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일에 발행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먹거리와 관련된 책이다. 이름부터가 <맛있는 경남>. 경남에서 맛볼 수 있는 유명 먹거리들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통영 멍게, 굴이나 하동 녹차, 재첩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은 한 명의 저자가 쓴 글이 아니다. 4명의 기자들이 글을 썼고 2명의 사진기자가 사진을 담당했다. 모두 경남도민일보의 구성원이다. 이들은 그네들이 사는 지역의 먹거리 특산물을 취재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게 <맛있는 경남>이다. 700페이지가 넘는다. 저자들의 노력과 애정이 듬뿍 담겼다고 생각하면 되리라.



마시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라고 하는 녹차. /경남도민일보

 


어느 지역이 특산물을 안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연이 내준 선물을 잘 가꾼 경우도 있고, 어느 한 사람 노력이 마을 전체로 퍼져나간 것도 있다. 때로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보태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하나가 중심에 있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자연환경·사람 손길·유통·행정·입소문 같은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소중한 이야기를 경남 먹거리 특산물 스토리텔링이라고 이름으로 담아봤다.”

 

저자 중 한 명인 남석형 기자가 머리말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후에도 책에서 담고자 하는 내용, 다루는 것 등. 핵심적인 내용이 머리말에 담겨있다.

 

책에서는 총 23개의 먹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통영 멍게··물메기, 남해 마늘·시금치·멸치, 창녕 양파, 의령 망개떡, 함안·의령 수박, 고성 갯장어, 함양 산양삼·흑돼지, 거창 사과, 창원 진영 단감, 하동 재첩·녹차, 마산 홍합, 진주 딸기, 진해 피조개, 남해안 전어, 남해안 털게(왕방송이게), 마산 미더덕, 지리산 물 등이 그 주인공이다.

 

책의 내용은 대개 이렇다. 왜 하동에서 녹차가 유명한지, 하동 녹차의 효능은 어떤지, 관련된 이야깃거리는 뭐가 있는지 등. 특산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해 준다.

 

차는 중국에서 전래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신라시대에 중국에서 온 차를 재배한 곳이 지리산이고 재배·보급에 좋은 환경을 지녔고 노력한 게 지리산 사람들이다. 특히나 하동 화개면은 그야말로 한국 차 문화의 성지로 불리운다. 차를 즐기는 스님들의 이야기와 10대째 고향 땅을 지키고 있는 우전차 명인을 만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녹차에 속한 카페인 함량은 커피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내용도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맛있는 경남과 지리산 물. /경남도민일보


 

경남지역의 먹거리 특산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경남 내 모든 시·군의 정보가 담긴 건 아니다. 저자 역시도 머리말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맛있는, 그리고 유익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다. 상식으로 여겨질 만큼 익숙한, 지역의 특산물을 알게 되는 건 물론이고 그 유래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선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정보의 홍수, 인터넷에서 ‘xx 특산물이라고 검색하는 것보다 훨씬 공신력 있고 깔끔하다. 무엇보다 지역의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가며 취재한 내용들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여러 곳을 여행 다니며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역시 많다. 직접 유명 먹거리를 조사하고 여행을 떠나기엔 너무 바쁜 세상이다. 계획만 하다가 귀찮음으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도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책에 담긴 이야기로 간접체험을 하면, 언젠가 그 지역을 들르거나 할 때 책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과일이 아닌 과학? 거창 사과. /경남도민일보

 

사실 이 책은 먹거리와 거리가 먼 나에게는 과분한 책이기는 하다. 편식이 심한 데다 주로 먹는 게 치킨이나 피자, 빵 등, 조리 없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소개되는 먹거리 중 먹어봤거나 아는 게 드물다. 그나마 책의 막바지에 소개되는 지리산 물은 지리산의 한 절에서 실컷 마셔봤다. 물론 맹물은 아니고 차로.

 

언젠가 책에 소개된 지역 특산물들을 모두 먹을 날을 기대하며, 우선은 거창 사과부터 맛봐야겠다. 도입부의 문구가 날 사로잡았기 때문.



