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스로는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합니다. 국제테러의 위험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테러 새로운 대테러 관련 법안, 규정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 국정원이 위험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는 야당 의원들의 행위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2조 3항, '테러위험인물' (중략) 의심할 상당의 이유가 있는 자를 말한다


'테러방지법을 이용해 사사로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특정인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테러'라는 표현을 해석하는 데 있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테러'를 정의하는 2조 3항에서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합니다.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는 것은 너무 모호하죠. 이를 담당하는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견제, 감사, 감찰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2. 7조,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둔다, 인권보호관의 자격/임기 등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의 내용과 연계되는 내용입니다. 


7조에서는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방해 방지를 위해 대책위원회 소속으로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둔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의 규모나 구체적인 활동 내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권보호단 1명'을 둔다는  내용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 1명을 두는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기관이 제대로 운영되는 지에 대한 감시자로서 법안 통과 이전 단계에서 인권보호단의 자격이나 역할, 임기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기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임을 우려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법안 통과의 반대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기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때의 대책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또한 다수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태에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주관적인 글에 더욱 주관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현재 반대를 하는 야당은 '왜 반대하는지'에 대해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확실한 생각과 근거를 말하고 있죠.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서는 그런 야당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야당이 '독소조항'이라고 말하는 조항이 왜 필요한지를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테러방지법은 악법이 아닙니다. 국정화교과서때와는 달리 말입니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열람함으로써 테러를 막을 수 있다면 정보 열람권을 줘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는 제 개인의 생각일 뿐이고, 다수 국민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특정 기관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논의할 여지가 많은 사안입니다. 이런 논의조차 무시하고 법안을 마련해야할만큼 시급한 법안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안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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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 [도서/소설] - 조선의 여왕, 혜주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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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실록에서 지워진 왕이 있다고 한다그것도 무려 여왕이란다상당히 파격적인 소재다피플파워에서 출간한 소설 <혜주>의 이야기다.

 

책을 읽기 전 저자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저자에 대해 알면 그만큼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생각 때문이다그래서 살펴본 책날개 부분의 작가소개는 짤막한 데다가 이상했다. ‘지난 30여 년간 역사 연구와 저술을 해왔다더 이상의 작가 소개는 원하지 않았다’ 라니.

 


 

책 속에서 시간은 현대에서 과거로다시 현대로 돌아온다현대의 인물인 송 선생이 서실에서 실록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조선의 여왕에 대해 다루는 골동품 책을 발견하는 것이 시작이다그리고 이야기는 과거혜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주 혜주는 특별할 것 없는그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로 그려진다자신을 가꾸고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10대 중반의 여자아이하지만 후계를 두지 않았던 선왕 광조가 급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조정 대신들의 합의로 결국 열다섯 살의 공주 혜주는 여왕 혜주가 되었다성군이 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여왕이 된 혜주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인사를 단행한다. ‘숭유억불(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부정하는 정책)’이라는 당시 조선의 정책에 반하는 인사였고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신료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였다측근 정치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섹스 파트너격인 정인을 두고 색()에 빠지고 정치를 돌보지 않았다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두물섬 수몰 사고에서 혜주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를 무시한다.


 회운사에서 당일 저도 그 보고를 받았습니다만저로선 도저히 납득하기 힘듭니다청년들은 헤엄쳐 나왔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했나요물가에 사는 사람들이 헤엄도 하나 못 치나요그러고 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평소부터 물난리에 만전을 기했어야지요.” - 280

 

 

 

책의 내용은 짤막하게 요약할 수 있다순수하고 평범했을 공주 혜주가 여왕이 되고 폭군으로 변해가는 내용이다준비되지 못한 이가 권력의 중심에 섰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그리고 동시에 그런 이를 이용하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이고상당히 자극적인’ 내용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시원시원한 전개와 책의 에피소드들도 재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읽고 드는 감상이 더 재밌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첫 여왕이라거나 물에서 난 사고측근 정치 등자연스레 현실이 겹친다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이 책을 불온서적이라 평했다고 한다공감한다.

