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 송건호, 그는 한겨레신문을 창간한 한국의 언론인이다. 1926년 9월 27일, 충북 옥천군에서 3남 5녀 중 2남으로 태어난 그는 1953년 대한통신사 외신부 기자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한국일보>, <경한신문> 등을 거쳤다. 1969년 <동아일보>로 옮겨 1974년에 편집국장이 됐다. 그해 10월 동아·조선 기자들의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시작으로 일선 기자들의 언론 자유 수호 투쟁이 본격화 하면서 기자들을 대거 해직했는데, 송건호 선생은 이에 항의하며 취임 1년 만인 1975년에 편집국장직을 사임했다.
해직기자의 대부, 한국 언론의 사표, 민족지성 등, 송건호 선생을 부르는 별칭은 많다. 저자 김삼웅은 이런 송건호 선생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했다. 김삼웅 저자는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 제주4.3사건희생자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위원 활동 등일 한 인물이다.
2011년에 출간된 이 책에 대해 저자는 “현 정부 들어 기회주의 언론인이 회사 이익을 위해 정부 입맛에 맞춰 기사를 쓰던 독재정권 때의 버릇이 다시 나오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평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현직에 종사하는 기자들과 정부 및 관련단체에게 ‘잘 좀 해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책은 여는 글과 프롤로그, 송건호 선생의 일생을 좇는 8개 장과 닫는 글로 구성됐다. 여는 글에서는 저자가 글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서 밝히고 있으며 프롤로그를 통해 송건호 선생에 대한 대략적인 평가와 그의 말을 정리했다. 본문 8장은 각 파트별로 송건호 선생의 지나온 길을 다룬다.
1. 민족의 암흑기에 태어나 성장하다
2. ‘언론독립군’으로서 언론인 본연의 책무를 외치다
3. 오로지 언론에 살고 언론에 죽는 ‘나는 언론인이다’
4. 고단하고 험난한 ‘단재의 길’을 가다
5, 현대사를 연구하며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다
6. 암흑천지 속에서 ‘민족’과 ‘통일’의 희망을 구하다
7. ‘피투성이 희망’을 부여안고 광야로 나서다
8. 민주·민족·독립언론 창달의 밑거름이 되다
“언론(인)의 책무는 사실을 보도하고 진실을 드러내며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가리는 일일진대 그 책무를 저버렸다면 이미 언론(인)이 아니라 협잡꾼에 불과하다.” - 22p
책을 통해 송건호 선생의 숱한 업적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해직기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거나 독재정권 당시 입각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한 일, 해직 시절에는 지식인으로서 <민족지성의 탐구> 등 현대사 연구서를 내기도 한 일 등. 하나하나가 귀한 업적들이다. 그리고 이를 한데 묶어 그의 모습을 정의하는 데 위의 문구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언론의 본질을 이야기하면서 언론과 언론인이 스스로 자성할 것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국민들로부터 ‘기자’가 아니라 ‘기레기’로 불리는 지금에서일까. 이 말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곡필이 그 자신이 결코 곡필이라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곡필일수록 ‘대국’을 논하고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고 때로는 ‘민족주의’와 ‘헌법’과 사회의 ‘안녕질서’와 ‘반공’을 내세우기를 잘 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곡필도 사회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 근거란 바로 반민주 부패권력이다. 곡필이 지식인 사회에서 그처럼 타기의 대상이면서도 곡필이 현실적으로 언제나 우세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곡필이 사회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볼 때 현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곡필도 논리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곡필을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 107~108p, 송건호 선생의 <곡필언론사> 중 일부
송건호 선생은 곡필(사실을 바른대로 쓰지 아니하고 왜곡하여 쓰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 저자는 “언론인이나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정론직필만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청암의 글을 통해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의 추악한 뒷모습을 알게 되면서 ‘정론’과 ‘곡필’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천착했다”고 말한다. 현재의 언론(인)들이 ‘곡필’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라면서 말이다.
송건호 선생은 한국 언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자연히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이외의 '바른 삶'을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좋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성 언론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람은 교육과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며, 언론 조직은 대부분 기성 언론인의 성향이 곧 그 조직을 결정하게 된다는 사견이다. 언론을 지망하거나 몇 년 되지 않은 기자들에게는 ‘예방’의 차원이 되겠지만, 기성 언론(인)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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