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내가 나고 자란,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 9일에 발간된 <경남의 숨은 매력>의 소개 글의 일부인 이 내용은, 책을 소개하는 데 무척이나 적절한 문구다.

 

이 책은 경남지역 18개 시·군을 소개한다. 언뜻 보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지역을 소개하는 책인가 싶지만, 역사와 문화를 통해 지역을 스토리텔링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책의 저자인 김훤주 기자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해온 이다. 지역, 특히 경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역사를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학자가 펴낸 역사서는 아닙니다.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의 관점에서 발품을 팔아 돌아보며 느끼고 찾아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책 곳곳에서 저자의 사심 가득한 지역사랑이 담겨 있다.

 

책은 흔히 알려진 지역의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지역 고유의 특징을 살피며 지역사를 소개한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지역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지역마다 고유의 특징들이 있고, 그 특징은 삶과 문화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거창에 커다란 돌부처가 많다거나 고성 학동의 돌담장이 아름다운 것은, 거창이 전국 으뜸의 화강암 산지이고 고성은 지질이 무른 퇴적암 계열이라는 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 머리말 中

 

지금까지 6개의 가야국 중 고령의 대가야와 고성의 소가야를 크기의 개념으로, 큰 가야와 작은 가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상 교역으로 발전한 가야였고, 주력물품이었던 라는 소리가 ()’라는 문자로 남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인상 깊다.

 

김해 관동유적모형관 일대 관동리 고대 항만유적


김해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나조차도 몰랐던 항만 유적 이야기는, 스스로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적었음을 반성케 했다.

 

우리나라는 초··고 의무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적인 소양으로 역사(歷史)를 배운다. 나 역시도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내게 역사는 낯설기만 하다. 그나마 다른 역사에 비해 가야에 대한 기억이 많은 것은, 김해에서 성장하면서 가야의 흔적들을 일상 속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굵직한 역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있는 우리 곁의 역사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들은 더 매력적이다. 지역 역사를 알고 지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특별해질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지역이라는 개념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 그러다 보니 젊은 층은 지역에 살면서도 지역의 이야기를 모르고, 접할 기회도 적다.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층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렵지 않고 쉽게,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았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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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을 만들기라는 무모하고 공허한 선동적 구호부터 고치는 게 좋을 것이다. 마을은 만드는 게아니라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대안 마을의 머리말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앞으로 책에서 어떤 말들을 할지,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지를 축약해서 설명하고 있다.


지속발전이 가능한 지역공동체마을 20곳을 소개합니다.’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는 책의 전체 내용이다. 저자는 귀농이 일종의 붐이 되면서 급증하는 농촌 마을을 경계하면서 바람직한 마을들 20곳을 소개하고 있다.

 

글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필자가 제멋대로 묶어서 해석하자면 농촌 마을 살리는 방안을 말하고 있다.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말은 많지만 정작 그 해결법을 제시하는 이들은 드물다. 이 책에서는 필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에는 생소한, ‘귀농한 도시민들을 이용해 농촌을 살리는 법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농사짓는 것만이 아니라 귀농한 도시민의 특기를 살려 상생·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청남도 공주 봉현리의 충남교육연구소가 그렇다. 연구소의 조성희 사무국장은 1998년 서울을 떠나 서산으로 귀농한 옛 도시민이다. 그는 지역의 봉현초등학교가 폐교된 자리를 충남교육연구소가 대신하도록 했다. 초기에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연수와 교육 활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역사문화마을 체험학습등을 통해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됐고, 근래에는 공주시를 넘어 인근 지역까지 활동을 넓히고 있다.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충남교육연구소의 행보가 반가운 이유는 지역이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역사문화마을 체험학습에서는 마을의 어르신들을 강사로 모셔 프로그램화 했다. 여러 현장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냈다. 그냥 충남교육연구소가 아니라, ‘봉현리의 충남교육연구소라는 게 고무적이다.