 


 

이번 사태의 최고 중죄인은 단연 주상이십니다설사 자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자격 없는 자가 왕위에 올라 왕실을 능멸한 죄게다가 4년간의 재위 기간 동안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면서 국정을 파탄시키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한 죄도 결코 가볍지 않사옵니다이를 종합해 보건대 주상에게는 사약을 내리는 것이 마땅한 줄로 사료되옵니다.” -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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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창동 어울림센터 지하에서 <맛있는 경남> 북콘서트가 진행됐습니다.


저자 남석형·박민국·이창언 기자가 준비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저자인 권범철 기자는 현재 노컷뉴스에서 근무하고 있고, 회사 사정(마감)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신 영상편지(?)를 제공하셨죠.


참석하신 독자분들과 저자들의 모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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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일에 발행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먹거리와 관련된 책이다. 이름부터가 <맛있는 경남>. 경남에서 맛볼 수 있는 유명 먹거리들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통영 멍게, 굴이나 하동 녹차, 재첩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은 한 명의 저자가 쓴 글이 아니다. 4명의 기자들이 글을 썼고 2명의 사진기자가 사진을 담당했다. 모두 경남도민일보의 구성원이다. 이들은 그네들이 사는 지역의 먹거리 특산물을 취재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게 <맛있는 경남>이다. 700페이지가 넘는다. 저자들의 노력과 애정이 듬뿍 담겼다고 생각하면 되리라.



마시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라고 하는 녹차. /경남도민일보

 


어느 지역이 특산물을 안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연이 내준 선물을 잘 가꾼 경우도 있고, 어느 한 사람 노력이 마을 전체로 퍼져나간 것도 있다. 때로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보태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하나가 중심에 있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자연환경·사람 손길·유통·행정·입소문 같은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소중한 이야기를 경남 먹거리 특산물 스토리텔링이라고 이름으로 담아봤다.”

 

저자 중 한 명인 남석형 기자가 머리말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후에도 책에서 담고자 하는 내용, 다루는 것 등. 핵심적인 내용이 머리말에 담겨있다.

 

책에서는 총 23개의 먹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통영 멍게··물메기, 남해 마늘·시금치·멸치, 창녕 양파, 의령 망개떡, 함안·의령 수박, 고성 갯장어, 함양 산양삼·흑돼지, 거창 사과, 창원 진영 단감, 하동 재첩·녹차, 마산 홍합, 진주 딸기, 진해 피조개, 남해안 전어, 남해안 털게(왕방송이게), 마산 미더덕, 지리산 물 등이 그 주인공이다.

 

책의 내용은 대개 이렇다. 왜 하동에서 녹차가 유명한지, 하동 녹차의 효능은 어떤지, 관련된 이야깃거리는 뭐가 있는지 등. 특산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해 준다.

 

차는 중국에서 전래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신라시대에 중국에서 온 차를 재배한 곳이 지리산이고 재배·보급에 좋은 환경을 지녔고 노력한 게 지리산 사람들이다. 특히나 하동 화개면은 그야말로 한국 차 문화의 성지로 불리운다. 차를 즐기는 스님들의 이야기와 10대째 고향 땅을 지키고 있는 우전차 명인을 만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녹차에 속한 카페인 함량은 커피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내용도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맛있는 경남과 지리산 물. /경남도민일보


 

경남지역의 먹거리 특산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경남 내 모든 시·군의 정보가 담긴 건 아니다. 저자 역시도 머리말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맛있는, 그리고 유익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다. 상식으로 여겨질 만큼 익숙한, 지역의 특산물을 알게 되는 건 물론이고 그 유래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선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정보의 홍수, 인터넷에서 ‘xx 특산물이라고 검색하는 것보다 훨씬 공신력 있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지역의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가며 취재한 내용들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여러 곳을 여행 다니며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역시 많다. 직접 유명 먹거리를 조사하고 여행을 떠나기엔 너무 바쁜 세상이다. 계획만 하다가 귀찮음으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도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책에 담긴 이야기로 간접체험을 하면, 언젠가 그 지역을 들르거나 할 때 책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과일이 아닌 과학? 거창 사과. /경남도민일보

 

사실 이 책은 먹거리와 거리가 먼 나에게는 과분한 책이기는 하다. 편식이 심한 데다 주로 먹는 게 치킨이나 피자, 빵 등, 조리 없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소개되는 먹거리 중 먹어봤거나 아는 게 드물다. 그나마 책의 막바지에 소개되는 지리산 물은 지리산의 한 절에서 실컷 마셔봤다. 물론 맹물은 아니고 차로.

