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 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새 책이 발간됐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이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은 25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저자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한겨레의 인터뷰와 <풍운아 채현국> 등으로 유명인이 된 채현국 어르신과 전설의 주먹이라 회자되고 있는 방배추(방동규) 선생 등이 등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 대부분 이름은 들어본사람들인데, 그중에 가장 나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채현국 어르신이다. <풍운아 채현국> 때도 그랬지만 이 어르신이 하는 말에는 나를 공감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현국 어르신을 볼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사실 홀 위에 서 또렷한 자기주장을 해가면서 저에게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면박하는 그의 모습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움츠러지는 건,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경찰을 보면 긴장하게 되는 습관 탓일까.

 

그러면서도 내가 이 어르신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말이 철없는 20대인 내게 크게 와 닿기 때문이다.

 

그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종용한다. 학교에서는 질서만 가르치고 의심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이런 그를 보면서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이답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도 고정관념일까? 채현국 어르신의 말을 보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도로마냥 엉망이 되는 내 머릿속을 보면 철학과로 가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

 

잘못된 생각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옳다고 확실히 믿는 것, 확실히 하는 것 전부가 고정관념입니다.”

- 15p

모든 배움은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입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얼마나 다각도로 의심할 수 있느냐. 의심할 수 없으면 영혼의 자유는커녕 지식의 자유도 없습니다.”

- 38p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 <풍운아 채현국>



 

전설의 주먹방배추 선생은 빼어난 싸움 실력으로 유명하다.(이분에게 어르신, 어른, 할아버지 등등의 표현을 붙일 수 있지만, 어째선지 선생이라는 표현이 착 달라붙는다.) 다만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에 맞지 않은 건장한 체격이나 싸움 실력 따위가 아니라 마르크스에 대해 말하는 모습에서다.

 

그는 감히마르크스를 두고 노동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때 서해화성이라는 기업의 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나도 돈이 제일 좋다면서도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나아가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노느매기밭을 했었다. 돈이 좋다면서도 돈 벌 기회를 차버리는 일도 많았다.

 

주먹’,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린 방배추 선생이지만, 그에게서 채현국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뇌섹남의 향기가 느껴진다.

 

노동이란 내 몸을 굴리지 않으면 바로 굶어죽을 수도 있는, 그렇게 절박하고 가혹한 거야. 먹물들이 몇 개월을 해본 다음에 , 그거!’ 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그건 관념에 불과한 거야. 하긴 그런 경험을 해봤다면서 바닥 민중을 잘 안다고 말하고, 노동문제연구소 같은 간판을 잘도 내걸두만.”

- 87p<배추가 돌아왔다2>

 

 

중요하게 언급한 부분은 아니지만 책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노동운동가 김진숙 씨의 말도 깊이 새겨볼 만 하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일까.

 

제일 큰 게 비정규직 문제에요 그게 노동운동의 아픔이고 아킬레스건이죠. 한진도 비정규직이 세 배가 넘거든요. 이 분들에 대해서는 방침이 거의 없어요.” 

- 156~157p

 

 

앞서 언급하지 않은 장현숙 할머니나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 공무원 임종만 씨, 김순재 전 농협 조합장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장현숙 할머니와 임종만 씨의 이야기는 서툰 글로 표현하기 보단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길 권하는 마음에서 아껴뒀다.

 

 

풍운아, 현대판 임꺽정, 거리의 철학자 등, 채현국 어르신을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내게 그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파격의 인간을 고르겠다. 그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사람들을 분류할 때 보편적으로 쓰이는 노인’, ‘부자’, ‘철학가따위의 표현은 그에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류로 묶을 수 없는, ‘별난 사람이면서 자신만의 영혼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 모두 영혼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까이서 본 적 있을 꼰대어버이연합등으로 인해 어르신들에게 실망한 청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며 한마디 하고 싶다.

 

“다들 헬조선이라 부를 정도로 엉망인 게 현실이지만, 이렇게 존경할만한 어른들도 있습니다.”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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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풍운아 채현국 - 김주완 기록


"노인들이 저 모양인걸 잘 봐두어라"


<풍운아 채현국>의 주인공인 채현국(79) 어르신은 한때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에 들었던 거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소득도 없는 신용불량자. 학원의 이사장이라고는 하지만 별다른 재산 없이 소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울의 오래된 주택이 있으나 양산 개운중학교 뒤편의 햇볕도 들지 않는 작은 골방에서 침대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그. 거부에서 신용불량자까지, 그의 삶이 궁금하다.