 

귀농인구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 바탕이 마련되지 않으면 귀농은 힘들다는 게 필자 주변인들의 생각이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한 이들이 농촌에서 편안하게 살겠다고 한다면 큰 문제야 없으리라. 하지만 각박한 경제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귀농해서 편하게 사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이들을 많지 않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되뇌다가 때를 놓쳐 귀농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이들에게 농촌에 대한 환상을 부수고, 현실로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 연수리 '마을영화' 주민들은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고 제작진으로까지 참여한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결국 사람 사는 대안마을은 도시민들에겐 막연한 귀농 환상이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농민들에겐 농촌·마을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후기를 마치면서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다. ‘대안 마을이란 무엇일까라는, 무식할 수 있는 의문이다. ‘대안이라는 말을 통해 기존의 것을 보완해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마을이라는 나름의 해석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대안마을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

 

본문이나 책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지만 최근 대안학교, 대안교육 등 대안이라는 말이 종종 보이거나 들려온다. 그런데 필자의 개인적인 기호에는 대안이라는 문구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마치 기존의 것은 틀렸다고 말하는 뉘앙스가 느껴지기에. 나름 자신의 일과 역할에 몰두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실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과민한 반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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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자랑할거 좀 찾아라안카나 #5


경남의 재발견내륙편을 통해 가진 게 많아 아쉬울 것 없던 도시들, 진주와 양산을 둘러보았다.

 

진주와 양산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참 이율배반적인 도시네.’ 엉뚱하지만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평가다. 가진 게 많은 듯하지만, 돌이켜보면 가지고 있는 게 없다. 부족함 없는 주변 환경으로 나름 잘 성장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

 

진주는 필자가 다녔던 경상대학교가 위치한 도시다. 진주성, 진양호, 남강 등의 볼거리와 진주비빔밥, 냉면 등의 유명한 먹거리도 가졌다. 대학이 많아 젊은 학생들이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이 학생들이 일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함께 가지고 있다.

 

사실 진주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할 말이 많다. 필자는 2년가량 진주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게 있다. 내가 자라온 경남과는 다르다는 생각. 쭉 살아온 김해나 친인척이 많은 부산, 창원, 마산을 생각했을 때 위화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무엇이 다를까, 하는 고민을 잠시 했고 투박함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주 사람들은 교양이 있다. 부산·김해·창원의 사람들이 교양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예를 들어 무뚝뚝함 속에 정이 있다는 특징(츤데레)은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다. 서울·경기 지역에 비해 목소리가 큰 것도 맞다. 그런데 말을 참 조리 있게 잘한다고 할지, 조곤조곤 한다고 해야 할지.


 

이런 생각에 동의를 구하기 위해 경상대 친구들에게 문의했다가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남들이 반대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내가 느끼는 이 교양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책에서 풀어주고 있다. ‘진주정신.’ 이 단어가 진주를 설명할 수 있다. 충절이나 기개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런 딱딱한 말보다는 고집이라고 정의하는 게 어울린다고 본다.

 

뛰어난 인물이 많이 배출된 진주는 최근까지도 교육의 도시로 불리어 왔다. 최근에야 전체적인 교육 수준이 높아져 진주가 으뜸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경남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학생들은 진주 출신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학문적 소양을 쌓아,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고집을 관철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진주의 모습이다. 이런 이들의 고집이 좋다.


2012년에 촬영한 진주남강유등축제.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이율배반적인 도시, 양산은 어떨까.

 

양산 역시 진주와 마찬가지로 부족함이 없는 도시다. 신흥 공업도시로 이름난 양산은 그 이름에 걸맞은 부를 지니게 됐다. 공업 외에 지리적인 위치나 문화유산, 자연풍광도 빼어나다. 경남의 재발견 양산편에서는 이런 양산을 관광도시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없는 곳이다. 그래도 관광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면 공업에 대한 인상이 큰 탓이지, 관광이 부족해서는 아니다고 못 박고 있다.

 

이렇게 가진 것 많아 보이는양산의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자신만의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양산은 분명 공업도시로 큰 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외에 양산을 대표할만한 가치를 형성하지 못했다. 통합 창원시와 김해, 진주에 이어 인구수가 많은 도시이건만(20151월 기준 인구 : 통합 창원시 107, 김해시 52, 진주시 34) 그 지역의 특색이 옅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위치가 좋다고 평가했지만, 그 위치로 인해 아쉬움도 많다. 부산과 울산이라는 두 광역시 사이에 위치한 양산. ‘삼산(양산·부산·울산)의 중심지 양산이라는 구호도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리 생각한다.


