.  창간부터 지금까지 쭉 경남도민일보에 몸담고 있는 저자는 책을 통해 언론이 가지고 있는 악폐습을 고발하고, 언론윤리가 바로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1. 내가 받은 촌지

2. 독점 깨진 서울 기자실

3. 연고와 인맥이라는 '괴물'

4. 똥인지, 된장인지 가려주는 보도

5. 지방분권사회와 그 적들

6. 조선일보 물먹인 객원기자

7. 동네신문에서 일하는 즐거움

8. 지역신문을 위한 십계명


책은 도입부부터 민감한 사항인 '촌지'를 다룬다. 저자도 촌지를 받은 적이 있으며, 언론계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만연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외에도 △기자실 문제 △왜곡보도의 사례 △선거보도의 문제점 △지방행정·지방분권·시민운동의 한계 △서울지역 언론의 지역보도행태 비판 등, 고쳐야 할 언론의 부족한 모습 등을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촌지를 받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제시한다기사에 영향이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촌지를 받았다가 그 사람에 대한 비판기사를 쓰기가 어려웠다는, 직접 경험한 사례를 털어놓았다.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다. 그 의도가 어떻든 간에 누군가에게 도움·사례를 받는다면그 사람(혹은 조직)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가 어렵다고 전한다. 기자도 사람이니까.


1장의 19~21페이지 '촌지 받는 사람의 방어기제'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하는 작은 정성까지 마다하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거나 "요즘은 선물이나 촌지를 받는 교사들이 거의 없으며, 혹 있다 해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이를  '방어기제'라는 정신분석 용어를 사용하며 비판한다. 결국은 촌지를 받는 이들의 자기변명이라는 것이다.


물론 촌지만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연고'나 '인맥'을 경계하고 있다. 학연·지연 등이 바른 기사 작성에 영향을 미친다. 책에서도 학연으로 뭉쳐진 대학의 '언론동문회'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한다.


"연고주의를 배격하자면서도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모든 언론에는 동창회나 향우회 소식이 매일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언론인들이 참석하는 각 대학의 '언론동문회' 소식은 사진까지 빠지지 않는다. 새해에는 이것부터 확 없애버리면 어떨까." -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87쪽


책을 통해 저자는 언론, 기자는 주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데 있어 가장 큰 '적'을 촌지나 연고, 그리고 세습되어 온 문제점들(기자실 문제, 서울 중심의 언론 등)이라고 지적한다. 



2007년에 출간된 책의 내용은 아직까지도 유용하다. 어찌보면 안타깝다고도 생각한다. 과거부터 문제시 되었던 사안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니까.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게 사실이다.


언론윤리, 기자윤리를 공고히 하는 것. 언론사와 기자로서 가장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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