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을 만들기라는 무모하고 공허한 선동적 구호부터 고치는 게 좋을 것이다. 마을은 만드는 게아니라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의 머리말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저자가 책을 통해 어떤 말을 할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 정기석은 말단 은행원, 비민주노조 간부, 군소언론 기자, 소호벤처 경영자, 영세출판사 기획자 등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도시민으로 지은 죄가 다양하다며 도시를 떠나 마을로 떠난 그는 이를 두고 자발적 유배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마을시민과 마을기업이 없는 마을은 마을 만들기를 하면 안 된다며, 무분별한 마을공동체 사업 지원을 경계한다. 농사짓는 농민들뿐만 아니라 기획·교육·마케팅·영업 등, 여러 도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1부 농사로 일구는 경제마을에 소개되는 친환경 노장마을, 하늘소마을 농식품 공장마을, 금원산부각마을 조합형 시장마을, 배바우골 도농간 공원마을, 달오름마을 농촌형 기업마을, 공근봉화영농조합 등이 있다.

 

2부 사람을 배우는 교육마을에서는 대안적 학교마을, 소호고헌산영농조합 지역형 연구마을, 충남교육연구소 동아리 학습마을, 서강평생학습마을 체험형 수련마을, 어멍아방잔치마을 공동체 사업마을, 한드미유통영농조합 등이 있다.

 

3부 놀이로 일하는 문화마을에는 신문화 전원마을, 백화전원마을 농촌형 축제마을, 알프스마을 도시농 카페마을, 화사한 꿈틀이 영화인 극장마을, 마을영화 슬로 전통마을, 창평슬로시티 등과 4부 자연과 사귀는 생태마을의 귀농인 명상마을, 선애빌 대안적 기술마을, 대안기술센터 다문화 협업마을, 누리마을빵카페 에너지 자립마을, 중급영농조합 휴양형 치유마을, 안덕파워영농조합 등 총 20곳의 지역공동체마을을 소개한다.

 

 

현장의 교육 실천으로는 장기적 전망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마침 주변에 생각이 같은 교사들이 많았고요. 여기에 현장교육을 갈구하던 충남지역 대학교수, 연구자들이 힘을 보탰죠. 하지만 처음부터 지역운동의 거창한 포부를 내세웠던 건 아니었어요. 서산, 공주 등의 마을에서 마을 주민으로 살면서, 지역에서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 지역 현안들과 부대끼면서 서서히 깨친 거죠.” - 91~92p, 공주 봉현리의 충남교육연구소

 

조성희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충남교육연구소는 2008년 예비사회적기업,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문화전문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무척이나 반갑다.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기 때문. 마을의 어르신들을 강사로 모시거나, 현장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장려하면서도 이를 경계하고 있다. 저자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귀농 환상을 깨고, 도시민들과 농민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농촌 마을을 추구한다.

 

자연히 마을공동체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갖춰야 하는 내용들이 책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귀농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읽어볼만 하다. 자신이 귀농을 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

저자
정기석 지음
출판사
피플파워 | 2014-10-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사람이 사는 대안마을]은 마을을 좋아해서 마을을 연구하는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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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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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을 만들기라는 무모하고 공허한 선동적 구호부터 고치는 게 좋을 것이다. 마을은 만드는 게아니라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대안 마을의 머리말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앞으로 책에서 어떤 말들을 할지,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지를 축약해서 설명하고 있다.


지속발전이 가능한 지역공동체마을 20곳을 소개합니다.’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는 책의 전체 내용이다. 저자는 귀농이 일종의 붐이 되면서 급증하는 농촌 마을을 경계하면서 바람직한 마을들 20곳을 소개하고 있다.

 

글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필자가 제멋대로 묶어서 해석하자면 농촌 마을 살리는 방안을 말하고 있다.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말은 많지만 정작 그 해결법을 제시하는 이들은 드물다. 이 책에서는 필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에는 생소한, ‘귀농한 도시민들을 이용해 농촌을 살리는 법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농사짓는 것만이 아니라 귀농한 도시민의 특기를 살려 상생·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청남도 공주 봉현리의 충남교육연구소가 그렇다. 연구소의 조성희 사무국장은 1998년 서울을 떠나 서산으로 귀농한 옛 도시민이다. 그는 지역의 봉현초등학교가 폐교된 자리를 충남교육연구소가 대신하도록 했다. 초기에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연수와 교육 활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역사문화마을 체험학습등을 통해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됐고, 근래에는 공주시를 넘어 인근 지역까지 활동을 넓히고 있다.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충남교육연구소의 행보가 반가운 이유는 지역이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역사문화마을 체험학습에서는 마을의 어르신들을 강사로 모셔 프로그램화 했다. 여러 현장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냈다. 그냥 충남교육연구소가 아니라, ‘봉현리의 충남교육연구소라는 게 고무적이다.

 

귀농인구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 바탕이 마련되지 않으면 귀농은 힘들다는 게 필자 주변인들의 생각이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한 이들이 농촌에서 편안하게 살겠다고 한다면 큰 문제야 없으리라. 하지만 각박한 경제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귀농해서 편하게 사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이들을 많지 않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되뇌다가 때를 놓쳐 귀농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이들에게 농촌에 대한 환상을 부수고, 현실로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 연수리 '마을영화' 주민들은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고 제작진으로까지 참여한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결국 사람 사는 대안마을은 도시민들에겐 막연한 귀농 환상이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농민들에겐 농촌·마을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후기를 마치면서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다. ‘대안 마을이란 무엇일까라는, 무식할 수 있는 의문이다. ‘대안이라는 말을 통해 기존의 것을 보완해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마을이라는 나름의 해석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대안마을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

 

본문이나 책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지만 최근 대안학교, 대안교육 등 대안이라는 말이 종종 보이거나 들려온다. 그런데 필자의 개인적인 기호에는 대안이라는 문구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마치 기존의 것은 틀렸다고 말하는 뉘앙스가 느껴지기에. 나름 자신의 일과 역할에 몰두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실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과민한 반응일까.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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