 

언젠가 책에 소개된 지역 특산물들을 모두 먹을 날을 기대하며, 우선은 거창 사과부터 맛봐야겠다. 도입부의 문구가 날 사로잡았기 때문.



9월 15일, 마산 창동 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맛있는 경남> 북콘서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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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THE INTERVIEW - 사람을 읽다





이 인터뷰집의 콘셉트는 인터뷰의 재발견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 텍스트를 통해 인터뷰의 재미를 발견해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새삼 인터뷰의 재미에 눈뜨고 싶습니다. - 6p

 

 

책은 저자 지승호 씨가 만난 인터뷰이들을 소개하는 인터뷰집이다. 서문부터 시작해 7명의 인터뷰를 차례로 보여준다. 소개되는 인물들은 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유명인들.

  

시작은 제4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강준만 교수다. 현재 전북대 신문방속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 교수는 지금처럼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기 전 세대의 논객으로 유명하다. 정치적인 이야기로 보수에 대한 지적을, 진보에 대해서는 더한 지적을 해나간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비난이 아닌 비판을 강조한다. 동시에 SNS나 인터넷 환경이 발전한 현세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인터뷰이, 만화가 강풀과의 인터뷰에서는 독자들이 강풀에게 궁금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대신 물어봐 준다. 강풀에게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나 좋아하는 작품, ‘미생을 반대하게 된 사연 등. 작품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봐오던 이와 직접 대화하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이후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교수, ‘장도리의 박순찬 화백, ‘홍대 마녀오지은, ‘고발뉴스이상호 기자, ‘원조 홍대 여신한희정이 소개된다. 각각의 사연이나 이야기를 몰입도 있게 풀어놓았다.

 

각각의 인터뷰마다 인상 깊은 내용들이 하나씩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만화가 강풀과 김난도 교수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저는 무조건 재미에요. <26>은 어떤 만화보다도 재미있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주인공이 조직폭력배잖아요. 어떻게 보면 조폭 미화죠. 심지어 광주를 얘기하는데, 조직폭력배가?’ 이런 반응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걸로도 살짝 고민했어요. 그런데 재미를 위해서는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거죠. - 99p, 만화가 강풀

 

강풀은 자신에게 만화란 결국 재미라고 한다. 정치적인 광주를 이야기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더라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의미가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먼저 보이는 것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마냥 좋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습에 프로라는 생각이 엿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 듯하다.

 


다들 오리같이 되려고 해요. 걷기도 하고, 수영도 하고, 날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오리를 어디다 써먹습니까?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불안해서 그래요. 자기가 말처럼 달릴 수 있는지 망아지 때는 모르잖아요. 자신이 없으니까 남하고 똑같은 스펙이라도 쌓아놔야 불안감이 덜해지는 거죠. (중략) 사회도 바뀌어야 되지만 부모님들이 바뀌어야 해요. 우리가 살아온 40년하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40년은 정말 다른 40년이거든요. 우리가 경험한 40년을 가지고 나는 답을 안다. 내 아들을 사랑하니까 이렇게 기르겠다고 나오는데,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에요. 기회가 닿으면 부모님들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어요. 교육제도야 바꾸기 어렵고 바꿔봐야 부작용만 나지만, 이 나라 어머니들이 생각을 바꾸면 상당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 157p, 김난도 교수

 

김난도 교수의 조언도 잊히지 않는다. 항상 생각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난도가 말하는 것에 특별함을 느낀다. 비단 서울대를 나온, 서울대 교수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모님들에 대한 책을 기대한다.

 

 

<지승호, THE INTERVIEW>는 상당히 인상 깊은 책이다. 질문하는 내용이나 글로 옮기면서 했을 편집 등, 기술적인 영역에서도 공부가 됐다. 비슷한 유형의 글쓰기를 하거나 인터뷰를 하게 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글이 흥미롭다는 데 주목했다. 단순히 이야기가 재밌는 게 아니라 글을 읽음으로서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끔 한다

 

일정 이상 이름을 알린, 유명인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보다 인터뷰이들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자신이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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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5일,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사건을 다룬 책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가 발간됐습니다.


