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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10 수입 맥주 4캔에 5000원, 세금 역차별?

수입 맥주 4캔에 5000원 기사.


제 주변에도 맥주 좋아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그중 국산 맥주를 선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맛없고 비싸다'는 거죠.

 

지인끼리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 마침 맥주에 대한 얘길 하며. '수입맥주 4캔에 5000'이라는 기사를 주제로 얘기가 나왔습니다. '대체 국산 맥주는 왜이렇게 비싼 거냐? 맛 없는 대신 싸든가, 맛 있는 대신 비싸든가, 둘 중 하나만 해야지'라며 분통을 터트리더군요.

 

일단 기사를, 그리고 맥주 업체의 말을 빌리자면. '국산 맥주가 가격 경쟁력이 낮은 건 불합리한 세금 때문이다'는 건데. 이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맥주는 출고가의 72%'주세'를 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72% 금액의 30%를 교육세로. 그리고 이 금액의 합만큼 부가가치세 10%가 붙죠.

 

정리하자면, 출고가 + 주세(출고가×0.72) + 교육세(주세x0.3) + 부가세((출고가+주세+교육세)x0.1) = 맥주값인 거죠.

 

출고가를 1000원으로 잡으면 1000 + 720(주세, 1000*0.72) + 216(교육세, 720*0.3) + 193.6(부가가치세, (1000+720+216)*0.1), = 2129.6원이 됩니다. 대충 2130원으로 하면. 출고가의 113%가량을 세금으로 더 내는 거죠. 그렇습니다. 맥주를 마시는 분들은 성실한 세납자였던 겁니다.

 

수입 맥주의 경우는 어떨까요? 국산 맥주에 비해 혜택을 누리는 걸까요?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입 맥주도 국산 맥주와 마찬가지로 같은 세금을 부가합니다. 덜 낸다든지 하지는 않죠. 오히려 위의 항목에 더해서 수입신고가 관세 30%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산 맥주 업체들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하는 국산 맥주와는 달리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합니다. 이 부분이 결정적이죠.

 

한국소바자원에 따르면 수입 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와 판매가가 평균 6배가량 차이난다고 합니다. 관세를 포함하더라도 수입 신고가의 140%가량, 2.4배 정도 차이나야 정상인데 6배나 차이가 난다는 거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입신고가를 낮게 책정하고, 이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올리는 겁니다. 다시 보기 쉽게 숫자를 써볼까요.

 

국산 맥주가 출고가를 1000원으로 책정해서 판매한다면

1000 + 720(주세, 1000*0.72) + 216(교육세, 720*0.3) + 194(부가가치세, (1000+720+216)*0.1) = 2130(세금은 1130)

 

수입 맥주가 수입신고가를 500원으로 책정해서 판매한다면

500 + 150(관세, 500*0.3) + 360(주세, 500*0.72) + 108(교육세, 360*0.3) + 97(부가가치세, (500+360+108)*0.1) = 1215(세금은 715)

 

이렇게 됩니다.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에서 세금 143%가 더 붙는 거죠. 수입신고가에서 243%인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 판매가는 평균 수입 신고가의 6, 600%라고 합니다. 남은 357%의 금액을 유통 과정에서 뻥 튀겨 파는 거죠. ‘세금은 덜 내고 이익은 이익대로 거둘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분명 국산 맥주 업체 입장에선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쉽다고 봅니다. 수입신고가와 판매가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차이가 나는 부분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는 거죠.



 

그럼에도 찜찜한 부분은 있습니다.

 

수입 업체는 어떻게 수입신고가를 낮게 할 수 있었나?

혹시 수입신고가를 그토록 낮게 책정할 정도로 원가가 낮았던 건 아닌가?

 

 

이슈가 된 스페인 맥주의 경우, 4캔에 5000원입니다. 1캔당 1250원이죠. 국산 맥주 업체의 말처럼 세금을 적게 내서···할 수준이 아니지 않나요? 세금을 포함한 금액이 국산 맥주 출고가 수준인데2017년 국산 맥주 업체인 오비 맥주의 500ml 캔맥주는 출고가가 1690원입니다. 세상에나. 이미 출고가에서 수입 맥주 최종 가격보다 비싼데요?

 

국산 업체가 억울해 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국산 업체를 응원하기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집니다. 적당히 차이나야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가를 구라(?)치고, 유통 과정에서 금액을 높여 파니까 더 쌀 수 있구나하죠.


맛은 주관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무엇이 더 좋다고 하긴 어려운 부분이라고 봅니다. 고든 램지마냥 맥주를 메인 음식의 보조로 생각하는 사람에겐 조금 밍밍한(?) 국산 맥주가 더 좋은 맥주일 수 있고. 맥주 그 자체의 맛을 선호하는 사람은 수입 맥주를 선호할 수 있고.


하지만, 적어도 비슷한 선상의 가격이여야 비교하죠.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납니다. 억울해 하지만 말고, 돌아봐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국산이라며 애국마케팅 하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500ml 4캔에 1만 원 하는 스페인 맥주 '버지마스터'. /세븐일레븐


Posted by 개척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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