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은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둔 다양한 인사들의 인터뷰 내용을 엮은 책이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드러낼) 이들과 함께하는 인터뷰는 사뭇 흥미롭다. 유명 인사들의 삶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이 가지만, 소개되는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사는 고집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책에는 제목에서 안내하고 있는 것처럼 열두 명의 사람이 소개된다. 강기갑 전 국회의원 강민아 진주시의원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고영진 전 경남도교육감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박완수 전 창원시장 인권운동가 송정문 이재욱 전 노키아티엠씨 회장 인간문화재 조순자 최충경 창원상의 회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눈에 띌 만한 행보를 이어온 이들이다. 견문이 좁은 필자도 아는 이들이 몇 있다(몇 밖에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제각각의 삶을 살아온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털어놓는다. 조금은 자랑할 수 있을법한 이야기에도 과장 없이, 숨길 법한 이야기도 담담하게. 이런 인터뷰의 분위기가 여차하면 딱딱해질 수 있는 책의 내용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이는 넥센타이어의 강병중 회장이나 이재욱 전 노키아티엠씨 회장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경남을 넘어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힐만한 기업인이다. 당연히 할 말도 많고 자랑할만한 일들도 수없이 많다. 당장 포털사이트에 강병중 회장을 검색하더라도 자랑할 만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인간강병중, 이재욱을 소개하며 그들이 걸어온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책에서 소개하는 열두 명의 사람 중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기업인 강병중, ‘정치인 홍준표도 아닌 금융인 박영빈이다. 사실 박 전 은행장은 책을 읽기 전에 그 모습을 본 적이 있기도 했다. 아직은 학생이던 2012년 무렵, 그의 강연을 접했었다. 금융업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의 시장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필자가 생각하던 금융인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딱딱하고 실수 없는 로봇이 내가 생각하던 금융인의 이미지였기에, 간단한 농담을 해가며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눈앞의 어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연은 인상 깊었다. 사실 책을 통해 그의 나이를 보고 더 놀라기도 했다. 10년은 더 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1954년생이다)... 그의 강연에는 여러 가지 유익한 말을 많이 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지역은행이라는 것을 단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던 모습.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며 종래엔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역시나 인터뷰이로서의 그는 유쾌했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는 그 자신만의 철학을 풀어놓으며 직원이라면 매사에 스스로 나서며 주인의식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한다. 내용만 두고 본다면 엄격한 조직(마치 군대 같은)에서 이등병이 그것도 안하냐? 빠져가지고라고 말하는 선임병(혹은 간부)의 모습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동네 형이 해주는, 격식 없는 조언으로 느껴지는 것은 시종일관 유쾌한 그의 언행으로 인해서가 아닐까.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을 통해 열두 고집쟁이들을 보면 독특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평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필자가 감히 평범의 기준을 정의내릴 수는 없기에. 그래도 제각기 다른 빛을 발하는 열두 별을 알게 됐다. 전혀 모르던 이들을 알 수 있었다는 것도 좋지만,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것.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의 터울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홍준표 경남도지사


 

책에서 소개되는 열두 명을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특히나 최근(2015323일 기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무상급식문제로 인해 안팎으로 말들이 많다. 잘못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하물며 그 대상이 정치계라면 더더욱. 하지만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혹은 옹호하거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유명한 인터뷰 전문기자의 말을 인용했다. “성공한 사람 10명을 인터뷰하면 성공한 사람 10명의 머리로 움직이는 사람이 된다. 10명의 성공 노하우가 담긴 책을 읽으면 그들의 성공 노하우가 나의 경쟁력이 된다.” 단순히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도 좋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들의 삶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열두 고집을 통해 자신만의 고집(철학)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한편 이 책은 필자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과제이기도 하다. 바람직한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마음을 끄집어내는 것이 내 역할이기에. 결국엔 다(), (),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당장의 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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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청양의 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지인과 토론을 했었다. 토론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말 몇 마디를 나눈 수준이지만 유독 그때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토론 당시의 주제가 전통시장이었다.