이렇게 아쉬움을 늘어놓았지만 양산은 미래가 기대되는 도시다. 과거 공업에 치중하면서 돌보지 못했던 자연환경을 돌보고 있다. 양산천 변의 유채 단지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 됐다. 특히 올해, 2015년은 2006년에 시작한 '양산천 친환경 종합개발사업'의 막바지이기도 하다. 하천 전역을 1급수로 만들겠다는 이 사업에서 양산의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전국 명품 자전거길 20곳에 선정된 양산시 물금읍 황산베랑길을 달리는 라이더들. /양산시


독후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과 형식으로 경남의 재발견의 독후감을 작성하게 됐다. 글을 쓰면서 책을 읽고서 쓰는 독후감이라는 생각보다는, 책을 통해 지역을 간접체험했다는 생각 때문일까. ‘직접 방문해본 뒤, 내가 생각하는 OO’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 보니 틀에 맞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책의 감상을 통해 지역을 알아보자는 생각은 성과를 거둔 듯하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특히 필자의 기억력) 참 알 수가 없다. 글을 쓰기 위해 2~3번 읽은 내용들이 벌써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다른 인문도서는 한 번 책을 읽으면,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면 된다. 언젠가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꺼내서 펼쳐보면 되니까. 하지만 경남의 재발견은 책장에 꽂아두기가 어렵다. 수시로 신세를 질 것 같기에. 앞으로 경남 지역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볼 일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경남의 재발견을 펼치게 되리라 생각한다.

 

독서 후기의 첫 편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이 책은 경남지역을 자세히 알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내용이다. 해안편과 내륙편, 2권으로 구성되어 지역의 역사와 특산물·먹거리·볼거리를 소개한다. 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을 아우르는, 경남지역에 대한 인문지리서를 표방하는 경남의 재발견이 그 주인공이다.”

 

이와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 책은 경남지역의 인문지리서, ‘경남의 재발견이다.



2015/03/25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


2015/03/26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마산을 둘러보다


2015/03/26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이순신과 조선의 도시


2015/03/30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김해 = 김해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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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평야 말고 딴 걸로 바꿉시더 #4

 

드디어 경남의 재발견 내륙편이다. 내륙편에서는 진주·김해·밀양·양산·의령·함안·창녕·산청·함양·거창·합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익히 알고 있던 지역들이 있는가 하면 역시나 잘 모르는 지역들도 있다. 그 비율이 후자가 높은 것은 애석한 일이다.

 

내륙편의 후기로는 본문을 통해 김해를 다루고, 다음 편을 통해 진주와 양산을 묶어서 다루고자 한다. 물론 이 지역들이 객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좋다거나 하는 영역은 아니다. 내가 생활했던 지역(김해, 진주)과 최근 관심이 생긴 양산에 대해서 쓰고자 하는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경상남도 김해시. 필자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꽤나 알려진 도시다. 김해를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들도 이름은 들어봤다고 말하는 편.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인지도가 상승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작용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래저래 타 지역에 비해 아는 게 많은 이곳을 책에서는 뭐라고 설명했을까? 먼저 경남의 재발견에서 말하는 김해를 살폈다.

 

김해는 평야. 도심으로 둘러싼 너른 들판으로 펼쳐진 평야는 경남은 물론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비옥한 땅이다. ‘김해 흉년 들면 경남이 굶는다는 옛말에 허세는 없다.”

 

진영갈비와 뒷고기의 고장이다. 주촌면·어방동에 각각 있는 도축장을 중심으로 정육점·식당이 따라붙으며 진영갈비거리나 뒷고기 등이 탄생했다.”

 

유별나지 않은 지역색의 도시. 동부로는 부산, 서부로는 창원과 밀접해 외부지역과 생활권을 공유하기 때문에 고유의 색이 옅다.”

 

공감하기도 하지만 의문도 든다. ‘김해평야때문이다. 사실 글을 쓰기 전, ‘김해에 대해 무엇을 얘기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부산’, ‘가야’, ‘노무현’, ‘경전철’, ‘교통. 하지만 그중에 김해평야는 없었다.


부산에 있는 김해평야.


