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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02 이재균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소장

마을도서관, 마을방송을 넘어 NGO 도서관 설립 추진


올해로 21년째 활동하고 있는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이름만 가지고는 이 기관이 어떤 조직인지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정보사회연구'라고 하니 온라인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사회의 분석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앞서 사전조사를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웬걸, 경남정보사회연구소는 온라인·컴퓨터와는 관계되지 않았다. 지역의 마을도서관 운동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는 조직이라는 것. 하지만 사전조사를 통해서 얻는 정보로도 한계가 있었다. 경남정보사회연구소를 알아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경남도서관 및 정보문화발전연구소

 

경남정보사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994년 6월 29일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며 첫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동년 10월 4일 '경남도서관 및 정보문화발전연구소'라는 이름으로 개소식을 가졌다. 이는 연구소가 지향하고 있던 '마을도서관과 평생교육을 통한 마을 공동체 운동'이 반영됐다고 한다.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연구소 활동에 참여한 다양한 이들의 생각이 맞물린 결과물이기도 하다.


연구소가 설립된 1994년의 창원은 지금처럼 잘 정돈된 도시가 아니었다. 지역 팽창으로 대부분의 거주자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주민들이나 새로이 자리 잡은 마을 주민들끼리 소통할 기회와 공간이 없었다. 연구소는 이런 사람들의 사회적 연대감을 향상시키는 사업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내세운 연구소의 목적은 '마을 공동체 회복과 새로운 건설'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것이다. 사업을 할 때나 사회적 여건, 제약에 따라 변경되는 부분이 많았기에 추상적인 슬로건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정보문화 확산과 마을 도서관 사업', '사회교육과 평생학습공동체 형성 사업', '마을 동아리 활성화를 통한 축제와 취미활동 활성화 사업' 등이었다. 이런 목적과 활동들은 현 경남정보사회연구소의 모태가 됐다.


연구소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이재균 소장. /경남정보사회연구소


 

4년 차, 관록의 이재균 소장

 

사전조사를 마치고 연구소를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연구소가 있는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속 시각보다 일찍 도착해 느긋하게 인근 주택가를 살피면서 연구소를 찾던 중 봉곡평생교육센터를 발견했다. 연구소 사무실은 봉곡평생교육센터의 2층에 있다고 사전에 연락을 받았었기에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바로 옆, 연구소 사무실이 보였다. '마을방송 창원TV'와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 곧장 안으로 들어가 인터뷰이 이재균(43) 소장과 인사를 나눴다.

 

우선은 연구소의 연혁이나 이 소장에 대한 개인 인적사항을 묻는 것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마산이 고향입니다. 중·고등학교까지 마산에서 나왔고 대학은 창원대학교를 졸업했어요. 이후 직장생활도 계속 창원에서 해왔습니다. 지금은 통합 창원시가 됐으니 창원에서 쭉 지낸 셈이네요. 아, 지금 집은 김해 장유입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연구소에 몸담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간 그는 1997년에 제대했다. 당시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그는 막막함을 느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창원에서 연구소 활동을 하던 선배들에게 연락이 왔다.


"제 소식을 들었는지 선배들이 연락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는데 의미 있고 좋을 것 같다. 관심 있으면 한번 해봐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면서 학생운동도 하고 사회참여에 관심을 가졌었거든요. 그걸 계기로 연구소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1997년에 입사한 이 소장은 연구원, 사무국장을 거치면서 2012년부터 소장직을 맡아 연구소를 이끌어가고 있다. 올해로 4년 차다. 각각의 마을도서관이 독립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연구소에서 최고 책임자인 소장이라는 위치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현재 운영되는 3개 도서관의 센터장과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소가 진행하는 모든 사업의 총괄책임자니 말이다.


 

20년사, <창원이 그 처음이었다>

 

연구소는 지난 4월 23일, 2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창원이 그 처음이었다>를 출간했다. 연구소가 지나온 행적을 기록한 이 책에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1994년에 설립된 연구소가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까지의 기록을 정리한 20년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고요. 책 제목은 책의 첫 부분에 있는 우무석 시인의 시 제목이기도 합니다. 연구소의 역사나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연구소 구성원들의 생각 등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까지 활동한 모습들도 기록했고요."


책은 약 287페이지의 분량으로 서(차례 序), 역사, 좌담회, 사람들, 자료, 마무리로 구성됐다. 연구소에 대한 논문이나 사업, 그리고 그 사업을 주도한 인물들의 설명까지. 연구소에 참여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책에 등장하는 면면들도 다양하다.