마산 / 경남도민일보 3월 17일자 김민지 기자

 

사건의 발단은 지인과 시장 상인과의 자그마한 트러블이었다. 걸어서 출근을 하던 그는 시장 입구를 지나치는데 상인이 인도 바깥까지 물건을 늘어놓았고, 때마침 비도 오는 날이라 통행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불편함을 겪은 그는 내게 시장 상인들이 인도까지 나와서 장사를 하니까 통행이 힘들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고 불편만 끼친다면 시장을 아예 폐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특별한 감정이 섞이거나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그래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상인들은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장사를 하고 있고, 시장을 폐쇄한다면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게 내 논리였다. 하지만 그러면 너는 시장을 이용하냐. 시장의 장점을 설명해 봐라는 말에는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전통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역시도 전통시장보다는 E마트나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너무나도 취약한 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 전통시장은 필요하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상인들의 일자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주된 생각이지만, 그 외에도 전통시장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으로 여행가자는 필자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 했던 감정을 대신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창원시로 통합된 마산·진해를 포함해 하동·함양·밀양·거창·함안·의령·산청·합천·창녕·남해·진해·고성·거제·진주·통영·김해·창원·양산·삼천포 20곳의 전통시장을 소개한다. ‘꼭 가보고 싶은 경남 전통시장 20이라는 주제로 말이다. 각 지역의 특산품이나 명물, 볼거리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사람 냄새나는 시장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산 어시장 / 경남도민일보 2월 17일자 김구연 기자


각 지역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것도 좋았지만, 이보다 좋았던 것은 상인들이나 그 관련자의 인터뷰 내용, 그리고 책이 의도한 브랜드 마케팅이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 이용자인 필자도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줄줄 쏟아낸다. 전통시장을 관광지화 해 지역과 공존하자는 것이나 시설을 현대화해서 젊은 소비자들을 잡아내자는 것 등.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 현장을 알고 상인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진짜 아이디어는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책에서 의도한 브랜드 마케팅, ‘스타 상점이 무척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특정 점포만 확대되고 시장 전체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시도조차 없다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편의점으로 뒤덮이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실제로 12일이나 무한도전 등의 유명 프로그램에 등장한 시장은 방문객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특정 점포가 됐든 시장 자체가 됐든 브랜드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책에서 잠깐 소개된 의령소바가 좋은 예다. 프랜차이즈화 해서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례를 연구해 더 좋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전통시장의 과제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소비자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인들도 젊어져야 한다. 나이도 그렇지만 마인드에 있어서만큼은 반드시 젊어져야 한다. 전통시장의 경우 상인과 소비자 모두 연령대가 높다. 젊은 세대의 방문도 늘어난다고는 하나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소비를 하는 연령대인 30대 이상의 사람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보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판단이 아닐까. 지금 당장 전통시장을 거부하고 대형마트를 찾는 10, 20대에게 너는 30~40대가 넘으면 전통시장을 갈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면, 전통시장을 가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미 어려서부터 전통시장을 가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안 갈 확률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며, 전통시장 관계자들과 지역 발전에 힘써야 할(필자 또한 포함됐다) 사람들의 의무이다.

 

대형마트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이렇게 구분 지을 수 있을 만큼의(필자는 당장 현실의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대항할 만큼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전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 이들이 머리를 맞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란다.



산청읍 전통시장 / 경남도민일보 2월 12일자 한동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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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채현국을 읽기 전, 채현국 어르신의 말씀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이용하는 SNS를 통해 주변의 선배들이나 지인들이 좋아요·공유하기를 한 것이다. 글에 따라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단위의 댓글이 적혀있었다. 대게 댓글이 많은 글에는 어느 정도 비판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건만, 댓글 내용이 온통 칭찬일색이라는 점 역시 놀라웠다. 채현국 어르신의 일생과 그분의 생각을 담은 책 풍운아 채현국이 출판됐다고 들었을 때엔 기회가 되지 않아라고 자위하며 읽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사실은 게으름의 소치일 뿐이었다. 늦게나마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기대감을 가지고 펼쳤다.

 

3부로 구성된 책은 채현국 어르신의 출생과 그 성장을 기록한 1부 부터 시작된다. 부친이신 채기엽씨의 일화와 경남대의 진실, ‘풍운아로서의 행보를 걷게 된 배경을 알려준다. 2부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재산을 모은 거부 채운국을 조명한 뒤 그 재산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소개한다. 그리고 재산을 모두 나눠주고 신용불량자가 되버린 어르신의 현재와 지니신 생각을 털어놓는, 어르신이 보는 현재를 이야기하는 3부로 책은 마무리된다.