책은 과거 민간인학살 사건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 그들의 유족을 만나 당시의 이야기와 현재까지의 삶을 조명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지나간 일을 왜 들추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지나간 일'일까요? 아직도 유족들은 가슴아파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들의 아픔은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아름답지 않은,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과거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우리의 역사입니다.


13명의 유족들이 증언을 해 주었습니다. 유족 중 누군가는 떠올리기 힘든, 과거의 괴로운 기억에 눈물 흘립니다. 또 다른 이는 오래된 기억이라며 담담하게 기억을 더듬습니다. 기록자 박영주 연구원은 더하고 뺄 것 없는,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직시하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증언을 해 준 유족 13명의 이야기를 한 명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드릴 내용은 희생자 감영생 씨의 손자인 감효전 씨의 증언입니다.


희생자 감영생 씨는 일제시대에 와세다 대학 정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신 분이라고 하는데요. 비밀 의열단 단원으로 6개 국어에 능통했고 독립투사 김원봉 장군에게 자금을 대어 주기도 하셨답니다.


독립 후 한학을 가르치던 중 1948년 밀양 2.7항쟁에 참여했다는 명목으로 밀양경찰서로 체포되었습니다. 항쟁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말하라며 갖은 고문과 협박을 당하셨다고 하는데요. 끝까지 말을 안 하고 '미 군정 포고령 위반죄'라는 죄목으로 5년 구형이 됐습니다.


이후 2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6.25 이후에 민간인학살이 자행되면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날짜가 7월 24일이라는 것도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사람도 그냥 죽인 게 아니고요. 돌덩이를 매달아 부모형제 모르게 죽였어요. 진실규명이되어 잘못한 거는 잘못했다고 해야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 아닙니까?"




2015/07/20 - [도서/서평] - 최초의 민간인학살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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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죄 없는, 숱한 민간인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당했다. , 혹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창원지역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한 증언을 책으로 엮은 증언자료집이다.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박영주 기록자가 13명의 유족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책의 기록자는 평생을 기록하는 일에 매진한 사람이다. 1985년 무크지 <마산문화> 편집장을 지냈고, 이후 <경남지역 6월민주항쟁 자료집>, <부마민주항쟁 증언집 마산편> 등의 책임편집을 맡았었다.

 

책은 발간을 기획한 창원유족회장의 발간사부터 시작한다. 책을 발간하게 된 경위와 관련 내용들을 간략하게 다뤘다. 그리고 이후 13명의 유족들과 기족자가 한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학살을 당한 피해자의 아내, 아들, , 손자 등. 모두가 피해자들의 친인척들이다. 13명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민간인학살에 피해를 입었다는 하나의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



2011년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 위령제.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주인공 이귀순 씨는 남편을 잃었다. 남편인 희생자 황치영 씨는 지서(경찰서)에 잠깐 다녀온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증언자인 김순애 씨는 아버지를 잃었다. 김순애 씨의 아버지, 희생자 김기태 씨는 어느 날 밤에 진해의 경찰 관계자에게 잡혀가 돌아오질 않았다고 한다. 멀리서나마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고 아침마다 형무소로 갔다는 김순애 씨. 아버지 김기태 씨를 빨리 나오게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소나 논 등, 온갖 재산을 다 처분하고 돈을 줬지만 김기태 씨는 돌아오지 못했다.

 

유족들은 가족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데 큰 상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닥친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젊은 남성이었다.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는 이들이다. 가장인 남편, 아버지를 잃고 생활한 유족들의 증언을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져왔다.



저 혼자의 머릿속에만 기억하고 있다가는 이 사실이 언젠가는 없어질 거라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걸 후세들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잘못된 역사가 반복이 안 될 것입니다. 또 세월이 흘러서, 예를 들어서 나라가 하나가 된다든지 해서 이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시기가 오면, 이게 하나의 근원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이런 증언을 통해서 남길 수 있다는 게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증언자 이동주 씨의 말은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의 의의를 잘 설명해준다. 좋지 않은 역사라고 해서 묻으려 해서는 안 된다. 기록하고 남겨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모은 증언자료집이다. 역사, 특히 지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당연히 소장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이들은, 비교적 젊은 세대의 이들이다. 기성세대는 자세히는 아니지만 민간인학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구전으로나마 전해져 왔기 때문에. 하지만 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민간인학살은 낯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가 알았으면 한다.




