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대한민국 언론의 현 주소. '메이저'가 앞장서···.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작용해서 1달도 되지 않은 채 이전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해볼 거면 밑바닥까지 경험해 보자는 생각에 검색어 기사만 전문적으로 쓰는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당시 서울에 고시텔을 계약해놓은 상황에서 지역에서는 할 수 없고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본 결과, 이때 검색어 기사를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평생 접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에서 알게 된 지인을 통해 검색어 기사가 뭔지 알고 써본 적이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써본 적도 있다고 하자 큰 어려움 없이 일하게 됐다. 상당히 큰 언론사였다.

OO닷컴의 인터넷팀 매뉴얼. /미디어오늘


업무는 거의 유사했다다만 매뉴얼이 있다거나 전담팀이 있는 등이전 회사보다 훨씬 체계적인 분위기였다회사의 네임밸류가 있다 보니 조회수도 큰 차이를 보였다하지만 오히려 내부의(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사기는 최악이었다.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은 서울·수도권에 있는, 명문대로 분류되는 대학교를 졸업·휴학한 사람들이었다. 지역 출신도 있었지만 대학교는 서울에서 나왔단다. 이들 대부분이 언론인을 꿈꾸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이다그런데 정작 쓰고 있는 것은 각선미가 어떻니가슴골이 보이니 하는 저질스러운 내용이라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검색어 기사가 무엇인지 모르고 들어온 사람이 많았다개중에는 당장 놀고만 있을 순 없으니 이력서를 넣는 동안에라도 잠시 몸을 담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그러다가 합격하면 그만두고 새 일자리로 찾아가고회사에서는 새롭게 인원을 충원하고···.


어뷰징을 담당하는 인터넷팀의 인원은 10명 남짓이었다저마다 출근 시각이 제각각이다어떤 이는 새벽부터 점심까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저녁이 다 될 무렵에 출근해서 밤이 돼서야 퇴근했다나는 오전 11시부터 7시까지를 희망했다아침에 약한 편이기도 하고 과거 야간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면서 생활리듬이 엉망이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급여는 시간 때마다 다르지만 최저임금(5580)이나 시급 6000그러다 계약직으로 일을 하게 되면 월급제로 바뀌는 형태였다.

 

글 작성은 이전 회사에서 썼던 것을 토대로 틀에 맞게 변형시켜 올렸다조금씩 형태가 다르다고 말을 듣기는 했지만 조회수만 나오면 된다는 분위기였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루 기사 작성 건수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데, 나는 하루 20건을 기준으로 잡았다. 그보다 많이는 되지만 적게는 곤란하다고 했다.


종종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여타 매체에서 검색어 기사의 기사 건수에 대해 언급을 한다. 하루에 20~30건의 기사를 쏟아낸 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검색어 기사에 기사 건수가 의미가 있을까. 나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 매체의 검색어 기사 2개를 소개해 보겠다.

 


 

이 기사는 분명 2개의 기사다하지만 과연 이를 2개의 기사로 봐도 무방할까대부분의 검색어 기사는 타 매체의 기사를 베껴오다 보니 기사를 썼다고 하기가 민망하다더군다나 검색어 순위가 높거나 유지된다면 한 번 썼던 기사를 수차례 반복해서 올리기도 한다.

 

내가 썼던 검색어 기사가 포털 검색 첫 단에 있을 때중앙일보에서 동일한 키워드로 작성된 기사가 내 글의 하단에 꼬리처럼 붙었다그리고 5분 뒤 그 기사의 제목이 변경됐고 1시간쯤 뒤에는 그 글이 상단에내 글이 꼬리로 붙었다제목과 내용만 살짝 바뀐 거다이처럼 필요할 때는 수십 개의 글을 올리기도 한다.


바람직한 내용들도 아닐뿐더러 기사를 클릭하지 않아도 같은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연애'가 신경쓰인다.


그러던 중 일을 하면서 담당하던 팀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내가 써야 하는 글들은 다 쓸 테니까 별도로 작성한 걸 올려도 괜찮겠냐. “물론 내용이 부적절하다면 폐기해도 좋고 그저 조회수를 통한 반응이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제출하면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얻었고, 결국 서너 개 정도의 글들을 시험삼아 올릴 수 있었다.

 

올린 글들은 검색어 순위 중 인물이 아닌 경우, 예컨대 탄생석이나 OOO일 등의 키워드가 나왔을 때 매뉴얼에 나오는 형태는 갖추되 규격화된 내용이 아니라 다른 내용으로 써보는 실험이었다. 무의미한 생산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내용을 써보고 싶다는 속내였다.

 

탄생석이라는 키워드가 올라왔을 때 나라별 탄생석의 차이나라별 보석의 표기법등을 작성했다. 매월 초마다 등장하는 검색어니까 다시 검색어 순위에 오를 거라고 생각했고 예상이 적중했다. 나름대로 조사를 해 뒀던 내용을 토대로 글을 올렸고 비교적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물론 여배우 한 명을 잘 벗긴 것’(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들끼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에 대해 이런 표현을 썼었다.)에 비하면 그다지 높은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선정적이고 무의미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한 기분이었다.

 

설이 되기 전, 일을 그만두고 다시 김해로 내려오면서 3개월 정도의 짧은 서울 상경을 마쳤다.




2015/05/28 - [후기] - 메이저 언론 낚시기사 알바 체험 해봤더니 - 1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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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경제신문에서 연예 소식을?

 


 

2014년 더위가 가시고 날이 시원해질 즈음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이력서는커녕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없었으나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시원스레 사직서를 제출했다.