9월 15일, 마산 창동 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맛있는 경남> 북콘서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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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는 전작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의 연장선에 놓인 책이다. 전작에는 대한민국의 언론, 특히나 지역 언론의 병폐를 고발하고 스스로에게 과제를 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번 책에는 그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김주완 기자는 1990년부터 지역신문 기자 생활을 해온 베테랑이다. 뉴미디어에 대해 관심이 많은 그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자사(경남도민일보) 후배들에게도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장려했다. 개인으로도 201563일 기준 블로그 누적 방문자 1400만 명을 넘은 파워블로거이다. SNS 페이스북 팔로워도 1000명이 훌쩍 넘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을 이끌어가고 있다.

 

책은 쭉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라는 테마에 맞게 짜여있다. 여는 말과 본문의 4, 그리고 지역신문기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과 맺음말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여는 말에서 친절하게 이후 전개될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다.

 

1장은 내가 편집국장을 맡은 후 우리 기자들과 공유하기로 한 원칙과 다짐을 담았다.

2장은 기자윤리를 지키면서 편집국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가설을 실험하는 과정을 담았다.

3장은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지역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찾는 작업이다.

4장은 우리가 2008년부터 해온 블로거 지역공동체 구축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내가 후배기자들을 교육시킬 때 늘상 하는 말들을 담았다. 혹 동종업계나 기자를 지망하는 젊은 친구들이 참고할만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6~7

 

본문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도입부인 1장이다. 부서별·기자별로 고착화되어 있던 출입처취재영역의 방벽을 허물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퍼뜩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곧 경제·사회·정치·문화 등의 나눠진 영역의 틀에 갇히지 않고 폭넓은 보도를 하겠다는 의미라는 걸 알게 됐다. 작은 소규모 조직이라면 이런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직원이 70~80명은 되는 언론사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기에 더 놀랍다. SNS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만 경남도민일보에서 운영하는 갱상도 블로그도 시선을 끈다. 지역 내에 활동하고 있는 블로거들과 소통하며 상생하고 있다.

 

출입처나 업무영역은 그야말로 의무방어구역일 뿐이지 배타적 권리구역은 절대 아닙니다. 다른 기자가 침범해선 안 되는 불가침 구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영역과 출입처는 물론 부서를 넘나들며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13

 

“20111029, 30일 전국의 파워블로거 20여 명이 창원에 모였다. 동읍농협이 주최한 창원단감 팸투어였다. 나도 블로거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블로거들은 공업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창원에 주남저수지와 같은 천혜의 자연유산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창원단감에 또 한 번 놀랐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78~79

 

기자가 해야 할 행동이나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 많은 교훈을 준다. 동시에 저자 본인의 경험과 경남도민일보에서 실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실용적인면에서 참고할 일이 많다. 지역 언론에 활동을 하거나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영국의 레스터 머큐리의 편집국장이 한 말을 끝으로 서평을 마치겠다.

 

레스터 시의 전 시장이었던 울트라 폭스가 트위터를 통해 나(편집국장)의 성향을 보수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의 편집방침은 런던 본사에 있는 최고경영자에게만 이야기할 뿐 누구에게도 드러낸 적이 없다. 물론 최고경영자도 여기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는다. 신문은 편집국장이 모든 권한을 갖는데, 우린 보수당이 맞으면 보수당 편을 들고, 노동당이 옳으면 노동당의 입장을 든다. 우린 레스터시를 위해 올바른 것을 추구할 뿐이다.”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110, 레스터 머큐리의 편집국장의 발언.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저자
김주완 지음
출판사
산지니 | 2012-12-14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뉴미디어 시대, SNS 도구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다인터넷 통신망...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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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모 사장님의 인삿말.


행사장 내부.


유공자 표창, 박용호 부장님.


유공자 선배님들.


떡자르기.


행사장 내부2.


행사 진행 중.


건배사 1.


건배사2.


건배사3.


행사 마침을 알리는 구주모 사장님.




행사 이후 뷔페식 점심이 있었고, 밥 먹는 사진도 찍었어야 하는데….