김해평야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다. 타지 사람들이 김해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말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석연찮은 점이 있어 포털사이트에 김해평야를 검색해봤다. 이름은 김해평야지만 주소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중림동으로 나타난다.

 

검색을 계속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김해평야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김해평야는 대부분 현재의 낙동강 서쪽에 발달되어 있다. 낙동강 서쪽의 넓은 삼각주는 본래 경상남도 김해의 땅이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부산의 시역(市域)이 확장됨에 따라 지금은 거의 전부 부산광역시 강서구에 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년 원격탐사 활용 경지면적조사 결과라는 보고서를 확인했다. 이 보고서에는 지역별 논, 밭 등의 면적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자료 하단에는 면적별 상위 5개 시군의 순위가 매겨져 있다. 물론 이 중 김해는 없다.


 전국의 경지, 논, 밭 면적 순위. / 2014년 원격탐사 활용 경지면적조사 결과


그렇다. 필자는 김해에서 자랐지만 평야를 체감하지 못한다. 혹시 개인적인 문제인가 싶어 마산 때와 마찬가지로 또래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이번에 김해에 대해 글을 쓰고 있거든. 타지 사람들한테 김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김해평야라고 하는데, 나는 이 말에 공감하기가 힘들다. 말이 평야지, 도시화 된 지역도 많고 농지가 넓긴 하지만 사람도 거의 없는 외곽에 빠져있어. 농업 종사자보다 다른 게 훨씬 많은데 김해를 김해평야로 말할 수 있을까? 니들 생각은 어떠냐?”

 

꽤나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대략 10여 명과 얘기를 나눈 결과, 조금의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대부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더 이상 김해를 대표하는 것은 김해평야가 아니다라고.


 20대들의 대화방. 주제는 '김해'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쯤에서 감히 결론짓는다. 김해는 더 이상 평야로 정의할 수 없다. 그리고 김해시에게는 김해평야가 아닌,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야를 지속해서 발전시켜나갈 것이 아니라면 김해평야로 정의되는 김해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미 김해시 스스로도 농업보다는 각종 산업을 유치하고 발전시키는데 주력하지 않았는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해의 새로운 동력산업이 될 무언가에게 김해평야는 뛰어넘어야 할 큰 벽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김해하면 평야가 나와 버리니 말이다.

 

김해의 대도시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김해가 자신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내 고장이기에 더욱 엄격할 수 있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다. 나 역시 김해의 시민이므로. (아직 주소지 이전을 하지 못했다.)




2015/03/25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


2015/03/26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마산을 둘러보다


2015/03/26 - [도서/지역] - 경남의 재발견, 이순신과 조선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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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네들 보고 미항(美港)이라 카데예 #3


전편(경남의 재발견, 마산을 둘러보다)에 이어 경남의 재발견해안편의 독서 후기다. 본문에서는 미항(美港) 통영거제에 대해 살피고자 한다.

 

통영과 거제는 각각의 특색이 있는 도시들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통영을 떠올리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함께 기억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통영 곳곳에서 충무라는 이름과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현재의 통영시는 1995, 충무시와 통영군이 통합돼 통영시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충무시의 충무는 이순신 장군의 시호(충무공)를 뜻한다. 그리고 통영이라는 이름 역시 경상, 전라, 충청 3도의 수군을 총괄하는 총사령부인 통영삼도수군통제영의 통제영에서 비롯됐다. 이곳의 최초 삼도수군통제사는 이순신 장군이다. 즉 충무, 통영 모두 이순신 장군을 뜻하는 만큼 통영시를 이순신 장군의 도시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통영을 소개하는 데 충무김밥을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하기엔 조촐해 보일 수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바다라는 특성에 맞춰 지역민들이 생각해낸 '통영만의 메뉴'다. 물론 충무김밥 이외에도 어장 아비(선주)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통영이니만큼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이순신 동상과 해저터널, 동피랑 벽화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이곳 통영에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필자 역시 관광 차원에서 통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직접 가본 소감으로는 소문난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첫 방문을 하는 이들이라면 도시의 생김새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라는 특성은 내륙지방의 사람들에게 큰 신기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아니, 섬과 섬이 다리로 이뤄져있어?”

