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채현국을 읽기 전, 채현국 어르신의 말씀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이용하는 SNS를 통해 주변의 선배들이나 지인들이 좋아요·공유하기를 한 것이다. 글에 따라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단위의 댓글이 적혀있었다. 대게 댓글이 많은 글에는 어느 정도 비판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건만, 댓글 내용이 온통 칭찬일색이라는 점 역시 놀라웠다. 채현국 어르신의 일생과 그분의 생각을 담은 책 풍운아 채현국이 출판됐다고 들었을 때엔 기회가 되지 않아라고 자위하며 읽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사실은 게으름의 소치일 뿐이었다. 늦게나마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기대감을 가지고 펼쳤다.

 

3부로 구성된 책은 채현국 어르신의 출생과 그 성장을 기록한 1부 부터 시작된다. 부친이신 채기엽씨의 일화와 경남대의 진실, ‘풍운아로서의 행보를 걷게 된 배경을 알려준다. 2부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재산을 모은 거부 채운국을 조명한 뒤 그 재산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소개한다. 그리고 재산을 모두 나눠주고 신용불량자가 되버린 어르신의 현재와 지니신 생각을 털어놓는, 어르신이 보는 현재를 이야기하는 3부로 책은 마무리된다.

 

여느 재벌 이상의 재산을 모았고, 또 그 재산에 미련가지지 않고 주변인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은 대단하다기보다는 기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일까, 진정으로 존경할만한 어르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을 모은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에서는 언젠가부터 돈이 목적이 되는, 상황이 역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어르신의 모습이야말로 이런 목적과 수단에 대한 올바른 모습이 아닐까. 이를 두고 기이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필자는 스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리다고 말한다. 26세의 나이도 그렇지만 어른이라기엔 부족함이 너무나도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린 필자가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동시에 에 대한 매력도 느꼈다. 일전에 몇몇의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를 토대로 글을 쓴 경험이 있다. 필자의 능력이 한참 부족한데다 그냥 빨아주면 된다는 식의 방침. 이로 인해 읽는 것이 고통에 가까운 글들을 썼었던 내게 제대로 된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리며, 시대의 풍운아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미아가 되어서도 안 되겠다는 모호한 감상이 남는다.



오는 4월 8일(수) 오후 7시, 창원대학교 봉림관 1층 소강당에서 채현국 어르신이 방문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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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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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가라앉은, 충격적인 이야기. ‘토호세력의 뿌리를 통해 알 수 있는 지역의 과거사다. 필자는 19891231일 부산에서 태어나 1992년 무렵부터 쭉 경남 김해에서 자랐다. , 2년가량 경북 영천의 할머니 댁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이런 나에게 마산이라는 도시는 멀면서도 가까운 도시다. 부산의 바로 옆 도시, 조금은 멀지만 큰아버지가 계신 익숙한 도시 창원.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마산. 어린 시절의 내게 마산은 이러한 이미지였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남대학교로 입학하게 됐다. 이때서야 마산이라는 도시를 인지했다. 물론 그전에도 이름이야 익히 들어온 도시지만, 아직까지도 가본 적 없는 울산·양산처럼 지도상의 거리보다 멀게 느껴진 도시였음에는 분명하다. 합성동에서 오동동을 거쳐 월영동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마산의 모습을 조금씩 바라봤다. 바로 옆 도시인 창원에 비해 덜 정돈된, 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도시. 그런 도시에 이 같은 아픔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 경남대에서 수학하던 시절 3·15의거나 10·18 부마항쟁에 대해 이름이나마 들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철없던 시절 금세 잊어버리고….




 

책에서는 필자가 외면했던 과거보다 더욱 먼, 광복 이후부터 1980년 무렵까지의 마산과 경남을 조명하고 있다. 시종일관 충격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으나 그중 가장 큰 충격은 보도연맹원 학살사건이다. 수박 겉핥기 식이나마 알고 있던 다른 사건에 비해 그 규모와 참혹함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 심지어는 이게 진짜라고?’하는 마음에 검색을 했다. 책에서 사실을 전달한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믿기 힘든 사건이다. 그리고 더욱 소름 끼치는 것은 이 일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은 보상다운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잃은 목숨을 어떻게 보상하겠느냐마는 부족하더라도 사과나 어떠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2008년에 이르러서야 국가 차원에서 조치(고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취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보도연맹사건 외에 이은상에 대해서도 크게 놀랐다. 이은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마산 곳곳에 있는 가고파’(노래, 축제, 놀이공원, 아파트 명 등)가 이 사람 때문에 지어졌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창원에 사는 큰아버지 내외에겐 마산 지역의 몇 안되는 위인이라는 설명도 들었기에 더 놀랍다.

 

이렇게 비극적인 과거사를 딛고 토호세력으로 거듭나게 된 이들에 대해서는 고민이다. 이은상·이용범 등의 인물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혹은 그 후손들이 눈에 띄게 악랄한 행태를 보인다면 마땅히 죄를 물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피해를 받은 이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토호세력의 뿌리에서 나오는 내용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음지에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일들이 자행됐을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기자가 올바른 역사관·지역관을 지니는 것 역시도.