고기에 정신이 팔려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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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총파업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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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준비 중인 모습. 마루바닦의 결을 통해 각을 잡고 있는 수습기자.


꽃도 배치하고 영상도 틀고. '오 그럴듯한데?'.


외부도 준비 끝. 경남도민일보 선배님들.


본방에 앞서 채현국 어르신의 싸인회. 독자 분들이 줄을 서셨다.


강연에서 소개되신 '지역의 어른' 중 한 분.


채현국 어르신께 그림을 드리는 화가 선생님.


어른과 어른의 만남.


우리 세대를 위한 쓴소리.


강연을 마치고도 이어지는 싸인회. 어르신 인기쟁이.



창원대 학생들도 많이 참석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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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네들 보고 미항(美港)이라 카데예 #3


전편(경남의 재발견, 마산을 둘러보다)에 이어 경남의 재발견해안편의 독서 후기다. 본문에서는 미항(美港) 통영거제에 대해 살피고자 한다.

 

통영과 거제는 각각의 특색이 있는 도시들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통영을 떠올리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함께 기억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통영 곳곳에서 충무라는 이름과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현재의 통영시는 1995, 충무시와 통영군이 통합돼 통영시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충무시의 충무는 이순신 장군의 시호(충무공)를 뜻한다. 그리고 통영이라는 이름 역시 경상, 전라, 충청 3도의 수군을 총괄하는 총사령부인 통영삼도수군통제영의 통제영에서 비롯됐다. 이곳의 최초 삼도수군통제사는 이순신 장군이다. 즉 충무, 통영 모두 이순신 장군을 뜻하는 만큼 통영시를 이순신 장군의 도시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통영을 소개하는 데 충무김밥을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하기엔 조촐해 보일 수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바다라는 특성에 맞춰 지역민들이 생각해낸 '통영만의 메뉴'다. 물론 충무김밥 이외에도 어장 아비(선주)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통영이니만큼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이순신 동상과 해저터널, 동피랑 벽화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이곳 통영에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필자 역시 관광 차원에서 통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직접 가본 소감으로는 소문난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첫 방문을 하는 이들이라면 도시의 생김새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라는 특성은 내륙지방의 사람들에게 큰 신기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아니, 섬과 섬이 다리로 이뤄져있어?”

 


거제 역시 통영과 마찬가지로 이다. 제주도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2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를 포함, 6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제시통영이 곧 이순신 장군이라면 거제는 곧 조선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항구의 도시로 이름난 이곳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메카다.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1위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조선 산업은 거제를 기점으로 성장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 산업의 거목들이 거제에 위치했기 때문. 물론 이들 기업이 거제가 지닌 여러 장점들을 보고 자리 잡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부 지역민들이 조선소로 인해 물가가 높아졌다거나 치안이 나빠졌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는 하나, 눈부신 경제 발전의 근간은 거제 조선소에 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바다.

 

통영과 거제는 옆(?) 동네에 위치하면서 유사점이 많은 도시다. 1971년에 건설된 거제대교를 통해 생활권이 가까운데다 해안도시에 섬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 갈치, 멸치, 고등어, 조기, 대구 등. 근대 이후에는 해산물 외에도 알로에나 한라봉 등의 다방면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알로에 같은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0년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의 건설로 부산과도 생활권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시민들이 부산에서 소비를 하면서 거제 상권에 타격이 가거나 시내버스 운행에 논란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거가대교 / 경남도민일보


거제와 통영, 모두 바다의 축복을 받은 도시들이다. 경남의 재발견에서는 통영과 거제를 두고 풍족한 해산물로 사시사철 부족함이 없었던 도시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가진 것이 많았던 만큼 빼앗긴 것도 많다. 지리적 축복을 받은 이 지역을 일제가 노린 것. 거제의 대구는 일제강점기 시절 마구잡이식의 어획으로 인해 80년대에 들어 양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한국전쟁에서도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이고.