 


거제 역시 통영과 마찬가지로 이다. 제주도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2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를 포함, 6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제시통영이 곧 이순신 장군이라면 거제는 곧 조선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항구의 도시로 이름난 이곳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메카다.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1위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조선 산업은 거제를 기점으로 성장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 산업의 거목들이 거제에 위치했기 때문. 물론 이들 기업이 거제가 지닌 여러 장점들을 보고 자리 잡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부 지역민들이 조선소로 인해 물가가 높아졌다거나 치안이 나빠졌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는 하나, 눈부신 경제 발전의 근간은 거제 조선소에 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바다.

 

통영과 거제는 옆(?) 동네에 위치하면서 유사점이 많은 도시다. 1971년에 건설된 거제대교를 통해 생활권이 가까운데다 해안도시에 섬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 갈치, 멸치, 고등어, 조기, 대구 등. 근대 이후에는 해산물 외에도 알로에나 한라봉 등의 다방면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알로에 같은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0년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의 건설로 부산과도 생활권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시민들이 부산에서 소비를 하면서 거제 상권에 타격이 가거나 시내버스 운행에 논란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거가대교 / 경남도민일보


거제와 통영, 모두 바다의 축복을 받은 도시들이다. 경남의 재발견에서는 통영과 거제를 두고 풍족한 해산물로 사시사철 부족함이 없었던 도시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가진 것이 많았던 만큼 빼앗긴 것도 많다. 지리적 축복을 받은 이 지역을 일제가 노린 것. 거제의 대구는 일제강점기 시절 마구잡이식의 어획으로 인해 80년대에 들어 양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한국전쟁에서도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이고.


과거의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서고 있는 통영과 거제를 돌아보며, 경남의 재발견 해안편의 독서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해안편에서 소개된 지역들은 아무래도 바다가 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바다에서 수확하는 해산물이 어떻게 이리 다채로운지 신기하기도 하다. 한가로운 주말, 시간이 난다면 경남의 바다를 보러 가는 게 어떨까. 역사를 알고 바라보는 지역은, 또 다른 모습으로 비칠 듯하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다루지 못한 지역들에 대해서도 글로 작성했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바다를 떠나 육지로 떠날 차례다




2015/03/25 - [도서] - 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


2015/03/26 - [도서] - 경남의 재발견, 마산을 둘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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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라 하믄 마산 아입니꺼 #2


경남의 재발견 해안편의 독서 후기다. 해안편을 통해 소개되는 경남의 지역들은 창원·마산·진해·통영·사천·거제·고성·남해·하동이다. 창원, 마산, 진해의 경우 통합 창원시로 합쳐졌지만  필자에겐 아직 창원은 창원, 마산은 마산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사족을 덧붙이자면 고성이나 하동이 해안에 위치했다는 걸 몰랐다. “아니 얘네(?)가 바닷가에 있어?” 계속해서 가지게 되는 자기반성 시간.

 

본래 3부작으로 기획했으나 더 길어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해안편을 마산, 통영·거제로, 내륙편을 김해, 진주·양산으로 나누어 총 5. 혹은 독서후기의 후기까지 다루어 6편으로 늘어날 듯하기도 하다. 책에서 소개되는 지역을 단순히 정리하는 것보다는 내가 느끼는 그 지역의 이미지를 풀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앞선 내용은 전편(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경남 지역의 해안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마산이 떠오른다. 남해나 거제, 통영, 진해도 빼놓을 수 없다. 창원은 그래, 마산 옆에 있으니까 바다를 곁에 두고 있기는 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도시에서 바다 냄새가 나질 않기 때문일까본문에서는 우선 마산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근무지가 있는 장소이면서 앞으로 많이 부딪히게 될 장소인 만큼 단독이다. 


무학산에서 바라 본 마산의 봄 /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님


우선 책의 내용을 마음대로 요약해보았다.

 

마산은 산업의 도시. 해안도시인 만큼 마산 어시장으로 대표되는 수산시장도 활성화됐지만 90년대 초까지 이어온 경남의 대표 도시라는 이미지는 산업의 힘.”

 

잘 나가는 인물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조각가 문신으로 대표되는 예술인들과 어우러져 온 도시는 예술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동시에 3·15 정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숱한 독립운동가들과 민주운동가들이 활동했던 지역. 경남 민주정신의 성지 바로 마산이다.”