2011년 창원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민간인학살. 무척이나 무거운 주제다. 국가권력에 의해 벌어진 참상과 아직도 이뤄지지 않는 보상. 물질적 보상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지만 상처받아 온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저자
박영주 지음
출판사
해딴에 | 2015-07-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창원유족회에서 펴낸 증언자료집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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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는 전작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의 연장선에 놓인 책이다. 전작에는 대한민국의 언론, 특히나 지역 언론의 병폐를 고발하고 스스로에게 과제를 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번 책에는 그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김주완 기자는 1990년부터 지역신문 기자 생활을 해온 베테랑이다. 뉴미디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그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자사(경남도민일보) 후배들에게도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장려했다. 개인으로도 201563일 기준 블로그 누적 방문자 1400만 명을 넘은 파워블로거이다. SNS 페이스북 팔로워도 1000명이 훌쩍 넘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을 이끌어가고 있다.

 

책은 쭉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라는 테마에 맞게 짜여있다. 여는 말과 본문의 4, 그리고 지역신문기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과 맺음말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여는 말에서 친절하게 이후 전개될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다.

 

1장은 내가 편집국장을 맡은 후 우리 기자들과 공유하기로 한 원칙과 다짐을 담았다.

2장은 기자윤리를 지키면서 편집국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가설을 실험하는 과정을 담았다.

3장은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지역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찾는 작업이다.

4장은 우리가 2008년부터 해온 블로거 지역공동체 구축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내가 후배기자들을 교육시킬 때 늘상 하는 말들을 담았다. 혹 동종업계나 기자를 지망하는 젊은 친구들이 참고할만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6~7

 

본문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도입부인 1장이다. 부서별·기자별로 고착화되어 있던 출입처취재영역의 방벽을 허물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퍼뜩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곧 경제·사회·정치·문화 등의 나눠진 영역의 틀에 갇히지 않고 폭넓은 보도를 하겠다는 의미라는 걸 알게 됐다. 작은 소규모 조직이라면 이런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직원이 70~80명은 되는 언론사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기에 더 놀랍다. SNS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만 경남도민일보에서 운영하는 갱상도 블로그도 시선을 끈다. 지역 내에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들과 소통하며 상생하고 있다.

 

출입처나 업무영역은 그야말로 의무방어구역일 뿐이지 배타적 권리구역은 절대 아닙니다. 다른 기자가 침범해선 안 되는 불가침 구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영역과 출입처는 물론 부서를 넘나들며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13

 

“20111029, 30일 전국의 파워블로거 20여 명이 창원에 모였다. 동읍농협이 주최한 창원단감 팸투어였다. 나도 블로거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블로거들은 공업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창원에 주남저수지와 같은 천혜의 자연유산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창원단감에 또 한 번 놀랐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78~79

 

기자가 해야 할 행동이나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 많은 교훈을 준다. 동시에 저자 본인의 경험과 경남도민일보에서 실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실용적인면에서 참고할 일이 많다. 지역 언론에 활동을 하거나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영국의 레스터 머큐리의 편집국장이 한 말을 끝으로 서평을 마치겠다.

 

레스터 시의 전 시장이었던 울트라 폭스가 트위터를 통해 나(편집국장)의 성향을 보수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의 편집방침은 런던 본사에 있는 최고경영자에게만 이야기할 뿐 누구에게도 드러낸 적이 없다. 물론 최고경영자도 여기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는다. 신문은 편집국장이 모든 권한을 갖는데, 우린 보수당이 맞으면 보수당 편을 들고, 노동당이 옳으면 노동당의 입장을 든다. 우린 레스터시를 위해 올바른 것을 추구할 뿐이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110, 레스터 머큐리의 편집국장의 발언.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저자
김주완 지음
출판사
산지니 | 2012-12-1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뉴미디어 시대, SNS 도구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다인터넷 통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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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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