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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26 남자를 포기하겠습니다

미투 운동 어떻게 보나 - 노혜경 시인

 

"예외적 사건 아냐 남성 중심주의 돌아봐야"

일상적 성폭력 경험 다반사

잠재적 가해자 반성 계기로



피해자들이 안타깝고,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데는 전혀 이의가 없습니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을 바깥에 말하기까지의 고통, 말한 이후에 있는 비판까지 생각하면 피해자에게 더 잘해줘야 하고, 가해자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고 보고요.

 

그런데 묘하게 남성 Vs 여성구도로 만들려는 모습이 왕왕 보입니다. 이런 걸 보면 안타깝고, 껄끄럽고, 화나고··· 그러다 보니 여러모로 포기하게되네요.

 

성폭력 피해자들이 여성’이 많, 실질적 가해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런 피해자가 많은 여성을 위한 정책 등이 필요한 거고요.

 

하지만 피해자가 안타까운 건 여성 피해자라서가 아니라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나쁜 건 남성 가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기 때문인 거고요.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는 흑백논리이며, 더 큰 갈등을 만들뿐이라 봅니다.


옆에서 같이 도우려 해도 피해자도 아닌 주변 사람이 너도 똑같이 나쁜 새끼야!’ 하는 거죠. 그러면 그래, 나도 똑같이 나쁜 놈이야 ㅠㅠ하면서 도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정도의 호인이 아닙니다. ‘그럼 난 손 뗌하고 빠질 겁니다. 도우려는 사람을 배척하고, 적과 아군으로 구분 짓는 행위를 보면 변화가 싫어서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아닌가?’ 싶습니다.

 

피해자가 그런 말을 하는 건, ‘피해자가 겪은 고충을 생각해서따위의 이유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니까요. 하지만 소위 여성운동 한다는 사람들이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라고 하는 거에는 전혀 동의 못 하겠고, 화가 나네요.

 

 

잘못을 비판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적폐(누적된 폐단)를 없애는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건 우리 모두의 숙제고요. 하지만 저는 대부분의 가해자가 남자라는 이유로 남자는 반성해야 한다는 말엔 전혀 공감 못 하겠습니다.

 

가부장적 사회라고 하지만, 저는 살아오면서 남자라는 이유로 무슨 혜택을 받아왔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대학 때 여초 조직에서 남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불편을 감수했을지언정, 차별적 혜택을 누린 적은 없습니다.

 

과거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분명 남성이 여성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렸고,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으며, 그들 중 일부는 아직도 사회에 남아 있겠죠. 이것들이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바깥으로 드러나는 거라고 보고. 지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이를 두고 남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하는, 소위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온 남성들의 자기반성이 튀어나옵니다. 진중권 등은 나는 메갈리안이다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요.

 

그들이 자기반성하는 건, 자신들이 봐온 게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네들이 활동하는 분야(문화예술, 정치, 사회 등)에서 온갖 것들이 튀어나오고 있는데, 그런 걸 봐왔고, 알고 있었으니 반성하는 거죠.

 

근데 자기들이 잘못한 걸 남자라는 더 넓은 카테고리로 넓혀버리곤, ‘남자들이 잘못했다고 합니다. 전 가만히 있다가 덤터기 씌워지고요.

 

고은이나 이윤택. 30년대생과 50년대생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온갖 걸 다 누린꼰대들의 책임과 사과를 생물학적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90년대생인 저에게까지 요구합니다. 그 범죄자들이랑 같은 남자라는 이유로 너는 잠재적 가해자라는 소릴 들어야 한다고요? 웃기지 마세요. 차라리 베트남 전쟁에의 피해자들이 사과하라면 나라 전체가 월남전 파병의 혜택을 누렸기에 다른 생각 없이 무조건 사과하겠지만. 개인의 저질스러운 욕망, 생각을 제가 대신 책임져야 할 이윤 없습니다.

 

적어도 남자라서득본 거라도 꽤나 있으면 모를까. 가만히 있다가 얻어맞으니 어이가 없네요. 살아오면서 남자라고 득 본 거라곤, 명절 때 음식 같은 거 안 차리는 게 자연스러운 것뿐이었습니다. 큰어머니, 작은어머니 일하시는 데 노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거들어드린 게 이미 중학생 때부터고요.

 

반드시 남자라며 다른 범죄자들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여야 한다면. 저는 그냥 남자를 포기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피해자는 피해자라서 안타까운 거고, 가해자는 가해자라서 나쁜 겁니다. 여성이니 남성이니 하는 것 이전에 인간이고요.

 

여성 피해자가 다수니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걸 위해 여성가족부니 여학생회니, 여성휴게실이니, 여성주차장이니 하는 차별적 기구가 있는 거고요. 이런 차별적 기구가 있어야할 정도로 가부장적 사회의 폐단이 강했고, 또 각종 피해가 있다는 거죠.

 

격차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차별적 기구가 없어집니다. 대학 사회에서 여학생회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과거 여학생회가 있어야만 남성과 대등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이젠 없어도 얼추 대등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서로 대등하다면 여학생회같은 특정 성별을 위한 조직은 오히려 차별을 불러오니까요.

 

아직 여학생회가, 그리고 조직 내에 여성 복지를 위한 조직이, 정부에서는 여가부가 있는 게 완전한 평등이 오지 않은 결과물이라 봅니다. 여가부가 그렇게 욕 먹더라도 존재하는 건, 실제 여성들이 겪는 불편함이 많기 때문일 테고요. 언젠가 차별의 격차가 줄어들고, 오히려 여가부가 있음으로써 차별이 생기게 된다면 여가부가 없어지겠죠. 여학생회마냥.

 

 

미투 운동을 지지합니다. 피해자들에겐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가해자에겐 엄중한 처벌을 원합니다.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라고 하는 여성운동은 전혀 인정하지 못 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들은 흑백논리를 내세우는,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위험 조직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여성, 남성 운운하기 전에 인간입니다. 자신이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고, 상대가 싫어할 거 같은 걸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걸 권장해야 하고요.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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