 

10월쯤부터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했으나 뜻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이력서를 넣으면 대부분 떨어지고 몇 군데는 서류합격을 했지만 면접에서 탈락했다. 지원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탓에 서류합격을 하더라도 면접 보러 오르내리는 교통비가 만만찮았다.

 

점점 마음이 다급해지던 중 한 매체에 합격했다. 2014년의 막바지인 12월이었다. 합격한 매체는 서울에 있는 인터넷 경제신문.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매체에 대해 알아봤더니 IT제품에 대한 소식과 함께 기업분석 등이 주를 이뤘다. 구직활동으로 지쳐가던 시기라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함께 합격한 10명의 미생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첫 과제는 기업에서 보내온 보도 자료를 스트레이트 기사로 옮기는 것이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고 곧바로 실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10명이 같은 보도 자료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며 서로의 글을 살피는 식으로 진행됐다. 다음 날부터는 두 명이서 한 자료를 맡았다. 10, 15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그 시간 내에 글을 완성해야 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하면서 회사에서 쓰이는 표현 등을 숙지시키는 과정이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2주 차부터 검색어 기사’(어뷰징)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키워드에 대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용하는 키워드 대부분이 네이버 인기검색어였고 그중 일부가 다음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를 기사로 써 기사 클릭 수(사이트 방문자 수)를 늘리는 게 목적이다.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핫토픽 키워드.


함께 뽑힌 인턴 중에는 언론사 경력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검색어 기사를 경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험은커녕 구체적인 정보조차 없는 상태였다. 나 역시 어뷰징이라는 단어로 짐작했을 때 같은 기사를 조금씩 바꿔서 계속 노출하는 것정도로만 인지했다.

 

이런 초짜들에게 선배는 여러 가지 팁을 던져줬다. 검색어 키워드로 기사를 쓰되 타 언론사들과는 다른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라거나 검색어의 단어는 4~5회 이상 반복해서 쓰라는 것. 그리고 내용은 크게 중요치 않으니 제목을 잘 뽑으라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이런 검색어 기사는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좋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제목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단어를 4~5회 이상 반복하라는 거나 내용이 중요치 않다는 게 의아했다. 자극적인 제목이라는 것에도 애매했다. 경제기사에서 자극적인 내용이라니. ‘삼성, 네이버 인수 시도하다따위의 과장된 표현인가 싶었다.

 

그런데 웬걸. 인터넷 경제신문사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연예 관련 소식을 다루고 있었다. 온통 몸매가 어쩌니, 입었니 벗었니 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떠나 경제 매체에서 이런 걸 써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부터 먼저 들었다.

 

실습에 들어갈 무렵, 탤런트 클라라와 연예기획사 폴라리스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었다. ‘클라라폴라리스등 여러 가지 키워드들이 검색어 순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대한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처음부터 막혔다. 클라라가 누군지 모르는데 클라라를 가지고 15분 안에 기사를 쓰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선배에게 글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질문을 했고, 선배는 내용은 안 중요하니 대충 적거나 베껴오라고 대답했다. 최근 거 말고 예전에 다른 언론사에서 낸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문체만 바꾸면 된다고. 제목과 내용이 어느 정도 일치할 수 있도록 꾸미기만 하면 된다고.

 

내용의 문제가 꺼림칙하게 넘어가고 나서는 제목선정이 어려웠다. ‘클라라와 폴라리스, 법적 분쟁같은 평범한 제목을 붙였다가 호되게 혼났다. 몇 차례 선배가 원하는 기준점을 넘지 못해 종일 욕만 먹다가 1시간 만에 클라라, 속옷만 걸친 채 소파에서라는 제목을 달았다. 과거에 클라라가 찍은 화보를 보면서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은 조회수 25000을 넘어 그날 가장 많이 읽힌 기사가 됐다.



열흘쯤 검색어 기사를 쓰면서 알게 됐다. 유명인사에 대한 글, 특히 노출이 많은 사진을 포함한 글을 쓴다면 많이 읽힌다는 것을. 실시간 검색어도 무의미했다. 아이유, 수지, 전지현 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소식을 올리면 그 자체만으로 어느 정도의 클릭 수가 보장됐다. 거기에 야시시한 사진이 함께한다면 폭발적인 조회수를 보였다. 나중에는 처음에 고생했던 제목 달기도 어렵지 않았다. 노출이 많은, 화보 등의 사진과 그 모습을 묘사한 제목이면 되니까.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가수 수지(miss A 소속)가 탄산음료 CF를 촬영한 적이 있다. CF는 물이 쏟아지는 클럽 풍의 배경에 수지가 흠뻑 젖어가며 춤을 추는 내용이다.


 

수지를 키워드로 쓸 때 이 CF 영상의 한 장면을 캡처해서 쓴다. 그리고 제목으로는 <수지, 국민 여동생에서 여인으로><수지, 흠뻑 젖은 채 남성에게 같이”> 정도로만 달아도 성공이다. 이 성공이 누구를 위한 성공인지, 옳은 것인지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서 말이다.

 

이렇게 작성된 기사들은 기자의 바이라인이 달리는 게 아니라 뉴스팀이나 인터넷팀등으로 나가게 된다. 종래에는 이것마저도 바뀌어 회사에 없는 사람의 이름을 기자명으로 작성했다. 어째서 본인의 바이라인을 달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인지, 복잡한 책임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인지.





2015/05/29 - [후기] - 메이저 언론 낚시기사 알바 체험 해봤더니 - 2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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