 

여느 재벌 이상의 재산을 모았고, 또 그 재산에 미련가지지 않고 주변인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은 대단하다기보다는 기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일까, 진정으로 존경할만한 어르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을 모은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에서는 언젠가부터 돈이 목적이 되는, 상황이 역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어르신의 모습이야말로 이런 목적과 수단에 대한 올바른 모습이 아닐까. 이를 두고 기이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필자는 스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리다고 말한다. 26세의 나이도 그렇지만 어른이라기엔 부족함이 너무나도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린 필자가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동시에 에 대한 매력도 느꼈다. 일전에 몇몇의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를 토대로 글을 쓴 경험이 있다. 필자의 능력이 한참 부족한데다 그냥 빨아주면 된다는 식의 방침. 이로 인해 읽는 것이 고통에 가까운 글들을 썼었던 내게 제대로 된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리며, 시대의 풍운아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미아가 되어서도 안 되겠다는 모호한 감상이 남는다.



오는 4월 8일(수) 오후 7시, 창원대학교 봉림관 1층 소강당에서 채현국 어르신이 방문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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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가라앉은, 충격적인 이야기. ‘토호세력의 뿌리를 통해 알 수 있는 지역의 과거사다. 필자는 19891231일 부산에서 태어나 1992년 무렵부터 쭉 경남 김해에서 자랐다. , 2년가량 경북 영천의 할머니 댁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이런 나에게 마산이라는 도시는 멀면서도 가까운 도시다. 부산의 바로 옆 도시, 조금은 멀지만 큰아버지가 계신 익숙한 도시 창원.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마산. 어린 시절의 내게 마산은 이러한 이미지였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남대학교로 입학하게 됐다. 이때서야 마산이라는 도시를 인지했다. 물론 그전에도 이름이야 익히 들어온 도시지만, 아직까지도 가본 적 없는 울산·양산처럼 지도상의 거리보다 멀게 느껴진 도시였음에는 분명하다. 합성동에서 오동동을 거쳐 월영동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마산의 모습을 조금씩 바라봤다. 바로 옆 도시인 창원에 비해 덜 정돈된, 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도시. 그런 도시에 이 같은 아픔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 경남대에서 수학하던 시절 3·15의거나 10·18 부마항쟁에 대해 이름이나마 들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철없던 시절 금세 잊어버리고….




 

책에서는 필자가 외면했던 과거보다 더욱 먼, 광복 이후부터 1980년 무렵까지의 마산과 경남을 조명하고 있다. 시종일관 충격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으나 그중 가장 큰 충격은 보도연맹원 학살사건이다. 수박 겉핥기 식이나마 알고 있던 다른 사건에 비해 그 규모와 참혹함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 심지어는 이게 진짜라고?’하는 마음에 검색을 했다. 책에서 사실을 전달한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믿기 힘든 사건이다. 그리고 더욱 소름 끼치는 것은 이 일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은 보상다운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잃은 목숨을 어떻게 보상하겠느냐마는 부족하더라도 사과나 어떠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2008년에 이르러서야 국가 차원에서 조치(고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취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보도연맹사건 외에 이은상에 대해서도 크게 놀랐다. 이은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마산 곳곳에 있는 가고파’(노래, 축제, 놀이공원, 아파트 명 등)가 이 사람 때문에 지어졌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창원에 사는 큰아버지 내외에겐 마산 지역의 몇 안되는 위인이라는 설명도 들었기에 더 놀랍다.

 

이렇게 비극적인 과거사를 딛고 토호세력으로 거듭나게 된 이들에 대해서는 고민이다. 이은상·이용범 등의 인물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혹은 그 후손들이 눈에 띄게 악랄한 행태를 보인다면 마땅히 죄를 물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피해를 받은 이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토호세력의 뿌리에서 나오는 내용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음지에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일들이 자행됐을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기자가 올바른 역사관·지역관을 지니는 것 역시도.

