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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0 알파고,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고요?
여전히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인데요. 여러 곳에 비유도 되고 신조어도 생기고 있네요.

아직까지도 미디어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했다', '두려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따위의 말을 전하곤 하는데요.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알파고는 만화나 소설,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과는 다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만화 또봇의 로봇들 같은 인공지능의 형태를 '강 인공지능(Strong Ai)'이라고 부른답니다. 자아를 가지고 사고를 하는 인공지능이죠. '감정을 지닌 로봇'이라고 하면 쉽게 와 닿을 거 같네요. 아마 대중들이 인식하는 '인공지능'은 이것에 가까우리라 추측합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인공지능은 현시점에서는 '판타지'입니다. 공상이죠. 알파고는 강 인공지능이 아닌, 약 인공지능(Weak Ai)라는 걸 확실히 해야 합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강인공지능 '스카이넷'. 알파고는 스카이넷이 아니다.



단순하게 '인간의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을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인공지능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으로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입니다.
- datanews 칼럼, 인공지능(AI)의 반란, 과연 가능할까① '인공지능과 자아에서



"약 인공지능이라는 게 뭐, 이세돌 이겼잖아. 충분히 대단한 거지"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알파고가 별것 아니라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분명 대단한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멀었다'고 하는 기술이었죠. 하지만 바둑이라는 게임은 결국 계산 싸움입니다. 인간의 직관, 창의성 등은 계산능력이 부족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압도적인 계산능력이 있다면 직관이나 창의성은 필요치 않은 게임입니다.

알파고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마냥 스스로 사고해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음, 여기 두면 악수처럼 보여서 이세돌이 흔들리겠군. 여기 뒀다가 이러저러해서 이겨야지!' 하는 게 아닙니다. 자아를 지니고 사고하며 결정을 하는 게 아닌, 계산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죠. 약 인공지능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물론 대중이 '강 인공지능, 약 인공지능'까지 신경쓰면서 조심스레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처럼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이라도 조사를 하고, 이를 분석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 그러고 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판타지를 쓰는 매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방송 중계나 대국이 끝난 뒤 지상파 뉴스들도 그랬고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가지고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날이 머지않았다'라니...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다 보질 못하고 꺼버렸습니다. 저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면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봤는데, 많은 분들은 마치 그 가능성이 현실화 되거나 근시일 내에 닥칠 거라고 두려워하는 것 같아 묘하더군요.

드라마 <이산>에 나오는 가마꾼. 자동차라는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안타깝네요.


결론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오기는 한-참이나 멀었다는 것,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020년에 제가 쓰고 있는 허접하나마 '주관'이 담긴 글을 쓰는 인공지능이 개발되리라곤 생각치 않거든요. 만약에 그런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그 친구의 몸값은 적어도 제 수십 배에는 달할 테니 제 일자리를 위협하지도 않을 테고요. 그러니 제발 알파고 vs 이세돌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기계에는 기계의 영역이 있고, 사람에는 사람의 영역이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사람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건 당연합니다. 당장 우리가 기계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과거엔 '사람의 영역'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소식을 전하려면 전화나 인터넷으로 손쉽게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일일이 편지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 편지를 보낼 때도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배를 타고, 말을 타고, 심지어는 걸어서 옮겼죠. 이것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비논리적인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미래가 올 거다~'하는 기사괴담을 포털사이트 검색어 기사. 어뷰징랑 동급으로 봅니다. 둘 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흥미를 이끌어낼 뿐이거든요. 오히려 대부분의 어뷰징이 현실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는 건 아니라는 면에서 어뷰징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적어도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거다'는 말들은 강 인공지능이 출현할 기미가 보일 때, 그때 활발히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히 해야 농담이지...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절치 않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1. '알파고'를 신격화하는 누군가들과 얘기하다가 갑갑해서 쓴 글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주장일 뿐, 제 주변인과는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2. 본문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거다'는 식의 기사]라고 했지만, 이는 지상파의 알파고 대국 중계나 이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괴담성 기사'를 표적으로 한 것입니다. 비슷한 주제로 훌륭한 분석 기사가 많은데, 이런 기사들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글을 쓰는 데 도움을 받은 글들

인공지능의 승리가 두려운 이들을 위한 위로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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