과거의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서고 있는 통영과 거제를 돌아보며, 경남의 재발견 해안편의 독서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해안편에서 소개된 지역들은 아무래도 바다가 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바다에서 수확하는 해산물이 어떻게 이리 다채로운지 신기하기도 하다. 한가로운 주말, 시간이 난다면 경남의 바다를 보러 가는 게 어떨까. 역사를 알고 바라보는 지역은, 또 다른 모습으로 비칠 듯하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다루지 못한 지역들에 대해서도 글로 작성했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바다를 떠나 육지로 떠날 차례다




2015/03/25 - [도서] - 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


2015/03/26 - [도서] - 경남의 재발견, 마산을 둘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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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라 하믄 마산 아입니꺼 #2


경남의 재발견 해안편의 독서 후기다. 해안편을 통해 소개되는 경남의 지역들은 창원·마산·진해·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하동이다. 창원, 마산, 진해의 경우 통합 창원시로 합쳐졌지만  필자에겐 아직 창원은 창원, 마산은 마산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사족을 덧붙이자면 고성이나 하동이 해안에 위치했다는 걸 몰랐다. “아니 얘네(?)가 바닷가에 있어?” 계속해서 가지게 되는 자기반성 시간.

 

본래 3부작으로 기획했으나 더 길어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해안편을 마산, 통영·거제로, 내륙편을 김해, 진주·양산으로 나누어 총 5. 혹은 독서후기의 후기까지 다루어 6편으로 늘어날 듯하기도 하다. 책에서 소개되는 지역을 단순히 정리하는 것보다는 내가 느끼는 그 지역의 이미지를 풀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앞선 내용은 전편(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경남 지역의 해안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마산이 떠오른다. 남해나 거제, 통영, 진해도 빼놓을 수 없다. 창원은 그래, 마산 옆에 있으니까 바다를 곁에 두고 있기는 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도시에서 바다 냄새가 나질 않기 때문일까본문에서는 우선 마산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근무지가 있는 장소이면서 앞으로 많이 부딪히게 될 장소인 만큼 단독이다. 


무학산에서 바라 본 마산의 봄 /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님


우선 책의 내용을 마음대로 요약해보았다.

 

마산은 산업의 도시. 해안도시인 만큼 마산 어시장으로 대표되는 수산시장도 활성화됐지만 90년대 초까지 이어온 경남의 대표 도시라는 이미지는 산업의 힘.”

 

잘 나가는 인물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조각가 문신으로 대표되는 예술인들과 어우러져 온 도시는 예술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동시에 3·15 정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숱한 독립운동가들과 민주운동가들이 활동했던 지역. 경남 민주정신의 성지 바로 마산이다.”

 

마산에는 명물 어시장이 있다. 마산어시장은 관광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횟집골목등을 내세워 여러 전통시장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지역민들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요약을 한 뒤에는 자연스레 내가 생각하는 마산을 떠올리게 된다. 필자의 경우 첫 대학을 마산 월영동에 위치한 경남대학교에 다녔었다. 그러다 보니 경남의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이나마 친숙함이 느껴진다. 물론 김해~경남대만 오갔던 착실한(?) 학생이었기에 버스 노선이 아닌 길은 전혀 모르지만.

 

각설하고, ‘어린 외지인이라는 필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마산은 무엇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도시다. 역사에 관심이 많거나 윗세대의 분들은 민주라는 단어로 마산을 정의하지만, 애석하게도 철부지 20대인 나에게는 그 정신이 이어지지 않은 것일까. 글을 쓰다가 문득 ‘20대가 바라본 마산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한참도 전에 연락이 끊긴 경남대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을 날렸다.

 

니가 보는 마산은 어떤 도시냐? 한줄 정도로 간단히 평가해줘.”

 

대답은 제각기였다. 마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창원으로 이사 간 김모 군(27)복잡하고 이것저것 있는 도시라고, 김해에서 경남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박모 군(27)나이가 많은 도시. 젊은 세대보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많은 것 같다는 응답을 했다.