 


세상에서 채현국 어르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2014년 초 <한겨레>에 채현국 어르신의 인터뷰가 실리면서다. 이 인터뷰는 기사를 통해, 그리고 SNS로 확산되며 큰 파급력을 보였다.

 

이에 <풍운아 채현국>의 저자인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기자는 지역신문 기자로서 부끄러웠다. 내가 사는 이곳 경남 양산에 계시는 어른이 내 게으름 탓에 서울 매체를 통해 먼저 알려진 것이다며 반성하고, 채현국 어르신의 삶을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밝혔다. 인물 스토리텔링에 큰 관심을 보인 저자는 <열두 명의 고집 인생>으로 인터뷰를 한 이들의 삶을 책으로 묶어 낸 바 있다.

 

절대 훌륭한 어른이나 근사한 사람으로 그리지 말 것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채현국 어르신. 그렇게 저자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마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7시간 이어졌다고 한다. 인터뷰를 묶어 탄생한 <풍운아 채현국>에는 그의 삶이 녹아져 있다.

 


책은 총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 아버지 채기엽과 탄광사업 합류’, ‘2부 사업 성공과 정리, 친구들이 남았다’, ‘3부 비틀거리며 왔지만 그래도 수지맞은 삶’. 채현국 어르신의 삶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고도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어르신의 아버지인 채기엽 선생에 대한 조명과 어르신의 유년기, 학창시절과 구직활동을 했던 때를 그리고 있다.

 

채기엽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8년 상해까지 건너가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을 통해 독립투사들에게 원조를 한 어른이다. 귀국 후에는 무역이나 연탄공장을 차리는 등의 활동을 하다 흥국탄광을 건립해 굴지의 대광업가가 됐다.

 

채현국 어르신은 살 무렵에 아버지인 채기엽 선생이 떠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가난한 시절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라 어떻게든 버텼다는 어르신. 형님의 자살 등 아프지만 시간이 지났기에 담담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현재 마산에 위치한 경남대학교에 대한 일화도 담겨져 있다. 채현국 어르신은 흥국재단이 인수하고, 학내 문제 때문에 학교를 국립으로 만들기 위해 당시 문교부 장관이었던 문홍주 장관에게 넘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교는 피스톨 박으로 유명한 박종규 씨에게 넘어갔다.

 

 

2부에서는 본격적인 사업가채현국과 사업을 정리했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한 채현국 어르신은 탄광업을 시작으로 조선소, 농장, 해운, 화학, 목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다. 아버지가 여러 사업들을 기획하고, 그 사업들을 채현국 어르신이 맡아 운영했다고 전한다. 이때의 사업들을 정리하지 않고 계속했다면 지금의 삼성, 현대처럼 큰 재벌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번창하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함께 일을 하던 이들에게 모두 나눠주는 파격적인 일을 감행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당시 박정희 정권과 유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부인 되시는 분과의 로맨스도 간략하게나마 담겨있다.

 

 

3부는 어르신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인간 채현국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업을 정리하면서 주식까지 모두 나눠줬다는 어르신은 보증을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말한다. 주식을 모두 처분했음에도 이름과 직책만은 그대로 있어 달라는 부하 직원의 요청을 들어준 채현국 어르신. 은행에서 어르신의 이름을 대 돈을 빌렸다가 결국엔 회사가 부도나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다.

 

채현국 어르신은 신문·방송을 보지 않는다. “모든 신문에 공개되는 뉴스는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조작하기 위해서이지 아닌 것은 뉴스에 내보낼 수가 없게 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래서 그 때부터 아예 신문을 끊었지.” 라는 대목이 있다. 전두환 정부 등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것을 알고 나서는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다르거나 말거나 다 탄광에서 벌어서 나온 건데. 그런 이치를 따지면 남 못 돌려줘요. 몫도 한 몫만 먹고 두 몫 안 먹는 이유가 그랬어요. 나도 따로 한 몫하고 싶었지만, 그러다보면 못주게 됩니다. 하하.”

