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자랑할거 좀 찾아라안카나 #5


경남의 재발견내륙편을 통해 가진 게 많아 아쉬울 것 없던 도시들, 진주와 양산을 둘러보았다.

 

진주와 양산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참 이율배반적인 도시네.’ 엉뚱하지만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평가다. 가진 게 많은 듯하지만, 돌이켜보면 가지고 있는 게 없다. 부족함 없는 주변 환경으로 나름 잘 성장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

 

진주는 필자가 다녔던 경상대학교가 위치한 도시다. 진주성, 진양호, 남강 등의 볼거리와 진주비빔밥, 냉면 등의 유명한 먹거리도 가졌다. 대학이 많아 젊은 학생들이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이 학생들이 일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함께 가지고 있다.

 

사실 진주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할 말이 많다. 필자는 2년가량 진주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게 있다. 내가 자라온 경남과는 다르다는 생각. 쭉 살아온 김해나 친인척이 많은 부산, 창원, 마산을 생각했을 때 위화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무엇이 다를까, 하는 고민을 잠시 했고 투박함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주 사람들은 교양이 있다. 부산·김해·창원의 사람들이 교양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예를 들어 무뚝뚝함 속에 정이 있다는 특징(츤데레)은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다. 서울·경기 지역에 비해 목소리가 큰 것도 맞다. 그런데 말을 참 조리 있게 잘한다고 할지, 조곤조곤 한다고 해야 할지.


 

이런 생각에 동의를 구하기 위해 경상대 친구들에게 문의했다가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남들이 반대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내가 느끼는 이 교양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책에서 풀어주고 있다. ‘진주정신.’ 이 단어가 진주를 설명할 수 있다. 충절이나 기개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런 딱딱한 말보다는 고집이라고 정의하는 게 어울린다고 본다.

 

뛰어난 인물이 많이 배출된 진주는 최근까지도 교육의 도시로 불리어 왔다. 최근에야 전체적인 교육 수준이 높아져 진주가 으뜸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경남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들은 진주 출신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학문적 소양을 쌓아,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고집을 관철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진주의 모습이다. 이런 이들의 고집이 좋다.


2012년에 촬영한 진주남강유등축제.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이율배반적인 도시, 양산은 어떨까.

 

양산 역시 진주와 마찬가지로 부족함이 없는 도시다. 신흥 공업도시로 이름난 양산은 그 이름에 걸맞은 부를 지니게 됐다. 공업 외에 지리적인 위치나 문화유산, 자연풍광도 빼어나다. 경남의 재발견 양산편에서는 이런 양산을 관광도시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없는 곳이다. 그래도 관광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면 공업에 대한 인상이 큰 탓이지, 관광이 부족해서는 아니다고 못 박고 있다.

 

이렇게 가진 것 많아 보이는양산의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자신만의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양산은 분명 공업도시로 큰 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외에 양산을 대표할만한 가치를 형성하지 못했다. 통합 창원시와 김해, 진주에 이어 인구수가 많은 도시이건만(20151월 기준 인구 : 통합 창원시 107, 김해시 52, 진주시 34) 그 지역의 특색이 옅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위치가 좋다고 평가했지만, 그 위치로 인해 아쉬움도 많다. 부산과 울산이라는 두 광역시 사이에 위치한 양산. ‘삼산(양산·부산·울산)의 중심지 양산이라는 구호도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리 생각한다.


이렇게 아쉬움을 늘어놓았지만 양산은 미래가 기대되는 도시다. 과거 공업에 치중하면서 돌보지 못했던 자연환경을 돌보고 있다. 양산천 변의 유채 단지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 됐다. 특히 올해, 2015년은 2006년에 시작한 '양산천 친환경 종합개발사업'의 막바지이기도 하다. 하천 전역을 1급수로 만들겠다는 이 사업에서 양산의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전국 명품 자전거길 20곳에 선정된 양산시 물금읍 황산베랑길을 달리는 라이더들. /양산시


독후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과 형식으로 경남의 재발견의 독후감을 작성하게 됐다. 글을 쓰면서 책을 읽고서 쓰는 독후감이라는 생각보다는, 책을 통해 지역을 간접체험했다는 생각 때문일까. ‘직접 방문해본 뒤, 내가 생각하는 OO’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 보니 틀에 맞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책의 감상을 통해 지역을 알아보자는 생각은 성과를 거둔 듯하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특히 필자의 기억력) 참 알 수가 없다. 글을 쓰기 위해 2~3번 읽은 내용들이 벌써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다른 인문도서는 한 번 책을 읽으면,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면 된다. 언젠가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꺼내서 펼쳐보면 되니까. 하지만 경남의 재발견은 책장에 꽂아두기가 어렵다. 수시로 신세를 질 것 같기에. 앞으로 경남 지역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볼 일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경남의 재발견을 펼치게 되리라 생각한다.