 

조금은 부정적인 응답이지만 필자도 일정부분 공감한다. ‘그렇다고 마산이 안 좋은 도시는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할까는 고민을 하던 중 마산이 고향인 먼 이국으로 떠나있는 선배 한 명이 떠올랐다. 긍정의 마인드로 똘똘 뭉쳐진 이 사람이라면 만족스러운 한줄 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대답은 빨랐다. 하지만 만족할 만큼 긍정적인대답은 아니었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시골도 아니다라는 게 현재 뉴욕에 거주 중인 장모 양(26)의 의견. 하지만 그는 대도시만큼 복잡하지도 않고, 시골만큼 재원이 부족하지 않는 어중간함이 마산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한다. 지리적인 위치도 경남의 관문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하다는 것. 중부내륙·남해고속도로를 통해 도로 사정도 좋다고 덧붙였다.

 

마산은 대도시가 아니에요. 이제는 바다도 더러워져서 도시의 장점으로 꼽기는 힘들겠네요. 억양도 억세고 싸움도 잘하는 거친 이미지도 있는 것 같고요. 어라, 말하다 보니 단점만 말하는 것 같네요. 하하... 그래도 부족함이 없는 도시에요. 교통이 무척 편리하잖아요? 창동·오동동 쪽의 상권도 자리 잡았고. 거칠게 보이지만 그게 또 나름의 매력이죠. 넘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런 도시인 것 같아요.”

 


임항선 걷기대회 / 경남도민일보 김구연·박일호 기자님



필자가 생각하기에 마산은 점점 변하고 있다얼마 전 교육차 방문한 내서 IC 인근은 일견 창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널찍한 도로에 좋은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공사로 인해 항상 막히던 마산역 인근의 사거리(확인해보니 석전지하차도 공사였다)는 쾌적해졌다일부에서는 낡았던 건물을 리모델링·재건축하고 있다이런 도시의 개발도 좋지만 마산어시장창동으로 대표되는 마산이 지닌 옛 향기의 모습은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임항선이 좋은 사례가 아닐까필자가 경남대에 재학하던 시절임항선을 토대로 과제물을 작성한 적이 있다시장을 관통하는 임항선의 철도길 위에서 상인들이 좌판을 늘어놓았었다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 임항선이 지나갈 때면 분주하게 좌판을 치우고열차가 지나가면 다시 장사를 시작하던 상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불편함을 야기하기는 했지만 마산의 명물’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그랬던 임항선 철도 길이 임항선 그린웨이’ 사업으로 공원 및 산책로가 됐다고 하니 반갑다.

 

마산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시다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삐까번쩍한 최첨단 도시도 좋지만 모처럼 가지고 있는 역사와 전통을 살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남들은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역사와 전통이니 말이다.





2015/03/25 - [도서] - 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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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아무데도 몰라예 #1


쭉 경남지역에서 자라온 필자이지만 경남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다른 것도 모른다). 지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알려고 한적은 없었다. “내가 사는 곳만 알면 되지.” 사실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김해에 대해서도 그다지 아는 게 없다끽해야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김수로왕 탄생설화의 중심지정도일까.

 

그러던 중 지난해, 군대에서 인연을 맺은 지인이 나 부산 쪽에 가는데 볼거리 뭐 있어?”라고 물어왔다부산의 바로 옆인 김해에서 자랐기에 당연히 부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을까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 해운대나 태종대 정도 가보지 그래?”라고 대답했었다.

 

이런 필자에게 읽히게 된’ 책은 경남지역을 자세히 알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내용이다해안편과 내륙편, 2권으로 구성되어 지역의 역사와 특산물·먹거리·볼거리를 소개한다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을 아우르는경남지역에 대한 인문지리서를 표방하는 경남의 재발견이 그 주인공이다.

 

본문의 내용을 언급하기 전에 앞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요소가 있다. 바로 책의 포맷이다이 책은 특정한 포맷을 통해 지역을 조명하고 있다.

 

첫 번째로 그 지역의 모습을 보여준다지역이 어떻게 형성됐는지현재는 어떤 모습인지매력이나 가지고 있는 숙제 등그 지역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두 번째에는 먹을거리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유명한 음식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 지역을 돌아본다.