 

지역민들이 정권이나 특정 세력에 의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지역신문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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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는 전날 읽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의 연장선에 놓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가 지역신문의 병폐를 고발하며 스스로에게 과제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는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있는 과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여는말과 본문 내용인 4, 그리고 지역신문기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과 맺음말로 구성돼 있다. 본문 4장은 언론의 자기반성과 함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소셜미디어)의 활용 촉구 지역밀착을 통해 다채로운 수익모델 창출 지역신문만의 경쟁력, 킬러콘텐츠 모색 지역신문과 블로그·SNS의 만남 등의 내용을 각각 포함하고 있다.

 

본문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도입부인 1장이다. 부서별·기자별로 고착화되어 있던 출입처취재영역의 방벽을 허물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본문을 읽으면서 이해됐다. “출입처나 업무영역은 그야말로 의무방어구역일 뿐이지 배타적 권리구역은 절대 아닙니다. 다른 기자가 침범해선 안 되는 불가침 구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영역과 출입처는 물론 부서를 넘나들며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일간지 기자에게도 해당되겠지만 뉴미디어의 기자에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또한 3장에서 소개된 해외 지역신문들의 성공모델들도 인상 깊었다. 영국의 지역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레스터 머큐리등의 지역신문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편집부국장이 자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를 두고 독자층이 분명한 매체라서 광고료도 가장 비싸게 받고 있다고 말한 것도 놀랍다. 이러한 사례들은 경남도민일보가 야심 차게 준비한 월간지 피플파워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다양한 내용들이 제목의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라는 한 가지 테마에 맞게 짜여있다. 이런 본문의 내용들이 지역신문 기자의 가능성, ‘미래를 위한 내용이었다고 한다면 책 끄트머리에 있는 지역신문기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에서는 현재를 위한 과거의 축적된 지식을 조언하고 있다.


기자는 사회의 흐름과 맥락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기자의 능력은 좋은 기삿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등과 같은 기자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나 지역신문 기자는 지방자치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적어도 지역의 역사는 공부해야 한다는 내용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부산에서 태어나 쭉 경남에서 성장한 나이지만 지역에 대해서는 초등학생 수준의 지식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면서 새로이 길을 출발하려는 필자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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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구독자들이 줄어드는데다가 서울에 기반을 둔 전국 일간지로의 편중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지금, 지역신문은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는 언론계에 만연해있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동시에 경남도민일보의 모습을 통해 지역신문이 지향해야 할 바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시작부터 파격이다. 보통의 언론인들이라면 다들 쉬쉬하는 촌지를 대놓고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글쓴이는 스스로 촌지를 받은 적이 있음을 인정한다.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논란이 많은 △기자실 문제 △왜곡보도의 사례 △선거보도의 문제점 △지방행정·지방분권·시민운동의 한계 △서울지역 언론의 지역보도행태 비판 등 민감한 문제들을 200페이지 가량 여지없이 짚고 있다.


7장과 8장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지역신문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명확히 하며, 지역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시행해온 여러가지 실험들과 이를 통해 지역신문이 추구해야 할 과제, 바람을 소개한다.


책 곳곳에서는 서울지역의 언론과 지역신문의 차이점이 있으며, 지역신문들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보도·취재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나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면서 말이다.


신문, 언론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은 많으나 '지역신문'이라는 카테고리로 따로 나누어 생각한 적이 없는, 기자로서 첫걸음을 내딛으려 하는 필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책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역신문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비전이 없다면 미래도 없다. 앞선 선배들의 노력으로 발전하고 유지되어 온 지역신문의 '미래'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것이 '병아리가 되기 전, 달걀'과 같은 상태인 필자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닐까.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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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 21가지의 약속


 

경남도민일보에 입사하게 되면서, 지원을 위해 어떤 회사인가를 알아보며 회사 사이트에서 읽은 사원윤리강령. 그리고 경남도민일보의 일원이 되면서 수차례 읽은, 계속해서 읽고 숙지할 기자실천요강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 아닌, 경남의 도민들이 힘을 모아 창간된 언론사 다운 내용이다.

 

경남도민일보는 그 어떤 언론사보다 독자에게 당당할 수 있는 신문이라고 판단된다. 다수의 도민이 주주로 구성된 만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에 비해 할 말은 하는언론이기 때문이다.

 

언론계 악폐습의 대표적인 사례로 고착화된 촌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 역시 경남도민일보의 자랑 중 하나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교 선생님들에게 돈이나 선물을 주는 행위는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언론계 역시 마찬가지다. ·재계 인사들은 자신들의 좋은 이미지를 위해 언론에 돈·선물공세를 해왔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부적절한 언론 생태를 바로잡기 위해 경남도민일보는 현금, 유가증권, 상품권 등의 금품수수를 거절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공연장·경기장 등의 출입 역시 취재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무료입장, 동행 등을 삼간다. 그리고 이를 철저히 유지하기 위해 윤리위원회·심의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언론의 생명은 신뢰성이다. 독자들이 그 언론을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그 언론의 가치로 직결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국내 최대의 언론이 조선일보라는 것에 이견을 달지 않지만, 최고의 언론이라는 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규모, 판매부수, 수익 등의 회사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많은 탓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남도민일보는 정론직필을 추구하는 바람직한 언론사다. 물론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정론직필을 추구하고 있기는 하나, 이를 지켜나가는 언론사가 많지는 않다.

 

정당하고 이치에 맞는 의견, 주장’(정론)무엇에 구애됨이 없이 있는 그대로 적는 것’(직필). 예나 지금이나 언론인들이 추구해야 할 정신이며, 이를 실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경남도민일보


어깨가 무겁지만 선배님들께 누를 끼치지 않는 기자가 될 것임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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