 

마산에는 명물 어시장이 있다. 마산어시장은 관광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횟집골목등을 내세워 여러 전통시장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지역민들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요약을 한 뒤에는 자연스레 내가 생각하는 마산을 떠올리게 된다. 필자의 경우 첫 대학을 마산 월영동에 위치한 경남대학교에 다녔었다. 그러다 보니 경남의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이나마 친숙함이 느껴진다. 물론 김해~경남대만 오갔던 착실한(?) 학생이었기에 버스 노선이 아닌 길은 전혀 모르지만.

 

각설하고, ‘어린 외지인이라는 필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마산은 무엇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도시다. 역사에 관심이 많거나 윗세대의 분들은 민주라는 단어로 마산을 정의하지만, 애석하게도 철부지 20대인 나에게는 그 정신이 이어지지 않은 것일까. 글을 쓰다가 문득 ‘20대가 바라본 마산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한참도 전에 연락이 끊긴 경남대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을 날렸다.

 

니가 보는 마산은 어떤 도시냐? 한줄 정도로 간단히 평가해줘.”

 

대답은 제각기였다. 마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창원으로 이사 간 김모 군(27)복잡하고 이것저것 있는 도시라고, 김해에서 경남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박모 군(27)나이가 많은 도시. 젊은 세대보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많은 것 같다는 응답을 했다.

 

조금은 부정적인 응답이지만 필자도 일정부분 공감한다. ‘그렇다고 마산이 안 좋은 도시는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할까는 고민을 하던 중 마산이 고향인 먼 이국으로 떠나있는 선배 한 명이 떠올랐다. 긍정의 마인드로 똘똘 뭉쳐진 이 사람이라면 만족스러운 한줄 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대답은 빨랐다. 하지만 만족할 만큼 긍정적인대답은 아니었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시골도 아니다라는 게 현재 뉴욕에 거주 중인 장모 양(26)의 의견. 하지만 그는 대도시만큼 복잡하지도 않고, 시골만큼 재원이 부족하지 않는 어중간함이 마산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한다. 지리적인 위치도 경남의 관문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하다는 것. 중부내륙·남해고속도로를 통해 도로 사정도 좋다고 덧붙였다.

 

마산은 대도시가 아니에요. 이제는 바다도 더러워져서 도시의 장점으로 꼽기는 힘들겠네요. 억양도 억세고 싸움도 잘하는 거친 이미지도 있는 것 같고요. 어라, 말하다 보니 단점만 말하는 것 같네요. 하하... 그래도 부족함이 없는 도시에요. 교통이 무척 편리하잖아요? 창동·오동동 쪽의 상권도 자리 잡았고. 거칠게 보이지만 그게 또 나름의 매력이죠. 넘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런 도시인 것 같아요.”

 


임항선 걷기대회 / 경남도민일보 김구연·박일호 기자님



필자가 생각하기에 마산은 점점 변하고 있다얼마 전 교육차 방문한 내서 IC 인근은 일견 창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널찍한 도로에 좋은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공사로 인해 항상 막히던 마산역 인근의 사거리(확인해보니 석전지하차도 공사였다)는 쾌적해졌다일부에서는 낡았던 건물을 리모델링·재건축하고 있다이런 도시의 개발도 좋지만 마산어시장창동으로 대표되는 마산이 지닌 옛 향기의 모습은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임항선이 좋은 사례가 아닐까필자가 경남대에 재학하던 시절임항선을 토대로 과제물을 작성한 적이 있다시장을 관통하는 임항선의 철도길 위에서 상인들이 좌판을 늘어놓았었다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 임항선이 지나갈 때면 분주하게 좌판을 치우고열차가 지나가면 다시 장사를 시작하던 상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불편함을 야기하기는 했지만 마산의 명물’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그랬던 임항선 철도 길이 임항선 그린웨이’ 사업으로 공원 및 산책로가 됐다고 하니 반갑다.

 

마산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시다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삐까번쩍한 최첨단 도시도 좋지만 모처럼 가지고 있는 역사와 전통을 살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남들은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역사와 전통이니 말이다.