 

지역민들이 정권이나 특정 세력에 의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지역신문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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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는 전날 읽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의 연장선에 놓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가 지역신문의 병폐를 고발하며 스스로에게 과제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는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있는 과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여는말과 본문 내용인 4, 그리고 지역신문기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과 맺음말로 구성돼 있다. 본문 4장은 언론의 자기반성과 함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소셜미디어)의 활용 촉구 지역밀착을 통해 다채로운 수익모델 창출 지역신문만의 경쟁력, 킬러콘텐츠 모색 지역신문과 블로그·SNS의 만남 등의 내용을 각각 포함하고 있다.

 

본문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의 도입부인 1장이다. 부서별·기자별로 고착화되어 있던 출입처취재영역의 방벽을 허물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본문을 읽으면서 이해됐다. “출입처나 업무영역은 그야말로 의무방어구역일 뿐이지 배타적 권리구역은 절대 아닙니다. 다른 기자가 침범해선 안 되는 불가침 구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영역과 출입처는 물론 부서를 넘나들며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일간지 기자에게도 해당되겠지만 뉴미디어의 기자에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또한 3장에서 소개된 해외 지역신문들의 성공모델들도 인상 깊었다. 영국의 지역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레스터 머큐리등의 지역신문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편집부국장이 자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를 두고 독자층이 분명한 매체라서 광고료도 가장 비싸게 받고 있다고 말한 것도 놀랍다. 이러한 사례들은 경남도민일보가 야심 차게 준비한 월간지 피플파워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다양한 내용들이 제목의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라는 한 가지 테마에 맞게 짜여있다. 이런 본문의 내용들이 지역신문 기자의 가능성, ‘미래를 위한 내용이었다고 한다면 책 끄트머리에 있는 지역신문기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에서는 현재를 위한 과거의 축적된 지식을 조언하고 있다.


기자는 사회의 흐름과 맥락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기자의 능력은 좋은 기삿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등과 같은 기자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나 지역신문 기자는 지방자치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적어도 지역의 역사는 공부해야 한다는 내용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부산에서 태어나 쭉 경남에서 성장한 나이지만 지역에 대해서는 초등학생 수준의 지식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면서 새로이 길을 출발하려는 필자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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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 21가지의 약속


 

경남도민일보에 입사하게 되면서, 지원을 위해 어떤 회사인가를 알아보며 회사 사이트에서 읽은 사원윤리강령. 그리고 경남도민일보의 일원이 되면서 수차례 읽은, 계속해서 읽고 숙지할 기자실천요강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 아닌, 경남의 도민들이 힘을 모아 창간된 언론사 다운 내용이다.

 

경남도민일보는 그 어떤 언론사보다 독자에게 당당할 수 있는 신문이라고 판단된다. 다수의 도민이 주주로 구성된 만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에 비해 할 말은 하는언론이기 때문이다.

 

언론계 악폐습의 대표적인 사례로 고착화된 촌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 역시 경남도민일보의 자랑 중 하나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교 선생님들에게 돈이나 선물을 주는 행위는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언론계 역시 마찬가지다. ·재계 인사들은 자신들의 좋은 이미지를 위해 언론에 돈·선물공세를 해왔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부적절한 언론 생태를 바로잡기 위해 경남도민일보는 현금, 유가증권, 상품권 등의 금품수수를 거절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공연장·경기장 등의 출입 역시 취재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무료입장, 동행 등을 삼간다. 그리고 이를 철저히 유지하기 위해 윤리위원회·심의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언론의 생명은 신뢰성이다. 독자들이 그 언론을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그 언론의 가치로 직결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국내 최대의 언론이 조선일보라는 것에 이견을 달지 않지만, 최고의 언론이라는 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규모, 판매부수, 수익 등의 회사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많은 탓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남도민일보는 정론직필을 추구하는 바람직한 언론사다. 물론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정론직필을 추구하고 있기는 하나, 이를 지켜나가는 언론사가 많지는 않다.

 

정당하고 이치에 맞는 의견, 주장’(정론)무엇에 구애됨이 없이 있는 그대로 적는 것’(직필). 예나 지금이나 언론인들이 추구해야 할 정신이며, 이를 실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경남도민일보


어깨가 무겁지만 선배님들께 누를 끼치지 않는 기자가 될 것임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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