"연구소는 첫 출발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뭉쳐서 조직됐습니다. 조직 구성원들도 제각각이었죠. 도서관에 관심이 있던 문헌정보학과 교수님, 사회문제를 논의하고자 했던 사회학과 교수님,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수님이나 사회운동가, 변호사, 문학평론가 등. 정말 많은 사람이 연구소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만큼 저마다의 시각에서 연구소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다방면의 사람들이 참여했기에 연구소만의 정체성 유지에 어려움이 따르리라는 우려도 들었다. 과거에 비해 축소된 연구소 활동이 아쉽게 느껴졌다.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발전이 정체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자의 생각을 알아챈 것인지 이재균 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연구소는 제 역할을 다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거의 기록이나 성과에 의존하는 게 아닌, 지금의 연구소가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만약 하지 못한다면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를 살피고 고쳐나갈 생각입니다."

 

경남정보사회연구소에서 진행한 세계 책의 날 행사. /경남정보사회연구소



한 마을 한 책 읽기(One City One Book)

 

연구소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 중 특히 눈에 띈 것은 '한 마을 한 책 읽기 운동'이다.


"한 마을 한 책 읽기 운동은 올해로 10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해외(미국)의 One City One Book 운동을 벤치마킹한 것이죠. 저희가 생각했을 때 창원지역은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으니, 시라는 넓은 범위보다는 마을에서 아기자기하게 모여 읽는 활동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책을 선정하고 읽는 운동을 떠올린 거죠."


한 마을 한 책 읽기 운동을 포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재균 소장.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의 활동에 대해 이 소장은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좋은 점은 이어가면서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나갈수록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생기더군요. 한 마을 한 책 읽기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지역 내 다른 단체들과 함께하는 행사로 기획했습니다. 단순한 독서운동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공동체 운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죠. 하지만 지금은 저희 연구소 중심의 독서 이벤트 행사처럼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소장의 말에서 한 마을 한 책 읽기 운동에 대해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연구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말하는 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구소가 진행했던 마을도서관 운동은 우리나라에서 첫 모범사례가 됐습니다. 우리의 사례를 가지고 여타 시민단체에서 활용하기도 했죠. 나중에는 다른 시에서도 창원을 벤치마킹해 마을도서관 형성에 투자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후발주자였던 다른 도시들이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구소의 힘, 노력만으로 해결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연구소는 지금까지의 20년을 기록하기 위해 <창원이 그 처음이었다>를 발간하게 됐지만 이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의 20년을 위해 과거를 밑거름 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준비한 게 연구소 장기발전계획인 마을방송이고요. 지난해 6월 마을방송을 개국할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들 해 주셨습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마을방송을 기획한 것은 저희가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사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연구소에서 새로이 준비한 마을방송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 소장은 주민들이 미디어의 주체가 되어 마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담아내고, 또 이를 TV로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물론 아직 만족할 만큼은 아니다. 시간이 더 필요한 준비단계로 보이지만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고무적이다.


"마을방송 외에도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NGO 도서관도 그중 하나인데요.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 협력해서 NGO들을 위한 도서관을 설립하자는 계획입니다. NGO의 활동이나 역사를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지역 사회의 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소 장기발전사업으로 구상해뒀지만, 마을방송이 채택되면서 잠시 보류 중입니다. 마을방송이 자리를 잡는다면 새롭게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된 연구소의 사업에도 불구하고 향상심을 잊지 않는 이 소장. 당장 현실이 어렵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술자리에 있었던 일화를 말하면서, 정체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20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피력했다.


"술을 마시던 자리에서 어떤 분이 제게 물어왔습니다. '만약 당신 자리에 장사꾼이 앉아있다면 어떻게 했겠느냐'고요. 그 말에 머릿속이 맑아졌습니다. 연구소를 비롯해 시민사회 운동들이 수년간 정체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저희는 시민들에게 '우리의 활동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어떻게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느냐'고 말해왔죠. 하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장사꾼이라면 자기 상품이 안 팔린다고 불만을 가지거나 푸념하는 게 아니라, 상품을 팔기 위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노력하겠죠. 이 물건이 팔릴 물건인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요즘 트렌드는 무엇인지 등.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저희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없는 상품을 내놓고 '이거 참여하세요'라고 했던 건 아닌지 반성했습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는 연구소가 되고자 합니다. 이제 20년이 지났으니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해야죠."


- 피플파워 2015년 7월호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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