마지막인 세 번째에선 볼거리를 다룬다유적이나 랜드마크뜻깊은 장소 등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있다.

 

일견 지루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첫 번째 내용을 토대로 먹거리와 볼거리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느꼈다. 발상이 썩 좋다모름지기 요즘 세상에서는 먹거리와 볼거리만 있다면 바다건너 해외로도 떠나질 않는가.


다양한 지역을 소개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역사라는 팩트를 다루며그 팩트를 통해 지역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역 스토리텔링 이랄까.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독서 후기를 본 글을 포함한 3편으로 나누어 작성하려고 한다여는 글 형식의 본문과 해안편내륙편 순서로 기획했다어째서 해안편부터인지는... “억지력이 작용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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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은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둔 다양한 인사들의 인터뷰 내용을 엮은 책이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드러낼) 이들과 함께하는 인터뷰는 사뭇 흥미롭다. 유명 인사들의 삶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이 가지만, 소개되는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사는 고집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책에는 제목에서 안내하고 있는 것처럼 열두 명의 사람이 소개된다. 강기갑 전 국회의원 강민아 진주시의원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고영진 전 경남도교육감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박완수 전 창원시장 인권운동가 송정문 이재욱 전 노키아티엠씨 회장 인간문화재 조순자 최충경 창원상의 회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눈에 띌 만한 행보를 이어온 이들이다. 견문이 좁은 필자도 아는 이들이 몇 있다(몇 밖에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제각각의 삶을 살아온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털어놓는다. 조금은 자랑할 수 있을법한 이야기에도 과장 없이, 숨길 법한 이야기도 담담하게. 이런 인터뷰의 분위기가 여차하면 딱딱해질 수 있는 책의 내용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이는 넥센타이어의 강병중 회장이나 이재욱 전 노키아티엠씨 회장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경남을 넘어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힐만한 기업인이다. 당연히 할 말도 많고 자랑할만한 일들도 수없이 많다. 당장 포털사이트에 강병중 회장을 검색하더라도 자랑할 만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인간강병중, 이재욱을 소개하며 그들이 걸어온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책에서 소개하는 열두 명의 사람 중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기업인 강병중, ‘정치인 홍준표도 아닌 금융인 박영빈이다. 사실 박 전 은행장은 책을 읽기 전에 그 모습을 본 적이 있기도 했다. 아직은 학생이던 2012년 무렵, 그의 강연을 접했었다. 금융업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의 시장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필자가 생각하던 금융인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딱딱하고 실수 없는 로봇이 내가 생각하던 금융인의 이미지였기에, 간단한 농담을 해가며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눈앞의 어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연은 인상 깊었다. 사실 책을 통해 그의 나이를 보고 더 놀라기도 했다. 10년은 더 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1954년생이다)... 그의 강연에는 여러 가지 유익한 말을 많이 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지역은행이라는 것을 단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던 모습.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며 종래엔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역시나 인터뷰이로서의 그는 유쾌했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는 그 자신만의 철학을 풀어놓으며 직원이라면 매사에 스스로 나서며 주인의식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한다. 내용만 두고 본다면 엄격한 조직(마치 군대 같은)에서 이등병이 그것도 안하냐? 빠져가지고라고 말하는 선임병(혹은 간부)의 모습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동네 형이 해주는, 격식 없는 조언으로 느껴지는 것은 시종일관 유쾌한 그의 언행으로 인해서가 아닐까.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을 통해 열두 고집쟁이들을 보면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평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필자가 감히 평범의 기준을 정의내릴 수는 없기에. 그래도 제각기 다른 빛을 발하는 열두 별을 알게 됐다. 전혀 모르던 이들을 알 수 있었다는 것도 좋지만,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것.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의 터울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홍준표 경남도지사


 