2015/03/25 - [도서] - 경남의 재발견, 지역을 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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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아무데도 몰라예 #1


쭉 경남지역에서 자라온 필자이지만 경남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다른 것도 모른다). 지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알려고 한적은 없었다. “내가 사는 곳만 알면 되지.” 사실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김해에 대해서도 그다지 아는 게 없다끽해야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김수로왕 탄생설화의 중심지정도일까.

 

그러던 중 지난해, 군대에서 인연을 맺은 지인이 나 부산 쪽에 가는데 볼거리 뭐 있어?”라고 물어왔다부산의 바로 옆인 김해에서 자랐기에 당연히 부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을까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 해운대나 태종대 정도 가보지 그래?”라고 대답했었다.

 

이런 필자에게 읽히게 된’ 책은 경남지역을 자세히 알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내용이다해안편과 내륙편, 2권으로 구성되어 지역의 역사와 특산물·먹거리·볼거리를 소개한다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을 아우르는경남지역에 대한 인문지리서를 표방하는 경남의 재발견이 그 주인공이다.

 

본문의 내용을 언급하기 전에 앞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요소가 있다. 바로 책의 포맷이다이 책은 특정한 포맷을 통해 지역을 조명하고 있다.

 

첫 번째로 그 지역의 모습을 보여준다지역이 어떻게 형성됐는지현재는 어떤 모습인지매력이나 가지고 있는 숙제 등그 지역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두 번째에는 먹을거리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유명한 음식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 지역을 돌아본다.

마지막인 세 번째에선 볼거리를 다룬다유적이나 랜드마크뜻깊은 장소 등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있다.

 

일견 지루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첫 번째 내용을 토대로 먹거리와 볼거리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느꼈다. 발상이 썩 좋다모름지기 요즘 세상에서는 먹거리와 볼거리만 있다면 바다건너 해외로도 떠나질 않는가.


다양한 지역을 소개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역사라는 팩트를 다루며그 팩트를 통해 지역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역 스토리텔링 이랄까.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독서 후기를 본 글을 포함한 3편으로 나누어 작성하려고 한다여는 글 형식의 본문과 해안편내륙편 순서로 기획했다어째서 해안편부터인지는... “억지력이 작용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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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청양의 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지인과 토론을 했었다. 토론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말 몇 마디를 나눈 수준이지만 유독 그때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토론 당시의 주제가 전통시장이었다.



마산 / 경남도민일보 3월 17일자 김민지 기자

 

사건의 발단은 지인과 시장 상인과의 자그마한 트러블이었다. 걸어서 출근을 하던 그는 시장 입구를 지나치는데 상인이 인도 바깥까지 물건을 늘어놓았고, 때마침 비도 오는 날이라 통행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불편함을 겪은 그는 내게 시장 상인들이 인도까지 나와서 장사를 하니까 통행이 힘들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고 불편만 끼친다면 시장을 아예 폐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특별한 감정이 섞이거나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그래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상인들은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장사를 하고 있고, 시장을 폐쇄한다면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게 내 논리였다. 하지만 그러면 너는 시장을 이용하냐. 시장의 장점을 설명해 봐라는 말에는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전통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역시도 전통시장보다는 E마트나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너무나도 취약한 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 전통시장은 필요하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상인들의 일자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주된 생각이지만, 그 외에도 전통시장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으로 여행가자는 필자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 했던 감정을 대신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창원시로 통합된 마산·진해를 포함해 하동·함양·밀양·거창·함안·의령·산청·합천·창녕·남해·진해·고성·거제·진주·통영·김해·창원·양산·삼천포 20곳의 전통시장을 소개한다. ‘꼭 가보고 싶은 경남 전통시장 20이라는 주제로 말이다. 각 지역의 특산품이나 명물, 볼거리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사람 냄새나는 시장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산 어시장 / 경남도민일보 2월 17일자 김구연 기자