 

돈 버는 게 악이라는 게 아니고 돈 버는 것만이 가치라고 여기게끔 만드는 것이 악이라는 겁니다.”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계산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현재 사회에서 가치를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한 척도가 되는 것은 일 것이다. 채현국 어르신의 말씀을 잘못 받아들이면 돈이 가지고 있는 가치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재화가 가치고 있는, 물질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최고로만 여기는 사람들의, 사회의 인식을 경계하고 있다. 내가 그만큼의 재산을 가졌더라면, 어르신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고민에 빠진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틀림과 다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무척이나 공감한다.


 

누가 읽더라도 좋은 책이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 사회를 비판하는 적합한 사례가 될 수 있으니까. 어린 분들이 본다면 예방을, 나이든 분들이 본다면 반성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추천할만한 누군가를 굳이 고르라면 어른이 되어가는 30대의 분들께 권하고 싶다. 20세를 넘으면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숙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두는, 그리고 앞으로 사회의 주축이 되어 활동할 30대의 분들이 채현국 어르신의 말씀을 접했으면 한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12,000


풍운아 채현국 - 10점
김주완 지음/피플파워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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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준비 중인 모습. 마루바닦의 결을 통해 각을 잡고 있는 수습기자.


꽃도 배치하고 영상도 틀고. '오 그럴듯한데?'.


외부도 준비 끝. 경남도민일보 선배님들.


본방에 앞서 채현국 어르신의 싸인회. 독자 분들이 줄을 서셨다.


강연에서 소개되신 '지역의 어른' 중 한 분.


채현국 어르신께 그림을 드리는 화가 선생님.


어른과 어른의 만남.


우리 세대를 위한 쓴소리.


강연을 마치고도 이어지는 싸인회. 어르신 인기쟁이.



창원대 학생들도 많이 참석 하셨습니다.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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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채현국을 읽기 전, 채현국 어르신의 말씀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이용하는 SNS를 통해 주변의 선배들이나 지인들이 좋아요·공유하기를 한 것이다. 글에 따라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단위의 댓글이 적혀있었다. 대게 댓글이 많은 글에는 어느 정도 비판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건만, 댓글 내용이 온통 칭찬일색이라는 점 역시 놀라웠다. 채현국 어르신의 일생과 그분의 생각을 담은 책 풍운아 채현국이 출판됐다고 들었을 때엔 기회가 되지 않아라고 자위하며 읽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사실은 게으름의 소치일 뿐이었다. 늦게나마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기대감을 가지고 펼쳤다.

 

3부로 구성된 책은 채현국 어르신의 출생과 그 성장을 기록한 1부 부터 시작된다. 부친이신 채기엽씨의 일화와 경남대의 진실, ‘풍운아로서의 행보를 걷게 된 배경을 알려준다. 2부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재산을 모은 거부 채운국을 조명한 뒤 그 재산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소개한다. 그리고 재산을 모두 나눠주고 신용불량자가 되버린 어르신의 현재와 지니신 생각을 털어놓는, 어르신이 보는 현재를 이야기하는 3부로 책은 마무리된다.

 

여느 재벌 이상의 재산을 모았고, 또 그 재산에 미련가지지 않고 주변인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은 대단하다기보다는 기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일까, 진정으로 존경할만한 어르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을 모은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에서는 언젠가부터 돈이 목적이 되는, 상황이 역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어르신의 모습이야말로 이런 목적과 수단에 대한 올바른 모습이 아닐까. 이를 두고 기이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필자는 스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리다고 말한다. 26세의 나이도 그렇지만 어른이라기엔 부족함이 너무나도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린 필자가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동시에 에 대한 매력도 느꼈다. 일전에 몇몇의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를 토대로 글을 쓴 경험이 있다. 필자의 능력이 한참 부족한데다 그냥 빨아주면 된다는 식의 방침. 이로 인해 읽는 것이 고통에 가까운 글들을 썼었던 내게 제대로 된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리며, 시대의 풍운아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미아가 되어서도 안 되겠다는 모호한 감상이 남는다.



오는 4월 8일(수) 오후 7시, 창원대학교 봉림관 1층 소강당에서 채현국 어르신이 방문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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