책에서 소개되는 열두 명을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특히나 최근(2015323일 기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무상급식문제로 인해 안팎으로 말들이 많다. 잘못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하물며 그 대상이 정치계라면 더더욱. 하지만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혹은 옹호하거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유명한 인터뷰 전문기자의 말을 인용했다. “성공한 사람 10명을 인터뷰하면 성공한 사람 10명의 머리로 움직이는 사람이 된다. 10명의 성공 노하우가 담긴 책을 읽으면 그들의 성공 노하우가 나의 경쟁력이 된다.” 단순히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도 좋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들의 삶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열두 고집을 통해 자신만의 고집(철학)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한편 이 책은 필자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과제이기도 하다. 바람직한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마음을 끄집어내는 것이 내 역할이기에. 결국엔 다(), (),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당장의 내 일이다.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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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청양의 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지인과 토론을 했었다. 토론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말 몇 마디를 나눈 수준이지만 유독 그때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토론 당시의 주제가 전통시장이었다.



마산 / 경남도민일보 3월 17일자 김민지 기자

 

사건의 발단은 지인과 시장 상인과의 자그마한 트러블이었다. 걸어서 출근을 하던 그는 시장 입구를 지나치는데 상인이 인도 바깥까지 물건을 늘어놓았고, 때마침 비도 오는 날이라 통행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불편함을 겪은 그는 내게 시장 상인들이 인도까지 나와서 장사를 하니까 통행이 힘들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고 불편만 끼친다면 시장을 아예 폐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특별한 감정이 섞이거나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그래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상인들은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장사를 하고 있고, 시장을 폐쇄한다면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게 내 논리였다. 하지만 그러면 너는 시장을 이용하냐. 시장의 장점을 설명해 봐라는 말에는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전통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역시도 전통시장보다는 E마트나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너무나도 취약한 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 전통시장은 필요하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상인들의 일자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주된 생각이지만, 그 외에도 전통시장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으로 여행가자는 필자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 했던 감정을 대신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창원시로 통합된 마산·진해를 포함해 하동·함양·밀양·거창·함안·의령·산청·합천·창녕·남해·진해·고성·거제·진주·통영·김해·창원·양산·삼천포 20곳의 전통시장을 소개한다. ‘꼭 가보고 싶은 경남 전통시장 20이라는 주제로 말이다. 각 지역의 특산품이나 명물, 볼거리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사람 냄새나는 시장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산 어시장 / 경남도민일보 2월 17일자 김구연 기자


각 지역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것도 좋았지만, 이보다 좋았던 것은 상인들이나 그 관련자의 인터뷰 내용, 그리고 책이 의도한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 이용자인 필자도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줄줄 쏟아낸다. 전통시장을 관광지화 해 지역과 공존하자는 것이나 시설을 현대화해서 젊은 소비자들을 잡아내자는 것 등.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 현장을 알고 상인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진짜 아이디어는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책에서 의도한 브랜드 마케팅, ‘스타 상점이 무척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특정 점포만 확대되고 시장 전체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시도조차 없다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편의점으로 뒤덮이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실제로 12일이나 무한도전 등의 유명 프로그램에 등장한 시장은 방문객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특정 점포가 됐든 시장 자체가 됐든 브랜드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책에서 잠깐 소개된 의령소바가 좋은 예다. 프랜차이즈화 해서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례를 연구해 더 좋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전통시장의 과제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소비자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인들도 젊어져야 한다. 나이도 그렇지만 마인드에 있어서만큼은 반드시 젊어져야 한다. 전통시장의 경우 상인과 소비자 모두 연령대가 높다. 젊은 세대의 방문도 늘어난다고는 하나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소비를 하는 연령대인 30대 이상의 사람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보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판단이 아닐까. 지금 당장 전통시장을 거부하고 대형마트를 찾는 10, 20대에게 너는 30~40대가 넘으면 전통시장을 갈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면, 전통시장을 가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미 어려서부터 전통시장을 가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안 갈 확률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며, 전통시장 관계자들과 지역 발전에 힘써야 할(필자 또한 포함됐다) 사람들의 의무이다.

 

대형마트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이렇게 구분 지을 수 있을 만큼의(필자는 당장 현실의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대항할 만큼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전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 이들이 머리를 맞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란다.



산청읍 전통시장 / 경남도민일보 2월 12일자 한동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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