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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28 별난 사람 별난 인생? ‘영혼 있는 삶들’




지난
4, 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새 책이 발간됐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이다.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은 25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저자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한겨레의 인터뷰와 <풍운아 채현국> 등으로 유명인이 된 채현국 어르신과 전설의 주먹이라 회자되고 있는 방배추(방동규) 선생 등이 등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 대부분 이름은 들어본사람들인데, 그중에 가장 나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채현국 어르신이다. <풍운아 채현국> 때도 그랬지만 이 어르신이 하는 말에는 나를 공감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현국 어르신을 볼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사실 홀 위에 서 또렷한 자기주장을 해가면서 저에게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면박하는 그의 모습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움츠러지는 건,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경찰을 보면 긴장하게 되는 습관 탓일까.

 

그러면서도 내가 이 어르신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말이 철없는 20대인 내게 크게 와 닿기 때문이다.

 

그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종용한다. 학교에서는 질서만 가르치고 의심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이런 그를 보면서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이답다고 생각한다면, 이것도 고정관념일까? 채현국 어르신의 말을 보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도로마냥 엉망이 되는 내 머릿속을 보면 철학과로 가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

 

잘못된 생각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옳다고 확실히 믿는 것, 확실히 하는 것 전부가 고정관념입니다.”

- 15p

모든 배움은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입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얼마나 다각도로 의심할 수 있느냐. 의심할 수 없으면 영혼의 자유는커녕 지식의 자유도 없습니다.”

- 38p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

- <풍운아 채현국>



 

전설의 주먹방배추 선생은 빼어난 싸움 실력으로 유명하다.(이분에게 어르신, 어른, 할아버지 등등의 표현을 붙일 수 있지만, 어째선지 선생이라는 표현이 착 달라붙는다.) 다만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에 맞지 않은 건장한 체격이나 싸움 실력 따위가 아니라 마르크스에 대해 말하는 모습에서다.

 

그는 감히마르크스를 두고 노동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때 서해화성이라는 기업의 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나도 돈이 제일 좋다면서도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나아가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하는 노느매기밭을 했었다. 돈이 좋다면서도 돈 벌 기회를 차버리는 일도 많았다.

 

주먹’,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린 방배추 선생이지만, 그에게서 채현국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뇌섹남의 향기가 느껴진다.

 

노동이란 내 몸을 굴리지 않으면 바로 굶어죽을 수도 있는, 그렇게 절박하고 가혹한 거야. 먹물들이 몇 개월을 해본 다음에 , 그거!’ 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그건 관념에 불과한 거야. 하긴 그런 경험을 해봤다면서 바닥 민중을 잘 안다고 말하고, 노동문제연구소 같은 간판을 잘도 내걸두만.”

- 87p<배추가 돌아왔다2>

 

 

중요하게 언급한 부분은 아니지만 책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노동운동가 김진숙 씨의 말도 깊이 새겨볼 만 하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일까.

 

제일 큰 게 비정규직 문제에요 그게 노동운동의 아픔이고 아킬레스건이죠. 한진도 비정규직이 세 배가 넘거든요. 이 분들에 대해서는 방침이 거의 없어요.” 

- 156~157p

 

 

앞서 언급하지 않은 장현숙 할머니나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 공무원 임종만 씨, 김순재 전 농협 조합장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장현숙 할머니와 임종만 씨의 이야기는 서툰 글로 표현하기 보단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길 권하는 마음에서 아껴뒀다.

 

 

풍운아, 현대판 임꺽정, 거리의 철학자 등, 채현국 어르신을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내게 그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파격의 인간을 고르겠다. 그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사람들을 분류할 때 보편적으로 쓰이는 노인’, ‘부자’, ‘철학가따위의 표현은 그에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류로 묶을 수 없는, ‘별난 사람이면서 자신만의 영혼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 모두 영혼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까이서 본 적 있을 꼰대어버이연합등으로 인해 어르신들에게 실망한 청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며 한마디 하고 싶다.

 

“다들 헬조선이라 부를 정도로 엉망인 게 현실이지만, 이렇게 존경할만한 어른들도 있습니다.”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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