각 지역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것도 좋았지만, 이보다 좋았던 것은 상인들이나 그 관련자의 인터뷰 내용, 그리고 책이 의도한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 이용자인 필자도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줄줄 쏟아낸다. 전통시장을 관광지화 해 지역과 공존하자는 것이나 시설을 현대화해서 젊은 소비자들을 잡아내자는 것 등.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 현장을 알고 상인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진짜 아이디어는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책에서 의도한 브랜드 마케팅, ‘스타 상점이 무척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특정 점포만 확대되고 시장 전체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시도조차 없다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편의점으로 뒤덮이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실제로 12일이나 무한도전 등의 유명 프로그램에 등장한 시장은 방문객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특정 점포가 됐든 시장 자체가 됐든 브랜드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책에서 잠깐 소개된 의령소바가 좋은 예다. 프랜차이즈화 해서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례를 연구해 더 좋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전통시장의 과제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소비자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인들도 젊어져야 한다. 나이도 그렇지만 마인드에 있어서만큼은 반드시 젊어져야 한다. 전통시장의 경우 상인과 소비자 모두 연령대가 높다. 젊은 세대의 방문도 늘어난다고는 하나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소비를 하는 연령대인 30대 이상의 사람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보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판단이 아닐까. 지금 당장 전통시장을 거부하고 대형마트를 찾는 10, 20대에게 너는 30~40대가 넘으면 전통시장을 갈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면, 전통시장을 가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미 어려서부터 전통시장을 가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안 갈 확률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며, 전통시장 관계자들과 지역 발전에 힘써야 할(필자 또한 포함됐다) 사람들의 의무이다.

 

대형마트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이렇게 구분 지을 수 있을 만큼의(필자는 당장 현실의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대항할 만큼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전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 이들이 머리를 맞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란다.



산청읍 전통시장 / 경남도민일보 2월 12일자 한동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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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가라앉은, 충격적인 이야기. ‘토호세력의 뿌리를 통해 알 수 있는 지역의 과거사다. 필자는 19891231일 부산에서 태어나 1992년 무렵부터 쭉 경남 김해에서 자랐다. , 2년가량 경북 영천의 할머니 댁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이런 나에게 마산이라는 도시는 멀면서도 가까운 도시다. 부산의 바로 옆 도시, 조금은 멀지만 큰아버지가 계신 익숙한 도시 창원.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마산. 어린 시절의 내게 마산은 이러한 이미지였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남대학교로 입학하게 됐다. 이때서야 마산이라는 도시를 인지했다. 물론 그전에도 이름이야 익히 들어온 도시지만, 아직까지도 가본 적 없는 울산·양산처럼 지도상의 거리보다 멀게 느껴진 도시였음에는 분명하다. 합성동에서 오동동을 거쳐 월영동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마산의 모습을 조금씩 바라봤다. 바로 옆 도시인 창원에 비해 덜 정돈된, 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도시. 그런 도시에 이 같은 아픔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 경남대에서 수학하던 시절 3·15의거나 10·18 부마항쟁에 대해 이름이나마 들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철없던 시절 금세 잊어버리고….




 

책에서는 필자가 외면했던 과거보다 더욱 먼, 광복 이후부터 1980년 무렵까지의 마산과 경남을 조명하고 있다. 시종일관 충격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으나 그중 가장 큰 충격은 보도연맹원 학살사건이다. 수박 겉핥기 식이나마 알고 있던 다른 사건에 비해 그 규모와 참혹함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 심지어는 이게 진짜라고?’하는 마음에 검색을 했다. 책에서 사실을 전달한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믿기 힘든 사건이다. 그리고 더욱 소름 끼치는 것은 이 일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은 보상다운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잃은 목숨을 어떻게 보상하겠느냐마는 부족하더라도 사과나 어떠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2008년에 이르러서야 국가 차원에서 조치(고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취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보도연맹사건 외에 이은상에 대해서도 크게 놀랐다. 이은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마산 곳곳에 있는 가고파’(노래, 축제, 놀이공원, 아파트 명 등)가 이 사람 때문에 지어졌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창원에 사는 큰아버지 내외에겐 마산 지역의 몇 안되는 위인이라는 설명도 들었기에 더 놀랍다.

 

이렇게 비극적인 과거사를 딛고 토호세력으로 거듭나게 된 이들에 대해서는 고민이다. 이은상·이용범 등의 인물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혹은 그 후손들이 눈에 띄게 악랄한 행태를 보인다면 마땅히 죄를 물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피해를 받은 이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토호세력의 뿌리에서 나오는 내용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음지에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일들이 자행됐을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기자가 올바른 역사관·지역관을 지니는 것 역시도.

 

지역민들이 정권이나 특정 세력에 의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지역신문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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