 

독서 후기의 첫 편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이 책은 경남지역을 자세히 알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내용이다. 해안편과 내륙편, 2권으로 구성되어 지역의 역사와 특산물·먹거리·볼거리를 소개한다. 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을 아우르는, 경남지역에 대한 인문지리서를 표방하는 경남의 재발견이 그 주인공이다.”

 

이와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 책은 경남지역의 인문지리서, ‘경남의 재발견이다.



2015/03/25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


2015/03/26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마산을 둘러보다


2015/03/26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이순신과 조선의 도시


2015/03/30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김해 = 김해평야?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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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평야 말고 딴 걸로 바꿉시더 #4

 

드디어 경남의 재발견 내륙편이다. 내륙편에서는 진주·김해·밀양·양산·의령·함안·창녕·산청·함양·거창·합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익히 알고 있던 지역들이 있는가 하면 역시나 잘 모르는 지역들도 있다. 그 비율이 후자가 높은 것은 애석한 일이다.

 

내륙편의 후기로는 본문을 통해 김해를 다루고, 다음 편을 통해 진주와 양산을 묶어서 다루고자 한다. 물론 이 지역들이 객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좋다거나 하는 영역은 아니다. 내가 생활했던 지역(김해, 진주)과 최근 관심이 생긴 양산에 대해서 쓰고자 하는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경상남도 김해시. 필자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꽤나 알려진 도시다. 김해를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들도 이름은 들어봤다고 말하는 편.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인지도가 상승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작용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래저래 타 지역에 비해 아는 게 많은 이곳을 책에서는 뭐라고 설명했을까? 먼저 경남의 재발견에서 말하는 김해를 살폈다.

 

김해는 평야. 도심으로 둘러싼 너른 들판으로 펼쳐진 평야는 경남은 물론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비옥한 땅이다. ‘김해 흉년 들면 경남이 굶는다는 옛말에 허세는 없다.”

 

진영갈비와 뒷고기의 고장이다. 주촌면·어방동에 각각 있는 도축장을 중심으로 정육점·식당이 따라붙으며 진영갈비거리나 뒷고기 등이 탄생했다.”

 

유별나지 않은 지역색의 도시. 동부로는 부산, 서부로는 창원과 밀접해 외부지역과 생활권을 공유하기 때문에 고유의 색이 옅다.”

 

공감하기도 하지만 의문도 든다. ‘김해평야때문이다. 사실 글을 쓰기 전, ‘김해에 대해 무엇을 얘기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부산’, ‘가야’, ‘노무현’, ‘경전철’, ‘교통. 하지만 그중에 김해평야는 없었다.


부산에 있는 김해평야.


김해평야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다. 타지 사람들이 김해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말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석연찮은 점이 있어 포털사이트에 김해평야를 검색해봤다. 이름은 김해평야지만 주소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중림동으로 나타난다.

 

검색을 계속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김해평야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김해평야는 대부분 현재의 낙동강 서쪽에 발달되어 있다. 낙동강 서쪽의 넓은 삼각주는 본래 경상남도 김해의 땅이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부산의 시역(市域)이 확장됨에 따라 지금은 거의 전부 부산광역시 강서구에 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년 원격탐사 활용 경지면적조사 결과라는 보고서를 확인했다. 이 보고서에는 지역별 논, 밭 등의 면적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자료 하단에는 면적별 상위 5개 시군의 순위가 매겨져 있다. 물론 이 중 김해는 없다.


 전국의 경지, 논, 밭 면적 순위. / 2014년 원격탐사 활용 경지면적조사 결과


그렇다. 필자는 김해에서 자랐지만 평야를 체감하지 못한다. 혹시 개인적인 문제인가 싶어 마산 때와 마찬가지로 또래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이번에 김해에 대해 글을 쓰고 있거든. 타지 사람들한테 김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김해평야라고 하는데, 나는 이 말에 공감하기가 힘들다. 말이 평야지, 도시화 된 지역도 많고 농지가 넓긴 하지만 사람도 거의 없는 외곽에 빠져있어. 농업 종사자보다 다른 게 훨씬 많은데 김해를 김해평야로 말할 수 있을까? 니들 생각은 어떠냐?”

 

꽤나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대략 10여 명과 얘기를 나눈 결과, 조금의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대부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더 이상 김해를 대표하는 것은 김해평야가 아니다라고.


 20대들의 대화방. 주제는 '김해'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쯤에서 감히 결론짓는다. 김해는 더 이상 평야로 정의할 수 없다. 그리고 김해시에게는 김해평야가 아닌,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야를 지속해서 발전시켜나갈 것이 아니라면 김해평야로 정의되는 김해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미 김해시 스스로도 농업보다는 각종 산업을 유치하고 발전시키는데 주력하지 않았는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해의 새로운 동력산업이 될 무언가에게 김해평야는 뛰어넘어야 할 큰 벽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김해하면 평야가 나와 버리니 말이다.

 

김해의 대도시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김해가 자신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내 고장이기에 더욱 엄격할 수 있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다. 나 역시 김해의 시민이므로. (아직 주소지 이전을 하지 못했다.)




2015/03/25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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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6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이순신과 조선의 도시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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